2025.12.03. 날씨 : 맑음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9시, 출근의 압박이 없어서 그런지 1시간 더 늦잠을 잤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로 한 날이다. 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10시에 만나기로 해서 씻은 뒤 외출준비를 했다.
외출준비를 마친 뒤 여자친구 전화가 왔고 오늘 영하의 날씨라고 하던데, 밖에 나가니 진짜 겨울이었다. 하루 만에 날씨가 이렇게 바뀌다니, 게다가 오늘 군산은 눈이 꽤 온다고 하던데 겨울이 온 것이 새삼 체감이 됐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동안 여자친구 차가 도착을 했다.
차에 타니 따뜻한 히터 바람이 몸을 녹여주었다. 자동차전용도로에 가기 전 아침의 피곤함을 깨우고자 길가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배달로 커피를 시켜 먹은 적이 있어 일부러 갔지만 실제로 가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마침 땅콩빵을 판매하고 있었다.
직접 기계에 땅콩과 반죽을 넣는 스타일의 시장 땅콩빵을 팔고 있어 고소한 냄새에 홀린 듯 20개를 구매했다. 이곳은 원두도 선택이 가능해서 둘 다 산미가 좋은 원두로 커피를 주문했다. 땅콩빵과 커피는 바로 나왔고 차에 탄 뒤 다시 출발을 했다.
먼저 커피를 마셔보니 고소한 맛보다는 은은한 산미의 단맛이 좋은 커피였고 오전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니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워주는 느낌이고 그리고 땅콩빵은 땅콩이 반죽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시장 땅콩빵 느낌이었다.
입에 넣으니 땅콩이 가득 들어가 씹는맛과 고소한 맛이 정말 좋았고 반죽보다 땅콩이 훨씬 비중이 높아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우리 매장에서도 땅콩빵을 팔고 인기가 정말 좋은데 우리 땅콩빵보다 몇 배는 맛있었고 순간 우리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만들기에는 환경이 어려워 조금 아쉬웠다. 여자친구에게 땅콩빵을 먹여주고 나도 땅콩빵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니 어느새 한옥마을 근처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 근처에 도착했다. 유명한 라멘집이라 오픈런을 해야 한다고 해서 11시 30분 정확히 오픈 시간에 도착했다.
직접 제면을 하는 라멘집으로, 특히 깊고 크리미한 토리파이라멘이 유명한데 1년 전에 먹어보고 반해서 오랜만에 한옥마을에 온 김에 재방문하자고 여자친구에게 졸라서 다시 왔다. 오픈을 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입장한 뒤 10분이 지나지 않아 웨이팅이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오픈런을 해서 메뉴는 금방 받을 수 있었고 1년 만에 먹는 라멘에 감회가 새로웠다. 국물을 먼저 마셔보니 진한 닭곰탕을 먹는 듯 깊고 감칠맛이 정말 좋았다. 면은 직접 제면한 면이라 보통 면과는 달리 탄탄하고 찰기가 좋아 후루룩 면치기 하기 참 좋았다.
차슈는 특히 닭 안심 차슈가 참 인상 깊었는데 퍽퍽하지 않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혀 매력적이었다. 여자친구가 유독 쌀에 민감한데 같이 주문한 규동은 쌀이 맛있다고 연신 엄지척을 했다. 나는 면 추가까지 했는데도 어느새 국물까지 다 먹었고 여자친구가 남긴 국물까지 전부 마셔버렸다.
매우 만족스럽게 점심을 먹고 나오니 오후 1시가 넘었고 서둘러 한옥마을로 출발했다. 5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주말에는 꽉 차 있던 공용주차장도 여유롭였다. 주차를 한 뒤 먼저 한복을 대여하러 갔고 우리가 한복을 고르는 사이 한복을 입은 다른 커플이 한복을 반납하러 왔다.
사장님이 그 커플에게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일찍 왔네요?”라고 하니 남자분이 “날씨가 너무 추워서 더 이상 못 돌아다녀서 다시 왔어요”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으니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내심 걱정이 들었다. 하의와 상의 히트텍을 입었기에 그 위에 한복을 입었고 혹시 몰라 배 쪽에 핫팩까지 붙였다.
여자친구 화장도 끝나고 한복을 입고 밖에 나가니 너무너무 추웠고, 여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은 채 한옥마을에 있는 스튜디오에 갔다. 스튜디오에 도착해 작가님과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의논했는데 천변과 향교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4계절 스냅사진 중 이번이 가을 사진이기 때문에 늦었지만 최대한 가을 느낌이 나는 장소로 정했다. 천변으로 가는 길은 너무 추웠고 막상 도착하니 바람 때문에 더 추웠다. 그래도 추위를 이기며 작가님의 지시에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 촬영이 길어지기에 빨리 마치기 위한 나만의 고군분투였다. 천변은 처음 와봤는데 생각보다 예뻐서 다음에 한 번 더 오기로 했다. 다음으로 향교로 갔는데 큰 은행나무들이 많았지만 이미 단풍은 다 떨어졌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다 치워져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남아 있는 스팟에서 사진을 찍었고, 작가님의 지시에 잘 따라준 덕분에 빠르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가님과 헤어지고 다시 한복집에 들어와 얼어 있는 손과 얼굴을 녹였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모처럼 한옥마을에 왔기에 산책을 했다.
주말에 왔을 때는 북적북적했는데 평일이다 보니 한산했다. 그래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고 십원빵도 사 먹어 사진을 찍어 허기진 배도 채웠다. 다시 차에 타 군산으로 출발했는데 분명 날씨가 괜찮았지만 군산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군산에 눈 소식이 있긴 했었는데 택배 때문에 잠깐 매장에 들르니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진눈깨비처럼 내리는 눈을 뚫고 여자친구 집에 도착해 뜨거운 물로 씻은 뒤, 여자친구가 오늘 고생 많이 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먹자고 했다.
치킨을 기다리며 내일부터 시작하는 광고비 프로젝트 배달앱 세팅을 하고 있는 사이 치킨이 도착을 했다. 치킨을 맛있게 먹으며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니 오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치킨도 맛있게 먹고 마저 배달앱 세팅과 에세이를 쓰니 어느새 9시가 넘었다.
오늘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아쉬워 후식으로 빙수도 주문했다. 여자친구와 빙수를 맛있게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11시가 되었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기에 집에 가기 위해 나왔는데 눈이 정말 펑펑 내렸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차로 데려다주었고 집에 도착해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침대에 누웠다. 잠에 들기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는데 매일 매장에만 있던 나를 여자친구와 함께 즐겁게 하루를 보내니 몸은 피곤했지만 재미있었다.
비록 춥고 피곤하다며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함께여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오늘 여자친구와 함께 전주에서의 즐거웠던 하루가 한 주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일도 출근을 하기 위해 잠에 들었다.
**사장 노트**
휴무 동선: 전주 한복 스냅
레퍼런스: 땅콩빵·라멘집
세팅 완료: 광고비 프로젝트
회복 루틴: 치킨·화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