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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다시 새로운 시작

2025.12.04. 날씨 : 맑음

by 배달천재

오늘도 눈이 부스스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8시, 오늘은 오픈을 하기 전 고모집에 있는 쇼파를 여자친구 집에 가져다 놓는 날이다. 고모가 이사를 가시기 때문에 쇼파를 주신다고 하셨고 마침 쇼파가 낡아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참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매장에 일찍 도착해 오픈 준비를 해야 하기에 기지개를 피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도 영하의 날씨여서 패딩을 단단히 입고 영양제도 챙긴 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 눈이 좀 왔는지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고 바람은 엄청 매서웠다.


페달을 밟으니 매서운 바람이 몸 곳곳에 들어왔고 그래서 더 빨리 매장에 도착하고자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평소라면 따뜻한 매장이 나를 녹여 주었으나 영하의 기온에 매장 안도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장 안에 있는 후리스를 입고 오픈 준비를 했다.


오픈 준비를 하고 물류를 정리하니 여자친구 전화가 왔다. 장갑을 챙겨 밖에 나가니 여자친구 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친구 아버지께서 탑차로 옮겨 주신다고 하셔서 먼저 회사로 출발했다. 회사에 도착해 아버지와 함께 탑차를 타고 고모집에 도착해 쇼파를 탑차에 실었다.


고모가 쇼파를 사용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잘 앉지 않았다고 하셨다. 내가 봤을 때도 상태가 정말 좋았고 새 쇼파를 사용할 생각에 신나는 마음으로 쇼파를 여자친구 집에 옮겼다. 기존에 사용하던 쇼파도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버린 후 오픈 시간이 다 되어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얼른 매장으로 출발했다.


오늘부터 오전11시~오후11시로 운영 시간을 옮겼기 때문에 11시에 오픈을 했다. 오늘부터 배달의민족은 광고를 하지 않고 쿠팡이츠/요기요는 상황에 맞춰 광고비를 조절하고 주문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마케팅도 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올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쇼파를 옮기느라 점심도 못 먹어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챙겨 먹고 도넛으로 후식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커피 맛 체크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세팅하고 타이머 15분을 설정했다. 타이머가 흐르는 동안 어제의 에세이를 마무리해 발행까지 하니 어느새 타이머가 울렸다.


고소한 커피를 마시니 또다시 하루가 시작됐음을 새삼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커피를 마시는데도 주문은 오지 않았고 1시간이 지나서야 그때부터 주문이 조금 들어왔다. 그래서 다시 광고를 살피고 조금 조정을 진행했고 그랬더니 주문이 꽤나 들어왔다.


주문을 보내다 문득 이번 달 배달의민족에서 즉시할인 3,000원을 설정하면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던 문구가 떠올랐다. 배민1 한정 지원인데 배민1은 가게 배달보다 수수료는 1% 높지만 배달비가 낮다. 그래서 어차피 광고를 하지 않는다면 50% 지원되기에 3,000원을 설정해 보았다.


그랬더니 배민1 주문이 꽤나 잘 들어왔고 최소주문금액을 9,000원으로 내린 덕분에 배달의민족 주문이 괜찮게 들어왔다. 클릭만 해도 나가는 광고비 압박이 없어지니 들어오는 주문 하나하나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심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은 녹아 다행이었다.


주문은 꾸준히 들어왔고 광고비를 아끼는 게 눈에 보여 주문마다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평소보다 주문도 많은 느낌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도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원래는 주문이 반절로 떨어질 것을 대비해 영상 제작이라든지 뭐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었고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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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시가 넘어가고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도 오늘 저녁메뉴를 물어봤기에 뭘 먹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파스타를 먹기로 했고 메뉴를 정한 뒤 배달의민족에 들어가 맛집 랭킹을 확인했는데 깜짝 놀랐다. 우리 매장이 갑자기 1등으로 올라갔는데 기분이 좋았지만 얼떨떨했다.


여태껏 맛집 랭킹 밑에 위치해 있었는데 요즘 주문이 많이 힘들다 생각했더니 어느새 1등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1등도 좋지만 이제는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내려갈지 모른다. 그리고 광고를 하지 않는 순간부터 그동안 목을 매었던 맛집랭킹을 놓아줬기 때문에 1등 된 것은 좋지만 너무 크게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들어오는 주문을 보내니 어느새 여자친구 퇴근 시간이 되었고 파스타를 미리 주문해서 여자친구가 매장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스타도 도착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 매콤하게 먹고 싶어 매콤하고 해산물이 들어간 상하이 파스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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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통한 새우와 바지락이 들어간 매콤한 파스타는 지난번에 먹어보고 맛있어서 이번에 또 주문을 해봤다. 면은 역시 알덴테로 후루룩 면치기를 하기 좋았고 해산물과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는 매콤하면서 감칠맛까지 좋았고 마치 볶음짬뽕을 먹는 듯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리고 같이 주문한 모닝빵으로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고 여자친구 로제 파스타도 먹어 너무 든든하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여자친구는 필라테스를 하러 나갔고 나는 저녁장사 준비를 했다. 저녁에도 다행히 주문이 꽤나 잘 들어왔고 어느새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잠깐 화장실을 가려고 밖에 나가니 눈 예보가 없었는데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군산에 내려오고 많은 눈에 놀랐었고 특히 배차가 잘 되지 않아 배달장사를 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겨울에도 그러지 않을까 봐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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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넘어가고 본격적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그런데 조금씩 들어오던 주문이 갑자기 한 번에 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5개가 쌓이게 되었고 오늘 분명 광고를 하지 않는데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주문은 들어왔고 너무 쌓이니 조금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4년 경험이 살아 있듯 모든 주문들을 무사히 보냈으나 갑자기 고객이 전화가 왔다. 배달이 완료되었다고 했는데 막상 보니 없다고 하셨다. 배민1 배달이라 먼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평소와 달리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기다리기라도 해서 연결이 되면 다행이지 그마저도 나중에 전화를 하라며 끊어졌다. 빨리 처리를 해야 하는데 발만 동동 구르며 하염없이 전화 연결만 했다. 30분 넘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고객님께 연락을 드려 내일 해결해 드리기로 양해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허락을 해주셨고 그렇게 10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10시 이후에는 고요하기만 했다. 그래도 주문은 종종 들어왔고 어느새 마감 시간이 찾아왔다. 빠르게 마감 청소를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포스 매출을 확인했다.


분명 광고비를 확 낮추었는데 매출은 지난주보다 좋았고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나님이 도와주신 듯 감개가 무량했다. 복받쳐 오르는 기분을 다잡고 포스도 마감을 한 뒤 전등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눈이 온 뒤라 많이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하기만 했고 그렇게 전기자전거를 타고 오늘은 기쁘게 퇴근을 했다.




**사장 노트**

운영시간 변경: 11–23시

광고비 전략: 배민 중단

배민1 즉시할인 3천원(50%)

최소주문 9,000원 인하

맛집랭킹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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