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F학점

실수였는데, 따뜻했던 밤

by 멈춤의 일기장

실수였는데, 따뜻했던 밤


주말의 식탁 위엔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했고,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그런데 그 밤, 딸은 시험이 있었다.
우리는 시간을 놓쳤고, 대신 오래 남을 이야기를 얻었다.


그날 우리는 시험보다 웃음을 먼저 꺼내 들었다.


딸애가 대학에 다닌 때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3년을 기숙사에 있었고 대학도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학교 근처의 원룸을 얻어 생활을 했다. 수시합격자여서 대학 기숙사에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기숙사 등록 하는 날을 가족 모두가 잊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원룸을 얻어서 혼자 자취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이었다.
가족 품이 그리웠는지 주말이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집으로 오곤 했었다.
그런데 하필 그 주말에 인강 시험을 인터넷으로 밤 11시에 봐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때 한참 인기 있었던 TV프로그램이 방영을 하는 시간이었고 우리는 평소대로 좋아하는 음식을 이것저것 해놓고 TV를 보며 태평하게 웃고 먹고 방바닥을 두드리며 신나게 놀았는데 시계는 어느새 밤 12시가 지나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황당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 하나 잘했다 잘못했다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다음 학기에 재강 하면 된다고 위로를 하면서 다시 또 즐거운 시간을 갖고 그 주말을 그렇게 행복한 웃음으로 지냈다.


당연히 그 과목 학점은 F학점이었다.


다음 학기가 되어 그 과목을 만회하려고 수강 신청 란을 아무리 찾아도 그 과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과목이 폐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맛난 음식을 먹었기에 그래 어쩔 수 없다. 대학 생활에 F학점 하나는 있어야 나중에 즐겁게 얘기할 것이 있을 것 아니냐며 그렇게 오점을 찍어 놓고 지나가게 되었다. B학점 아래는 거의 없었는데 그렇게 딸의 대학 생활은 정점을 찍었다.


지금도 가끔 얘기하며 우리는 웃는다.
F학점이 전혀 문제 되지 않을 만큼 행복했었다.


당신에게도, 돌이켜보면 ‘실수’였는데

따뜻하게 남아 있는 밤이 있나요?


인생은 가끔, 정답보다 웃음으로 통과시키는 날이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됐다. 때로 인생의 성적표는, 웃음으로 통과되는 날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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