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을 비비다 보니,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제 장을 보다가 봄동이 눈에 들어왔다.
잘 됐다. 내일은 봄동을 무쳐 밥을 비벼 먹어야겠다.
깨끗이 씻어 한 입 크기로 자른 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액젓과 간장에 매실액을 조금.
식초와 참기름까지 넣어 손끝으로 조물조물 버무리면
그 자체로 봄이 된다.
조금 사치를 부려 삼겹살을 구워 가늘게 썰어 넣고,
계란프라이도 두 개 얹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봄이 오기도 전에 살부터 찌겠지만,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믿고 싶다.
가족이 둘러앉아 커다란 함지박에 밥을 비벼
한 그릇씩 떠먹는 상상을 했다.
거기에 된장국까지 곁들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배부른 상상을 하며 봄동을 카트에 담았다.
밥을 비비는 일은, 어쩌면 가족을 한데 모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침이 되어 양념에 무친 봄동을 밥에 넣고 비볐다.
딸은 엄지를 척 세웠고,
남편은 말없이 먹기에 집중했다.
고기 러버인 아들은 초록잎은 모른 척한 채
삼겹살에만 열중했다.
그래도 가끔 엄마의 음식에 박수를 보내는 그 예의가
괜히 고맙다.
이렇게 한 상 둘러앉아 먹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잘 먹어주는 가족이 오늘도 사랑스럽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오늘도 한 그릇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