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쓴 글이,
딸의 사생활을 넘었다

가족이라서 괜찮을 거라 믿었던 나의 착각

by 멈춤의 일기장

딸에게 항의가 들어왔다.


며칠 전, 딸이 내게 물었다.
“설마… 내 허락 없이 내 얘기도 쓰는 건 아니지?”


음… 이미 썼는데. 니 F학점 얘기.


딸은 단호했다.
왜 본인 허락도 없이 자기 이야기를 썼냐는 거였다.


순간 기가 막혔다.
내 이야기이기도 한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딸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멈칫했다.


딸의 말이 끝나자, 나는 잠깐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 안이 조용해졌다.
그 짧은 침묵이 오래 남았다.


딸의 이야기는 그거였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건 뭐든지, 한 집만 건너면 누구인지 다 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그래,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 그 말이 맞다.
내가 나만 생각했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별 이야기 아니었다.
그저 잠깐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도.
하지만 나에게는 가벼웠던 문장이,
누군가에겐 자신의 삶이었다.


“엄마, 앞으로 글 쓰실 때는 더 조심하셔야 해요.”
그 말은 꾸짖음이라기보다, 경고에 가까웠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 외엔 모두가 타인이라는 말이,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도 유효하다는 걸.


그래서 딸에게 말했다.
“네가 지금 한 얘기, 글로 쓴다.”


그랬더니 딸은 말했다.
“그건 써도 돼.”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어쩌면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새내기 작가인 엄마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배웠다.
글은 자유지만, 관계는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나 외에는 "모두가 타인"이라는 말이


조금 더 조심스럽게 글을 써야겠다.
내가 쓰는 건 ‘내 마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삶’이기도 하니까.


사랑과 기록 사이,
저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당신은 가족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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