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하얀데 세상은 납빛이 되었다.

쌓이는 건 눈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by 멈춤의 일기장

봄 눈이 내려 쌓입니다.

내 마음도 같이 쌓여 갑니다.


겨울에도 보지 못한 눈이

지붕도 운동장도 나무도 하얗게 덮었습니다.


바람은 사정없이 눈을 회오리 속에 몰아넣고,

잔디 위에 쌓여가는 하얀 눈 위로

내 그리움도 쌓여갑니다.


무엇이 그리운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저그저 지나온 모든 일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유년 시절, 젊었던 날들을 거쳐

여기까지.


눈에는 그리움을 만드는 유전자가 들어 있나 봅니다.

눈을 보면

까마득한 것들이 모두 그리움으로 남는 걸 보면요.


눈은 하얀데

세상은 납빛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빛을 가려

내 앞을 막았나 봅니다.

눈이 내립니다.


쌓이고 또 쌓여

오장육부 깊은 곳까지 내려앉아

그리움의 뿌리를 캐내려나 봅니다.


눈이 쌓여 녹아내릴 때

내 그리움까지 모두 녹아내리면 좋겠습니다.

사랑했던 시간도 미워했던 시간도

모두 함께 녹아내리면 좋겠습니다.


봄 눈이 녹아 흘러갈 때면

나도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맑은 이슬 같은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봄 눈이 오네요.

와서 쌓이네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피해

필로티 가림막 난간에 홀로 앉아

눈을 피하고 있는 참새 한 마리가 보입니다.


눈 속에 홀로 남겨진 저 새는

세상의 풍파를 외로이 견뎌 내는

우리 내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당신에게도, 오늘 이 봄 눈처럼 쌓인 그리움이 있으신가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