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김밥으로 띄운 작은 반전
아침부터 먹구름이 하늘을 잠식해 버렸습니다.
그와는 다르게 마음은 차분하기만 합니다. 축축한 공기가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 놓은 것 같아서요.
그래도 뭔가 산뜻한 반전이 필요한데… 어쩌나.
냉장고 속을 보니 김밥 재료가 눈에 띄네요. 그래, 이거다. 딸이 좋아하는 당근 김밥을 싸야겠다.
단무지와 우엉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궈 물기를 빼주고, 햄도 겉에 묻은 기름을 뜨거운 물에 씻어준 다음 맛살과 함께 살짝 구워줍니다.
오이는 굵은소금에 깨끗이 씻어 길이로 잘라주고요.
아직 계란과 당근이 남았네요.
계란은 두툼하게 지단을 해주고, 당근은 깨끗이 손질해서 채칼로 얇게 채를 쳐서 기름을 두르고 소금과 후추에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주면… 휴. 드디어 재료 준비가 끝났네.
이제 채 쳐놓은 당근에 밥을 넣고 소금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잘 섞어주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이제 김에 밥과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말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어찌 보니 펼쳐 놓은 재료들의 색깔이 어두운 날에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김을 펼쳐 돌돌 말아 줍니다. 무지개를 한입거리로 슥슥 잘라서 한입 가득 넣어 봅니다.
입 안이 무지개다리 위에서 뛰어노는 기분이 드네요.
어두운 하늘 아래 촉촉했던 마음에 무지개를 띄우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나 싶게 기분도 좋고 배도 부릅니다.
김밥 김이 아닌 일반 김을 썼더니 옆구리가 자꾸 터져서, 딸과 함께 웃음보까지 터져 버렸습니다.
오늘의 행복이 옆구리 터진 김밥이 되었습니다.
옆구리 터진 무지개라니. 가끔 꺼내 보고 웃을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행복이 별건가요. 사랑하는 이들과 실컷 웃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어렸을 적 소풍날 김밥도 오늘처럼 옆구리가 늘 터져 있었죠.
그때도 행복했었던 기억이 소환이 되네요.
여러분도 무지개를 닮은 옆구리 터진 김밥에 웃음을 담아 보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