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도깨비방망이

향기 하나가 머무는 동안, 집 안의 마음도 조금씩 따뜻해졌습니다.

by 멈춤의 일기장

히아신스를 샀습니다.


비닐에 꽁꽁 싸여 도착한 구근 포트를 보며, 너무 일찍 주문했나 싶었습니다.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던 때라 혹시 구근이 얼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먼저 앞섰지요.


그래서 비닐도 선뜻 벗기지 못한 채, 박스 윗부분만 조심스레 잘라 햇살 좋은 창가에 고이고이 올려두었습니다. 혹시 목이 마를까 싶어 쌀을 씻고 남은 뜨물을 받아 조금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많이도 아니고, 그저 괜찮으냐고 묻듯 조금씩만요.


며칠 뒤, 그 물을 먹고 꽃대가 무럭무럭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붉은색 꽃이 피고, 또 노란색 꽃이 피어났습니다. 작은 포트 안에서 봄이 먼저 제 차례를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니, 그 향기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 여기 피어 있어요” 하고 조용히 제 존재를 뽐내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속에도 작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꽃 하나가 피어난 것만 같았습니다.
삶이 갑자기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 꽃 하나로 하루의 공기가 달라지고 집 안의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졌습니다.
나는 지금, 이 작은 꽃 덕분에 내 삶이 조금씩 향기로워지고 풍요로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향기는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나 봅니다.
마음속에 오래 머무를 향기 하나 있다면, 삶도 조금 더 향기로워질 것 같습니다.
봄에 피는 도깨비방망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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