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평안을 끓이는 법

따뜻한 국물 앞의 사랑과 평화

by 멈춤의 일기장

딸아이가 파스타를 만들고 나서는 동네방네 설거지거리를 널어놓았습니다.
설거지는 왜 안 하느냐고 물으니, 엄마가 운동 삼아해야 해서 남겨둔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합니다.
허파에서 바람 빠지듯 한숨이 나왔지만, 또 어쩌겠어요.
사랑하는 손가락이 엄마 건강을 걱정해서 남겨둔 것이라 하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설거지를 하게 됩니다.


내일은 아침부터 볼일이 있어 찌개를 미리 끓여 두려고 합니다.
이틀 전부터 부대찌개가 먹고 싶다던 아들을 위해 채소와 햄과 고기와 두부를 꺼내 재료 손질을 했습니다.
양파와 버섯을 냄비 가장자리에 둘러놓고, 가운데에는 김치를 국물째 한 주먹 넣었습니다.
가장자리 야채 위에 햄과 베이컨을 얹고, 제가 좋아하는 두부도 썰어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를 듬뿍 넣고, 칼칼한 국물맛을 위해 청양고추도 넣었습니다. 사골곰탕 국물에 마늘과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참치액을 더해 일단 끓였습니다.
이쯤 되면 다음은 아들 차례입니다.
한소끔 끓고 나면 간은 아들이 봐줍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간을 보면 맛이 없다고 해서, 이제는 간 맞추는 일을 아들이 맡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딸은 제 나름대로 엄마를 챙기고, 아들은 제 방식대로 저녁 한 냄비를 완성합니다.
저는 또 제 방식대로 밥상을 차립니다.
조금씩 하는 일은 달라도, 결국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한집 안에서 저마다의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설거지 하나에도, 찌개 한 냄비에도, 간 한 숟갈에도 가족이 서로를 걱정하는 방식이 들어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족이란 거창한 말보다 이런 작은 장면들로 더 또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수고와 마음을 조금씩 나누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비주얼은 그저 그래도 맛은 꽤 쓸 만합니다. 오늘 먹을 음식은 아니지만요.
소주 한잔이 생각나지만, 오늘은 마실 수 있는 날이 아니라 다음으로 미뤄 둡니다.
한 사람의 고집보다 가족이 편안한 저녁이 더 중요해지는 날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오늘도 넉넉한 찌개 한 냄비를 끓여 음식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먹기 전에 라면 사리까지 넣고 나면, 그제야 부대찌개가 제대로 완성됩니다.
따뜻한 국물 앞에 함께 둘러앉는 식사 시간, 그 시간이 어쩌면 제가 지키고 싶은 사랑이고 평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봄꽃도 많이 보시고, 평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가 오늘 멈춤의 순간 2 완결입니다. 많은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멈춤의 순간 3으로 글은 3월 17일부터 계속 이어집니다. 많이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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