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웃음이 남긴 따뜻함

참새들의 노랫소리

by 멈춤의 일기장

해가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다.
바람도 제법 불어와 귓가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나뭇가지 소리가 들린다.


오늘 산책길에는 참새들이 모여
잔디밭을 열심히 쪼아대며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니
어느새 모두 날아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버렸다.


한참을 걷고 다시 그 자리에 가 보니
또다시 똑같은 모양새로
잔디밭의 먹이를 쪼아대며 노래를 하고 있다.
이 추운 날에 뭐가 그리 맛있는 먹이가 있길래
다시 모여 있는 걸까 싶다.


이번에는 나도 잠시 멈춰 서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카메라를 조심조심,
소리가 나지 않게 켜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참새들은 또 그 틈을 타 날아가 버렸다.
허망하다.
그렇게 조심했건만.


안 되겠다 싶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도
찍어 보려고 찰칵 셔터를 눌렀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혼비백산해 날아가 버린다.
이번에는 아예 반대편에 서 있는
나무 위로 가 버렸다.


혹시 한 마리라도 찍혔을까 확인해 보았지만,
이런…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무와 참새들의 색깔이
똑같은 게 아닌가.
혼자 한참을 웃어 버렸다.


겨우 건진 건
소나무 기둥에 앉아 있던 참새 한 마리.
그마저도 나무와 같은 색이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산책 내내 혼자 헛웃음을 웃었다.


바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면 늘 진이 빠져
월요병에 종일 시무룩해지는데,
오늘은 작고 귀여운 참새들이
삶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 같다.


거센 바람에 눈도 오고 비도 오는
얄궂은 겨울날에
저 작은 생명도 저리 영민하게 살아가는 걸 보니
인간인 내가 반성을 하게 되는 날이다.


부디 아무 탈 없이
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내고,
꽃피는 봄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나도 벌써
꽃 피는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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