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무너져가던 순간의 기록.
"철컥! 나 왔어."
왔다. 드디어 왔다. 남편이다.
늘 이순간만 기다렸다.
하루 종일 퀭한 얼굴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남편이 돌아오면
그제서야 숨을 쉴 수 있었고,
짧지만 쪽잠도 잘 수 있었다.
그래서 오후 4시쯤 되면
자연스럽게 시계만 바라보는 나였다.
출근을 이유로
마음 편히 잠을 자고,
혀짧은 단어 대신
긴 문장을 자연스레 말하는 남편이 부러웠다.
기적 같은 순간을 기다리며 살던 그때의 나는
그게 당연했다.
지금은 흐릿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순간들.
나의 작은 아기 찰떡이는
아기 침대에 가로로 눕혀도 될 만큼 작았다.
발가락 하나 건드리기도 겁나던
여리고 작은 존재.
그럼에도 나는
거실 창문 너머 바깥 공기를
그리워하며 상상하곤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우리 집 거실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은 나만 빼고 그대로였다.
그리고 육아는
또 다른 복병을 데리고 왔다.
이번엔 산후우울증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이어진 식욕부진은
집에서도 계속됐고,
익숙하지 않은 육아와
잠과의 전쟁 속에서
작은 생명을 돌보느라
나는 서서히,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게 우울의 시작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매일 힘든 하루가 나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아기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도
어느새 또 시계를 보고 있는 나.
아기의 낮잠 시간을 기다리다가도
막상 아기가 잠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어
침대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창밖을 보며
그저 눈물만 떨어졌다.
"힘이 없다. 사람이 고프다."
"까꿍. 엄마. 아빠. 빠빠"
이런 단어 나열이 아닌
사람과 하는 대화가 하고 싶다.
이런 소망들을 가슴에 깊이 품은 채 시간은 흘렀고,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