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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괜찮았습니다

—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며

by 박세신


1. 괜찮지 않았던 시간들


예전엔 “괜찮아요”라는 말을 너무 쉽게 했던 것 같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할 때가 많았죠.
그 말이 위로가 아니라,
상처를 숨기는 방법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정말 괜찮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펑펑 울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저 하루를 버티며,
잠시 멈춰 서 있는 자신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괜찮지 않은 나도, 결국 ‘나’라는 것을.


2. 괜찮다는 말의 무게


사람들은 저에게 말해주곤 했습니다.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이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 괜찮아질지도 모르는데,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 말은 ‘지금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언젠가 괜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즉, 완벽한 회복의 약속이 아니라
‘다시 나아갈 힘이 남아 있다’는 신호 같은 것입니다.


3. 괜찮아지는 건 시간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나를 낫게 한 게 아니라,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예전엔 넘어지면 그 자리에서 나를 탓했지만,
이젠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나는 점점 ‘괜찮아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괜찮다는 건 상처가 다 나았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가 있어도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괜찮음은 완치가 아니라, 공존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상처를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함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입니다.


4. 그럼에도 괜찮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완벽했던 날보다
불안하고 흔들렸던 날들이 나를 더 성장시켰습니다.


힘든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괜찮습니다.

눈부시게 행복하진 않아도,
지금 이 평온이 나에겐 충분합니다.


괜찮음이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상처와 나란히 걷는 법을 배운 사람의 얼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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