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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오늘도(최종화)

— 특별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하루의 의미에 대하여

by 박세신

1. 오늘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저는 평소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늘 그렇듯 잠깐 눈을 뜬 채 누워 있었습니다.

몸이 먼저 일어나려 하지 않고,

마음도 그리 새롭지 않은 감정들로 가득한 아침.


하지만 이런 아침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날들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의미가 없는 날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하루를 맞이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딘가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다는 걸

저는 이제 조금 압니다.




2. 살아가는 일은 화려함보다 ‘지속’이 더 큰 힘입니다


세상은 자주 말합니다.

“더 빛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좋은 삶의 방식입니다.

성공을 향해 뛴 사람들은

그만큼의 노력을 쏟아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결론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빛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날들은

그저 눈을 뜨고,

할 일을 하고,

정해진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조용히 지나갑니다.


대단한 날보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평범한 날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그 평범함을 ‘지속’해 낸 날들입니다.




3. 평범하게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평범함을 “부족함”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평범하게 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을

매일 도망치지 않고

다시 해내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출근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또 하루를 살아내는 일.


이 반복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을 요구합니다.


누구에게나 사소해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크고 무거운 선택들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하루를 지켜낸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입니다.




4. 성공보다 중요한 건 ‘오늘을 지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한 때, 화려한 삶을 꿈꿨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눈에 보이는 성취를 좇은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생겼습니다.


그건

오늘을 버리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내일의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오늘을 지우지 않고 살아낸 하루는

어떤 미래가 오든

결국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 됩니다.


오늘을 꾸준히 이어 붙이는 사람에게

내일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내일은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5. 저는 오늘도 살았습니다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아도

저는 오늘을 놓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성취가 없었고,

눈부신 일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한 변화도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오늘을 살았습니다.


누구도 보지 않는 작은 선택들,

숨을 한번 더 고르는 시간,

감정을 다듬는 짧은 순간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는 아주 사소한 동작들.


그 모든 조용한 움직임이

저를 오늘까지 데려왔습니다.




6. 평범함 속에서 저는 살아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는

견디기만 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살아 있음'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자극적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평범한 하루의 온도가 느껴졌습니다.


따뜻하진 않아도 차갑지 않고,

크게 기쁘진 않아도 슬프지도 않은

아주 묘한 온도.


그 온도 속에서 저는

다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실감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거창한 열정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오늘을 지우지 않고 살려는 마음에서

조용히 자라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7. 그리고 저는 이제 압니다


살아가는 일의 핵심은

빛나는 순간들에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성과에도 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는

그저 평범한 오늘에 있었습니다.


오늘을 이어 붙이고,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마음만으로

사람은 충분히 살아갑니다.


나의 삶은 눈부시지 않았지만

살아낸 날들은 분명히 쌓였고

그 쌓인 하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8. 그럼에도, 오늘도


살다 보면 어떤 날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고,

빛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저는 오늘도 살았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살아 있습니다.


오늘을 견딘 저에게,

오늘을 버틴 우리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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