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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개시

상식이 가라사대

by 최국환

7) 작전 개시




일상을 벗어난 일탈에서 얻은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주인내외의 핀잔으로 집을 박차고 나왔고 한참을 헤맨 끝에 엉뚱하게 청사를 만나 깡돌이의 무지막지한 횡포를 들었던 것, 거기까진 좋았는데 차후가 문제였다. 지혜와 명철이 징검다리로 놓인 다리가 그리웠다. 어찌 되었건 청사초롱에게 굳은 약속을 했으니 묘안을 짜내야만 했다.

‘힘이라면 혹시 이장 집 똥개는 어떨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내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순간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주인부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제 무모하게 가출했던걸 두 손 두 발이 닳도록 빌고, 그들이 주장하는 가진 것들의 무자비함에 대한 고발을 함으로써 깡돌 이를 몰아내는 것이 어떨는지……. 하지만 이 또한 일의 순서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용서는 둘째 문제고 집에 들어갔다간 언제 또 자유의 몸이 될지도 모르는 신세이다. 아무리 깡돌 이를 고발한다 해도 청사 모녀가 처해있는 현실이 촌각을 다투는 일이지 않는가! 서둘러야만 했다.


어릴 적 바깥주인이 얘기하던 엉뚱한 말이 기억났다.

“여보, 우리 상식이 눈에 CCTV라도 달아주는 게 어떨까?

“내가 몸이 이래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기 힘든데 이 녀석 눈으로 동네 돌아가는 것도 보고 이 녀석도 잊어버릴 염려 없고.”

그 당시는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말이었기에 귀에 담지 않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가히 기가 막힌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가 주인부부의 눈에 깡돌이의 만행과 폭행을 직접 보게끔 해준다면 ……. 일리 있는 아이디어였다.

“청사, 내 말 들어봐! 우리 힘으론 깡돌이에게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니 머리를 짜내서 모의를 꾸미자고. 어떻게 하든지 너희 모녀가 그 녀석을 우리 집 마당까지 유인해 올 수 있겠어?”

“나는 초롱이만 무사하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밤새 뜬눈으로 충혈된 내 눈에 힘이 들어갔다.

“나쁜 권력과 무턱대고 싸워 이긴다는 건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야!”

“비록 상식에서 어긋난다 해도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말해봐 무슨 일이든 할게.”

초롱이를 품에 안은 청사의 표정에도 어느새 결연한 의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의模擬는 이어졌다. 초롱이의 어린 눈에도 엄마와 이웃집 아저씨의 빛나는 눈빛이 저만치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보다 눈부시게 비치고 있었다.


“청사, 네가 깡돌 이를 우리 집 마당으로 유인한다면 나는 무조건 싸울 거야.”

“마침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주인부부가 그 장면을 목격하겠지.”

“상상을 해봐, 비록 하룻밤 집을 나간 못된 녀석이지만 그네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가 몸집이 배나 되는 녀석에게 당하는 꼴을 보면 어떨까!”

이미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뱉은 말에 청사초롱의 얼굴은 조금씩 일그러졌다.

“그러다 상식이, 네 목숨이 위험하진 않을까?”

“그간 깡돌이 그 녀석 에게 목숨을 잃은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닌데.”

청사의 걱정이 담긴 말에 잠시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간 귀에 익숙한 말들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권력이란 말이야’로 시작되는 바깥주인의 넋두리가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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