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가라사대
언젠가 주인부부가 다투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 당신이 호기로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 아니야? 누가 알아주기나 해. 보상은커녕 몸만 망가지고 답답한 시골구석에서 이게 뭐야.”
참았던 속마음을 털어놓는 안주인의 말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바깥양반의 표정은 그저 묵묵부답,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20년간 몸담았던 회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 중견 건설회사 노조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바깥주인은 경영주의 갑작스러운 직장폐쇄에 대응하여 머리에 띠를 둘렀고 여러 시위에 앞장을 섰다고 했다. 한바탕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날, 집 인근 한적한 골목길에서 당한 테러에 척추가 망가지고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고 했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었고 교묘하게 포장된 검, 경의 조사마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니 그야말로 가진 자들의 권력, 아니 폭력에 무참히 날개가 꺾인 것이다. 하늘 부끄러운지 모르는 이들 모두를 바깥주인은 소위 ‘깡패’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