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가라사대
몸이 망가진 것을 원망하며 지난 과거를 들추려는 안주인의 다그침에 대답대신 혼자 말을 내게 들려주곤 했었다.
“ 권력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깡패 같은 권력에 이기기 위해선 말이야! 몸이 망가지더라도 다수의 동정을 받는 방법밖엔 없어. 울고불고 상처를 입고 험한 꼴을 보여야만 인정하는 세상, 그야말로 네 이름대로 몰상식하지 않니 너도 명심해라 하하하.”
조금은 빈정대는 말투로 들렸지만 지금 필요한 건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권력의 속성은 그 추악한 실체가 남들에게 까발려졌을 때 무너진다.’라고 했던 안주인은 어땠는가! 급작스런 테러를 당해 몸이 망가진 남편을 구하기 위해 평소 하던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 사고의 사실을 남들과 공유하며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매스컴을 통해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노조를 문제 삼아 정문을 폐쇄했던 회사도 점차 정상화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같이 사는 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다.
주인 부부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 ‘우두머리’라는 권력의 완장을 차고 동네의 평화를 깨는 깡돌이 녀석의 만행도 이윽고 끝장날 것 같았다.
“우선 너희 둘이 깡돌이 녀석을 유인해 오면 피투성이가 돼도 싸울 거야, 너희는 지켜보기만 해. 곧 주인 부부가 나타나겠지. 막대기를 들 것이고 돌을 사정없이 던질 거야! 깡돌이는 자기보다 강한 자가 우리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겠지.”
“너희 모녀는 주인부부가 거두어 줄 거고 당분간 평화가 오겠지. 나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으니 어쨌든 그 녀석을 잘 유인해 와.”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를 것이다. 비록 힘은 달릴지라도 동작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 죽는시늉만 하자 주인 눈에 띄는 즉시 물러서는 거야. 굳은 다짐 속에 청사와 초롱 이를 깡돌이에게 보내기로 했다.
이미 사방은 환하게 밝아왔고 멀리서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주인부부의 외침이 한 점 메아리로 들리고 있었다.
상식아. 상식아. 상식아 어디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