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무가 자라는 시간

검은 이불 아래에서 피어나는 감각들

by 구시안

밤의 나무들이 자라는 시간.

어쩌면

저편의 세계인 곳이

밤에만 펼쳐지는 것이라고.


이곳에서

밤의 바람이 구름수레를

실어오고

바람이 밤의 나무 사이를 지나가고

찌르르 거리는 새 한 마리 없이

조용히

나는 밤을 멈춘다.


밤의 나무에 달린 잎을 영혼 들고 함께

두고 앉아

심장에 부족한 박동을 유지하며

조용히 부시지 못한 것에

칼싸움을 시작한 전사처럼

달려들 필요가 없는 밤.


아득한 곳에서부터

서서히 덮여 오는

이불을 받아 들고

아늑하게

검은 이불을 무릎까지만 덮고 앉아

겪어냈던 것들이

더 이상 생각에 잠기지 않게

어스름 속에서

가벼이 손에 쥐어 보는

몇 안 되는 별을 잡아본다.


별이 어떻게

침대에 눕고

속눈썹만이 시간들의 경계를 정하고

어둠의 삶이 알려지는 시간.

나는

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간들, 어느새 4월의 빛깔로, 서늘하지도 그렇다고 확연하게 따뜻하지도 않은, 더 이상 명명할 수 없는 것. 하지만 이미 봄은 입속에서 따뜻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구도 아닌 이의 목소리에 익숙해진 밤. 감거나 뜨는 눈꺼풀을 방해하지 않는다. 두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헤아리지도 않는다.


세상에 위에는

소리 없이 달리는 것들이

새와 달과

몇 개 빛나지 않는 별 밖에는 없으니까.

모래 군중 속을

스쳐간 다음 펼쳐지는

하늘에는 이미 수 천만 개의

밤의 나무가 드리워져 있을 테니까.


내 심장은 기이하게도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하고

독을 타지 않은

투명한 물 한 잔에

내 무릎에 덮인 검은 이불에

닿지 않게

입술을 꿈처럼 스친다.


이 커다란 단지 안에 살아가며 고요처럼 살고 있다. 시간의 향기 앞에서 외롭게. 숨 막히게 기억의 죽음을 늘려가며, 진실한 것은 끝없는 말타기를 즐기며, 정당한 것은 말발굽소리를 낸다는 것을 느끼면서. 동그렇다고 말하지만, 마름모일 수도 있는 이 지구 안에서 한 번의 흩날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어쩌면, 밤으로 인도하는 시간이 길었으리라.


피 흘리며

괴로운 날도 존재하지만

타인들에게 충성스럽게

용기의 수수께끼처럼

나는

서 있고

고백하고

나를 외쳐 된다.


벌이 아닌

별을 때렸던 것에 굴복하며

낯선 불로 장식된 밤을

내 동경이

둥근 단지에서

나의 나이만큼만 휘날리다

잠들게

세상에 켜진 불을 이겨내도 좋은 시간.


뜨거운 화려함을 밀어내고

여름이 안겨주었던 거만함을 밀어내고

내 눈썹이 움직이는 방향이

꿈꾸는지 아닌지를 결정할 때

현실에서는

그것을 알아맞히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밤이 깊어간다.


털로 짬 듯 따듯하게 느껴지는

밤이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

머리를 풀고 내려와

도시를 감싸고

구름에 매단 봄의 방들은

커다란 거울과 과묵한 입으로

무게를 견뎌낸다.


봄의 달콤함에 열중해 있는 가지들을 바라보다가 거대한 포화에 휩싸여 핀 꽃망울들의 무더기가 휩싸여도

좋은 밤에, 텅 빈 심장이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괜찮다고 나에게 축복을 내리듯,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작은 속삭임도 나무를 졸리게 만들었고, 나 혼자만 은빛으로 물든다.


바람 속의 작은 별 앞에서

은빛도끼를 휘두르고

검은 비단을 걸친 동쪽 하늘은

아직 무겁고

지상의 속껍질로

조용히 내 심장을 묶어본다.


어느 순간에

마지막 것도 내 것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친절한 밤의 향기가

온몸에 베이도록

어젯밤의 베일이 벗겨지고

동쪽 하늘에서 직조된 새로운 검은 천이

온몸을 감싸오는 시간에


젖은 눈은

지나가는 새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침묵하며

봄이 만들어 준 화환을 쓰고

검은 천막 안 푸르게 물드는 곳에서 엮여

내 잠자리가 꺾이게 되더라도

오늘 밤은 격렬하게 휘두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파편들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갈 곳 잃은

밤을 비행하는 새 한 마리 정도를

거두리라.


하얗게 물드는 밤.

메아리가 들려온다.

누군가의 잔잔한 속삭임이

자장가가 돼도 좋은 밤에.




Echoes of You


너의 메아리는 뜻의 음악입니다.

브라운하우스라는

베일에 쌓여 있는 밴드를 좋아하는데

그들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황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을

듣게 되면

마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남아 있는 것이 있는지

재즈가 섞인

네오 소울에 마음을

느껴보는 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메아리처럼.

남아 있는 것들을

꺼내 보는 밤.


이름 모를

밤의 나무들이 자라난다.


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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