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아직 생겨나지 않은 시간과 함께
새로운 윤곽을 부여한다
바깥을 향해 끝없는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
계속해서 바깥을 향해 서 있다
나를 상처 나게 후비지는 않는다
부드러운 내 속에
어느 말이라도 나오지 못하도록
미루고 침묵한다
뒤섞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치명적인 것을
지속되는 것을
시간에 열려 있는 입을 닫고
잃어버린 것이 올지도 모르는
그 길을 바라본다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진실하고 홀로인
곧바르게만 가는
사람들을 가로질러
한 손에 음절의 별을 쥐고
커다란 비밀
그 풀밭 위에
수많은 비밀을 꺾는다
그리고 나는
부러진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보이지 않는 빛을 핥는다
그것은 이름이 없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계절의 냄새를 지녔다
나는 그 냄새를 따라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쌓는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미 지나가버린 미래를 밟으며
입을 다문 시간의 뒤편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은 언제나
형태를 가지는 순간
썩어버리니까
나는 대신
손에 쥔 음절의 별을 부수어
검은 하늘에 흩뿌린다
그 파편들은
하나씩 나를 배반하며
새로운 나를 만든다
내가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점점 더 정확해진다
이상하게도
무너질수록 또렷해지는 얼굴로
나는 계속 서 있다
바깥을 향해
아니, 바깥이라는 착각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에게
도착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