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는 길을 없앤다

시(詩)

by 구시안


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는 길을 없앤다 - 구시안



세련되지 않은

축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생각은 내 미친 머리털 위에서

맑은 공기

봄에 핀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장식일 뿐.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분화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태양의 입술 사이에 머금은

사람들이 내뿜어 놓은 수천의 물거품이

구름이 되어 두둥실 떠다니는 이 밤에

내 무게만큼만 새벽에

저 넓고 검은 지평선에 균형 잡힌 신경을

내 손바닥과 내 입술의 난폭함을 잠재우고

쓰디쓴 여름의 소나기 정도로 뿌릴 수 있기를.


사지에 두른 꽃다발처럼 보이나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미 보이는 동작을

안 보인다고 해봤자 소용없는 시간에

은밀하게 내가 좋아하는 은둔 속에서

밤의 흰 풀 위에서

기울어진 머리를 잡고 앉아

나는 유령보다

어쩌면 저 하늘에 어딘가 숨어 있을

외계인보다 불같은

쾌락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지난 여름에

익사한 나무 아래서도

새순이 돋아 풀이 나고

시간을 전복시키려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다지,

참을만한 삶에 주어진

모든 역경들이

나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녹음과 새들이

지저귀는

시골길 어느 한적한 숲을 그려보면

지금 보이는 밤의 시선 위에

숨결을 불어넣어

내 힘과

내 온기를 안아

상냥함과 신뢰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다.


창 밖에 사방으로 부는 바람에

보이지 않는 나비처럼

투명한 날개를 여는 것처럼

그려진 도시의 밤은

서로를 갈라놓도록 운명 지어진

금들이 그어져 있다.


태양이 뜨면 벌 떼처럼 에워싸게 될

운명들이 잠든 시간.


순종적인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오늘이라는 이름의 연속에

발자국을 새길테지만,

그 발크기가 현실과는 다르게

거인의 발처럼 커다랗게 그림자 지어질

낮은 오고 있다.


일어서면

물이 펼쳐지고

누우면

물이 피어나는 것처럼

심연에서 빠져나온 물이

쉽게 하수구를 찾지 못하는 밤이 오면

이상하게도

그 위에서 모든 것이 자리를 잡는다.


도시의 소음이 사그라든

마치 사막의 밤처럼

침묵의 거품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무지개 위에서

밤의 찬가를 노래할 미친 짓도 없겠으나,

나는 오늘도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나

보이는 길을 없앤다.


자연을 뒤덮으며

다시 생산하는 계절이라는 것이

부서지는 포옹이 반복되어

사라져 가면서도

밝은 것은 어두워지고

어두운 것은 밝아지기도 하는

마치 낮과 밤처럼

움직이는 마음도

나와 닮아 버렸다.


인간적인 빛들에

세상의 밤보다 더 찬란한

운명을 만들어주고 있는 모양이다.


단 한 번의 돌풍이

도시의 먼지를 모두 휩쓸어가려고

힘을 쓰는지

꽃이 핀 것이 꼴 보기 싫다고

나무들을 헐벗게 하려고

악을 쓰는지

둥지를 튼 새들을 떨어뜨리려고

내가 피우는 담배 연기를

없애려고

가장 뜨거운 태양이 질투나

섭리의 균형을 깨뜨리려고

무게 없는 세계를 꿈꾸는지

나를 무시하는 듯

불어대는 밤바람이

내 마음 안에서만 뛰어노는 것보다

더욱 자유로워 보인다.


미동도 없이

계단에 놓여 있던

박스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바람에 빗장을 걸고 싶지만

서투른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마법은 없고

하늘을 뿌려 놓는다.


내 눈에도

흑백이 아니라

색이 정확한

꽃이 피기를.


봄이라서

풍요롭다는 대지는

부풀어 오리지만

구부러진 풀 위로

나는

이슬이 꽃 피우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유로운 손은

잠을 청하지 않고

혼자 실길

잘했다는

후회 없는 선택이

이 밤에 빛을 낸다.


어쩔 수 없이 추락하는

은밀한 움직임을 간직한

새 한 마리를 보고 싶을 뿐이다.


빛을 붙잡기 위해

나는 여전히 바구니 따위를

엮지는 않고 있다.


생각이여 잘 자라

주문을 거는 주술사도 아니지만,

가장 작은 이름으로

아침의 길을 택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또 하루는 탄생되었다.


습관이 구멍 낸

시간의 방구석에는

넘치는 새벽이 자리하고

마음을 빨아들이는 달빛에

이미 배고팠던 것에 대하여

목말랐던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하루동안

껴안은 모든 것만큼

그렇게

다가와 줬던

모든 것에

너그럽기 위해서.


생각 많고

고독한

남자에게.


낮과 밤을

창문과

곳곳에 있었던

나라는 존재에게.


그림자 속에 머무는 대신

나를 보여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별 하나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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