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시(詩)

by 구시안

침대 - 구시안



세계에 눈멀어버린

절벽 틈에 있는

심장 속의 단단한 몸집

나는 눕는다


달이 비추는

가파른 벽

아래로 내려가면

얼룩진 빛

선을 이룬 금들이

줄지어 그어져 있고

열 손가락의 그림자가

서로를 옥죄는

침대 아래

시간 깊이 격자를 둘렀다


눕는다

그리고

떨어진다

꿈속으로


심연을 항해 굴러가는 눈은

더 많은 흰빛을 보기 위해

애쓴다


생각을 물들이고 거칠고 질게

채워진 석회와 시멘트 안을

기억의 자갈로 채우고 나서

낯선 눈 속에

잠자리를 편다

다시 한번 포개질

잠자리를 위해

흔들리지 않을 듯한

단단한 석회관을 만들듯

동경의 혀들은

눈꺼풀 위에 말을 놓아

지쳐버린

말들을 놓아준다


손처럼 헐벗은

손 하나를

심장 가까이 올려놓고

손 하나를

미래의 나무들 사이에

묶어두고

낯선 푸름이 가득한

달을 보며

그 푸른 눈으로 들어간다


꿈꾸어라

나를

우리를

나의 크게 울었던

기억의 돌들과 함께


꽃들을 뿌려라

저 아래 깊은 곳으로

가지각색의 만개한 꽃들을


기이한 물 한 방울을 마신다

고요한 숲을 지나

잔잔한 바다를 지나

물고기들도 잠든

바닷속에서

그 입이 성숙해져

겸손해진 말들이 거품이 되고

사람 쪽으로 빛나는 광채 속으로

인어가 헤엄쳤던

그 바다로


은빛 이불을 덮고

유랑하게 될 영광을 그리며

스스로를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보는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떠도는 말들의 너울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수, 일 연재
이전 08화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는 길을 없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