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손과 닫힌 마음의 기록
나는 여러 해(年)를
계절의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살았다.
형태와 색깔과 몸짓과 말의 볼품없는 거품 안에서.
삶의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산다.
놀라운 아름다움 속에서도 있었고,
흔한 추함 속에도 있었다.
생각의 신선함과 욕망의 뜨거움을 안은 빛을 안고 잠에 들기도 했으며, 비참함과 슬픔 속에서 사는 것도 사실이다. 저항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였지만, 어둡고도 투명한 밤에 가늘어지며 타오르는 언어들을 갖고 놀며 바람 없는 숲 속에서 평화로운 풀밭을 걷기도 한다. 살아가다 가끔씩, 멀리 잃어버린 하늘과 연결된 바다를 보게 될 때면, 나는 어떤 석화된 모래 안에 숨겨 있던 고독한 사람이 숨 쉬는 돌을 손에 쥐고 앉아 달을 노래한다.
낮의 혼란과
밤의 질서 속에서
동시에 살아간다는 것이
책임이라면,
나는 삶을 책임지고
오늘을 책임진다.
가끔은,
이성 위에서
또 가끔은
광기 위에서
비현실적인 땅 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것은 나와 함께
땅 위에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별들은 신비로움을 낳는다. 넉넉한 하늘이라는 땅에 알맞도록. 기억과 희망은 신비로움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지만, 이어지는 내일과 오늘의 삶을 만들어 낼 뿐이다.
쓰다가
그리다가
새기게 되는 것들.
일곱 번의 현실
또 일곱 번의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정해진 굴레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사람마다 심장에 단 하나의 보물을 지닌
빛이 결코 잠드는 법 없는 밤.
안개는 자신의 빛을
어둠의 녹음과 뒤섞고
태양을 함께 껴안아 버렸다.
온도가 정확한
내 따스한 살결이
격렬하게 치는 저 파도처럼
소리를 내지 않지만,
뒤덮이고
빛나고
충실한 계절을 따라
잠들고
깨어나는 반복이
심장을 무르익게 한다.
마치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침대처럼.
한 입 베어 물은
이 과일처럼.
하늘의 성장과
바람 나뭇잎
그리고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갯짓에서
들리는 듯한 은은한 소리까지
모든 것은 움직임 속에 있다.
참으로 힘든 겨울을 지나 순수한 이 봄을 만끽하진 않기로 한다. 사라지는 어느 것도 붙들지 않기로 한다.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그 어떤 접촉도
메아리도 없이
완전히 헐벗은 채로
이 깊이와 광대함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밤.
바닷가를 떠도는 현명한 망자처럼
잿더미가 된 사랑을 빨아들인 독기로
가득하고
부조리한 파도 위에 누워
혈관을 지나가는 피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찾고 있다.
앞이나
뒤나
어디에나
흔적 없이
모든 것을 지우고 싶은 마음.
수증기도 님기지 않고
불이 되어
이 고독이 사라지길.
어둠은 사라져
차가운 땅에 별이 빛나고
이 광대한 대지와 바다의 차가운 땅에
별이 빛난다.
공간과 시간을 얻었다.
끝없이 빛을 향해 질주하고 싶지만,
새벽에 신뢰의 눈빛에
마음을 주지 않기로 한다.
최초의 나날들처럼
마음의 밭은 경작되기 시작하고
공장들은 연기를 뿜으며
말은 거대한 물결 속에서
둥지를 튼다.
아무것도 혼자이거나
유일한 것이 없다.
바다는 하늘이나 밤의 눈 안에 있다.
숲은 나무들끼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달과 별은 같은 살갗으로 만들어졌고
항상 밤이 되면 만난다.
밤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슬픔의 끝에는 열린 창문이 있는 것처럼
항상 깨어 있는 몸처럼
채울 욕망을 만족시킬 허기가
달무리 지고
관대한 마음
내민 손과 열린 손으로 들어올
사람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삶.
함께 나눌 삶은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타락천사도 질투할 만큼.
천사 같은 존재에게 어울리지 않는
너무 순수한 존재에겐 위험한,
착한 사람에겐 좋지 않은,
비릿한
밤의 언어들을 뱉어 낸다.
Anyma, LISA - Bad Angel (Official Music Video)
사람을 흉내내는 천사들이 가득한 밤.
그들의 파티는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