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

고요 속에서 흔들리는 것들

by 구시안

절반의 밤이 찾아왔다.

밤과 밤을 기록하는

오늘의 승리들과 외로움을

마음에 내리는 만년설을

녹일 수는 없으나

비웃어 줄 수 있는 시간이.


눈(眼) 속의 밤이 스며든다.

정확한 내 두 눈동자를

부릅뜨고 앉아

바람을 느낀다.


심장은 내가 쳐놓은 방파제 위에 있다.

반짝거리는 창을 확인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

나에게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시간.

이름이 있는 집은 아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늘어지는 육체와 정신을

그대로 방치한다.


낮의 비닐에 싸여있던 잠이 몰려온다. 마치 수도승이 지은 건물 안에 나는 검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차분한 생각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미동 없는 순간.

경련이 없는 밤.

말없는 시간을 위해

자리한다.


마디가 있는

새겨놓은 그 마디마다

그어진 숨을 기억하며

나를 떼어 내어

잘라버릴 수 있을 만큼의 간격을 조정하며

가까운 잃어버린 것들을 끌어모아

책상에 얹어 놓고 앉아

고요하고

또 고요한

떠돌다 돌아온 비탄을 맞이한다.


하루를 지내는 일에

통행세가 붙는다면

누구에게 지불해야 할지를 생각하다

신은 아니라는 결정이 서고 나서

늦은 밤 커피 한잔을 내린다.


나의 경작지인 이 방에

스며들 식물들은 없지만

사람들도 없지만

뿌리가 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물을 퍼 나른다.


말라있던 뿌리에

이 밤에

물을 주는

나의 절반의 밤을 위해.


떼어내기 힘든 이들을 애써 멀리 보내려 하지 않고 기억하며, 빛의 품 안으로 절반의 밤과 밤을 기억하는 모든 것을 늘어놓고 앉아 있는 것이다. 난쟁이가 되어도 좋은 밤. 생각의 숨 가쁨을 느끼며 내일인 것이 이미 집으로 쓰러진다.


거칠게 부러지기 쉬운 것이

나를 긁어낸다.


잃어버릴 수 없는

열 손가락은

하루의 녹슨 것들을 태워버린다.


무엇으로 흐려지지 않는

아직 괜찮은 나의 두 눈은

여전히 풍경을 바라보고 있고

모나고

삐뚜름한

얼굴의 혈을 찾아

두 손으로 비벼대는

내 얼굴에는 가면이 씌어 있지는 않다.


잃어버릴 수 없는 밤이 찾아왔고

밀려 넘어지기 싫어 버티며 앉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달래 줄 필요도 없고

애쓸 필요도 없는

나를 위해 쓰지 말라는

세계들 사이에서

가장자리에서

이 흔한 가장 나다운 곳에서

사는 것을 배우며

여전히

그것을 배우며

실신하지 않은 육체를 바라보며

위로 쓰러진

덜컹거리는

절반의 시를 써 내려가고 있을 뿐이다.


샅샅이 조사된 자가 되고 싶다.

또한 밝혀진 자가

켜는 성냥갑에 하나 남은

성냥이 되고 싶을 뿐이다.





*미동(微動):

아주 작은 움직임

미세한 흔들림.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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