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키미 Dec 28. 2018

글로도 뭔가 해 보세요

브런치북 에디터 김은경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이런 쿠바세끼>를 연재하며 처음으로 긴 호흡의 글쓰기를 시도했다. 즐거운 한편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글쓰기 팁이 담긴 책을 찾아 읽고 강연도 쫓아다녔지만 갈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볼수록 내 글이 쓰레기 같아 한 달을 슬럼프에서 허우적댔다. 괴롭다기보단 외로웠다. 그때였다. 책 한 권이 말을 걸어온 건.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아깝지만, 이제 이 책을 통해 내 비밀병기였던 김은경 편집자를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다.”

김하나 작가님(<힘 빼기의 기술> 저자)의 추천사가 나를 관통했다. 슬럼프를 이겨내자 글쓰기가 더 좋아졌다. 김은경 작가에게 인스타 DM으로 팬심을 마구 드러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날 수줍게 고백했다. 그때 그 DM이 나라고, "나도 글을 쓰고 있다"고. 그날 '졸쪼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푸시에 약간 성덕된 느낌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주책맞나.


- 대상: 나에게 선물 같은 사람
- 질문: 작년에 갖고 싶었던 것은? 지금 당장 갖고 싶은 것은?

인터뷰 핑계로 김은경(졸쪼) 작가님에게 보은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거 하나만 말해주세요

박보검


드라마 <남자친구> 1회 방영 후 여심이 요동친 날이었다. '찌찌뽕????'이냐 묻는 김은경 작.가.님.


아뇨 저는 쿠바행 티켓

오 그것도 갖고 싶어


인터뷰가 산으로 갈 것 같았다.


작년에는 뭐 갖고 싶었어요?

퇴사. 아무도 안 줘서 스스로 이뤄냈어요.


올해의 것도 아무도 주지 않을 듯한데

앜 (웃음) 다 됐고 그냥 대출 이자나 누가 한 번 내줬음 좋겠네요. 한 42만 원 하는데. (웃음) 갖고 싶은 건 없습니다. 저는 늘 물건이 아닌 걸 원해요. 물건은 어떻게든 내가 가질 수 있음.


그러나 박보검은 어케 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스님의 마음가짐으로 참죠 뭐 안 가진 것이 가진 것이니. 쿠바 가서 보급형 보검이를 잡겠어. 까짓 거 돈도 내가 번다. 넌 사진 찍고 춤이나 춰라! 대신 잘 생기기만 해라!


돈으로 하는 선물이 제일 쉬운 건데 대출 이자 42만 원은 좀 쎄고, 실물 박보검도 보급형 박보검도 능력 밖. 어려운 분일세.


다시 인터뷰로 돌아와서, 곧 올 내년에는 뭘 가지고 싶어질까요?

내년에는 다른 직업을 하나 더 가지고 싶어요. 지금 직업이 4개(편집자, 작가, 강사,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저는 한 직업으로 계속 돈을 버는 건 위험하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업무적, 금전적으로 필요한 직업들은 갖춘 것 같으니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하나 더 가졌으면 좋겠어요. 5개를 채우는 게 내년 목표입니다.


와... 괜찮다...

키미님도 이미 세 개잖아요


저 뭔데요?

포토그래퍼, 작가, 마케터


작가... 브런치 작가? 지금 쓰고 있는 사람이 작가?

출판사 다녔으면 뭔가 컨택해볼 정도로 재밌고 글도 잘 쓰심. 글로도 뭔가 해 보세요. 나한테 구독 누르게 하는 건 대다난 거예요. 나 미니멀리스트야!


뭐지 이 분. 감동봇인가... 더 칭찬해 주셨지만 부끄러워서 자체 커트. 근데 진짜로 미니멀리스트인 게, 브런치 '졸쪼' 계정으로 팔로우한 관심작가가 11명뿐이다. 그중 한 명이 나야 나.


사실 오늘의 인터뷰이는 '나에게 선물 같은 사람'입니다

어우 뭐야 음담패설도 못하면서 날 감동시켰어

고마워요 제가 쿠바 사진집 세 권 살게요


(웃음) 한 권만 사 주세요

내 마음이야 시방 누구도 날 말릴 수 없어




에세이 전문 에디터였던 김은경 작가는 퇴사 후 마냥 놀기는 뭐해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에세이를 써주셨으면 하는데요'라는 워크숍을 진행한 것. 그렇게 소일거리나 하며 행복하게, 그러나 꾸준히 퇴직금을 까먹으며 살던 중 출간 제의를 받는다. "에세이 쓰기 책 한번 써보실래요?"

이토록 자연스러운 인생 2막이라니. 9년간 편집자로 일하며 쌓은 내공을 글로 전하자 그는 '작가'가 되었다. 글쓰기 강연을 하는 날에는 '강사'가 되고, 카드뉴스로 책 소개를 하는 날이면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한다. 그리고 여전히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한다. 프로듀서에서 싱어송라이터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셈. 그러나 그에게 직업은 수단일 뿐,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읽어보실래요? 써보실래요? 그리고, 써주세요.


내게도 그랬다. "글로도 뭔가 해 보세요"

이를 어쩌나. 또 받아 버렸다.


글로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오늘.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 담긴 ‘단어들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가르침을 상기해본다. 신인 감독 영화 공모전을 주제로 홍보 글을 쓰려면 '수상', '입봉', '응모', '신임 감독'보다는 '황금 트로피', '영광', '신예', '차세대 주역', '성취'와 같은 단어를, 'OO단편영화상을 수상한'보다는 'OO단편영화상을 거머쥔'이라는 표현이 효과적. 응모 타겟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시대 최고의 에디터 10인이
2019년 출판계를 뒤흔들 작품을 찾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6
총 상금 5,400만원! 대상 당선작 100% 출간!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고 싶다면?

김은경 에디터가 직접 밝히는 비법에 주목하세요.







2018년 11월 한 달, 1일 1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인터뷰와 단상을 기록합니다.

이전 03화 그러니까 나에게 칭찬해 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