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자기 걱정으로 가득 차는가

2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사람은 힘들수록 자기 안으로 좁아진다. 마음이 여유를 잃으면 시야도 함께 좁아진다. 평소에는 보이던 것들이 잘 보이지 않고, 타인의 표정이나 마음보다 내 감정의 결이 훨씬 더 또렷해진다. 누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지금 내 안이 얼마나 복잡한지 같은 것들이 자꾸만 중심이 된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여전히 넓은데도, 내가 살아내는 하루는 점점 나 하나의 문제로 가득 차게 된다.


나는 이것이 꼭 이기심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그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본능에 가깝다. 사람은 버거울 때 자신을 먼저 붙잡아야 한다고 느낀다.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가까스로 하루를 통과하려 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타인을 헤아리는 일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 마음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돌아볼 힘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 걱정으로 가득 차는 것은, 사람이 본래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불안해지고, 생각보다 자주 자신을 잃는다. 삶이 조금만 흔들려도 금세 “나는 괜찮은가”, “나는 잘하고 있는가”, “내가 상처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같은 질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질문들은 대개 조용하지만 강하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되면 다른 것을 볼 힘을 서서히 앗아간다.


문제는 자기 걱정이 많아지는 것 자체보다,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이 자기 안에 오래 갇혀 있으면, 타인은 점점 현실의 한 사람이기보다 내 감정에 반응해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지기 쉽다. 상대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대를 통해 내 불안을 확인하고, 내 외로움을 달래고, 내 서운함을 해소하려 들 때가 있다. 그때 관계는 만남이라기보다 투사가 된다. 나는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랑은 종종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낸다고 느낀다. 내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보다, 내가 얼마나 쉽게 나 자신 쪽으로 기울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아끼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실제로는 내 기대, 내 기준, 내 상처를 더 강하게 붙들고 있을 때가 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고 서운해하면서도, 정작 나는 상대의 마음이 어떤 상태였는지 묻지 않았던 순간들도 있다. 돌아보면 많은 관계의 어려움은 누가 더 사랑하지 않아서라기보다, 각자가 자기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걱정을 무조건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무게를 먼저 느낀다. 아픈 사람은 자기 아픔을 먼저 느끼고, 불안한 사람은 자기 불안을 먼저 본다.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 인간의 조건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자기 걱정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내 마음의 소란을 알아차리되,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도록 두지 않는 것.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그 사실 하나로 타인의 존재까지 지워버리지 않는 것. 아마 관계는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사랑이란 결국 내 마음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내 걱정으로 가득 찬 순간에도 내 바깥의 한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늘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감정이 우선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상대의 서운함조차 부담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늦게라도 돌아보는 마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만 붙드는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 상대도 함께 상처받았을 수 있음을 보게 되는 순간, 자기 걱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은 조금씩 바깥을 향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성숙하다는 것은 자기 걱정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기 걱정이 얼마나 쉽게 나를 삼키는지 알고, 그 안에 갇히지 않으려는 사람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자신의 불안과 예민함을 모르는 사람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 바깥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이 더 단단하다. 사랑도 아마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다. 자기 걱정이 사라진 뒤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기 걱정이 많은 순간에도 끝내 타인을 향해 다시 고개를 드는 연습 속에서.


사람이 자기 걱정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삶이 우리를 끊임없이 우리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살아낸다는 것은 때로 아주 개인적인 일이고, 버틴다는 것은 종종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안으로 기울어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비관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된다. 이렇게 쉽게 내 쪽으로 기우는 마음으로, 나는 어떻게 다시 타인을 향할 수 있을까.


아마 사랑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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