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의 끝에서 날개를 달다.

나의 이야기-1

by 이우현

핑계를 찾아가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시간들을 지나고 보니 내게 남은 건 망가진 몸이었다.

주위에 묵묵히 나를 지켜주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뒤로한 채 색을 잃고 시간을 낭비하며 지낸 2년이란 세월 동안 내 몸엔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양이라는 두려움의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몹쓸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죽을 용기가 없던 겁쟁이에게 어쩌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자살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처음엔 이 몸 상태를 그냥 내버려 둘까도 생각했었다.


미친 생각들로 얼룩진 순간의 잘못된 기대감들의 씨앗은 나를 괴롭혔던 남편의 외도였고 퍽이나 아팠다. TV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남편의 뻔뻔한 태도들..


"너도 좋고 그 여자도 좋아."


"네가 잘해주면 그 여자가 생각이 안 나고. 네가 섭섭하게 굴면 그 여자가 생각나고.."


"나는 셋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주말부부처럼 지내면 안 될까?"


차라리 눈에 안 보이면 덜할 상황들이 양육비를 빌미로 정해둔 면접교섭 일마다 듣지 않아도 될 B급 대사들을 그는 내게 죄책감없이 쏟아내며 나를 더욱 절망하게했고 오기를 부리며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줘?"라는 그럴싸한 비겁한 핑계로 그를 붙잡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의 아픈 몸을 "그까짓 거"라는 취급을 하며.. 그 여자의 편에 서서 이혼을 요구했던 그 사람이 나는 참 많이 아팠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이혼을 했다..


생을 마감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가 몸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니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며칠을 흘려보냈다.


마음 한편엔 이대로 나의 생을 마감하고 받을 그 사람의 비난이 내겐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마지막 복수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낭비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나의 생때같은 자식들이 그제야 눈에 밟혔던 건 미숙하나마 엄마이기 때문이었나 보다.


종양을 핑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내가 내 발로 병원에 찾아가 총 세 번의 수술을 했다. 입원 기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치료도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다시 날아오를 나를 생각하며 버텼다. 아직 모든 게 완치의 상태는 아니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희미하게나마 색이 입혀졌고 찢겨 나갔던 나의 날개가 조금씩 돋아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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