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의 샤워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하자품이다. 나는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정신이 약해질 때마다 느끼는 자기혐오와 죄책감.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회사에서는 밝고 친구들에게는 쿨하고 모임에서는 자존감 강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나는 위선자다. 위선자도 이런 위선자가 없다. 이렇게 자기혐오를 심하게 느낄 때면 일상생활이 많이 무너진다.
어제는 샤워를 했다.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눈을 감았다. 10분이 지났다. 아직 서 있었다. 몸을 씻지 않았다. 그냥 물만 맞고 있었다. '이 물이 나를 씻어주면 좋겠다.' 더러웠다. 온몸이 더러웠다. 겉이 아니라 속이. 20분이 지났다. 비누를 들었다. 몸에 비누칠을 했다.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또 문지렀다. '깨끗해지고 싶어.' 하지만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더러움은 피부 밑에 있었다. 뼈 속에 있었다. 영혼에 있었다.
30분이 지났다. 물은 계속 쏟아졌다. 이 깨끗한 물이 나를 정화해주길 바랐다. 진심으로 더러운 내가 정화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물은 그냥 흘러내렸다. 나를 관통하지 못했다. 표면만 스쳤다.샤워실 거울이 뿌옇게 흐려졌다. 손으로 닦았다. 거울 속에 내가 보였다. 젖은 머리, 축 처진 어깨, 텅 빈 눈. '이게 나구나.' 회사에서 보는 나, 친구들이 보는 나, 사람들이 보는 나. 그건 가짜였다. 이게 진짜다. 샤워실에서 무너져 있는 이 사람이.
물을 껐다. 몸을 닦았다. 옷을 입었다.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봤다. 40분이 지나 있었다. '또 그랬네.' 이런 날이 요즘은 한 달에 몇 번씩 온다. 자기혐오가 너무 심해서, 일상적인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날. 샤워를 하다가 멈춰 서고,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출근 준비를 하다가 침대에 주저앉는다. '왜 나는 이렇게 약할까.' '왜 나는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왜 나만 이럴까.'
며칠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알람이 울렸다. 6시 30분. 손을 뻗어 알람을 껐다.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출근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출근해서 뭐 하나.' '내가 거기 있어봤자 뭐가 달라지나.' '나 같은 게 일을 해봤자.' 자기혐오가 몸을 눌렀다. 이불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결국 8시에 일어났다. 지각이었다. 급하게 씻고, 옷을 입고, 뛰어서 출근했다.
동료가 물었다. "오늘 좀 늦으셨네요? 괜찮으세요?" "네, 알람을 못 들었어요." 거짓말이었다. 들었다. 하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는 밥을 먹지 못했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식당에 갔다. 음식을 주문했다. 밥이 나왔다. 숟가락을 들었다. 입에 넣었다. 삼키려고 했는데, 목이 넘어가지 않았다. '나 같은 게 밥을 먹어도 되나.' '이 음식도 아까운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입맛이 없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료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봤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자기혐오는 그렇게 일상을 잠식한다.
샤워를 40분 동안 하게 만들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밥을 먹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더럽다.' '나는 쓸모없다.' '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사람들은 모른다. 회사에서 밝게 웃고, 회의에서 발표하고, 동료들과 농담하는 내가, 집에 와서는 샤워실에서 40분 동안 서 있다는 것을. '나는 깨끗해질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늘 아침에도 샤워를 했다.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이 쏟아졌다. 10분, 20분. 또 길어지고 있었다. '아니야. 그만해야 해.' 억지로 비누를 들었다. 빠르게 몸을 씻었다. 물을 껐다. 15분 만에 나왔다. 작은 성공이었다. 자기혐오는 여전하다. '나는 하자품이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샤워는 15분 만에 끝냈다. 오늘 아침에는 알람에 일어났다. 어제 저녁에는 밥을 먹었다. 작은 것들.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무너진다. 여전히 자기혐오에 시달린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버티고 있다. 어제 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더러운 건 맞을지도 몰라. 하자품인 것도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샤워를 40분 하든, 15분 하든. 늦게 일어나든, 제시간에 일어나든. 살아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깨끗하지 않아도, 정상적이지 않아도. 이렇게라도 버티는 게 대단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