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유실물 센터

단편소설14

by 최지윤

첫사랑과 유실물센터

(이 글은 예전에 송지나 각본의 <지하철 유실물센터>라는 작품을 보고 썼던 에세이를 단편소설로 개작해 본 작품입니다 )


지하철 유실물센터의 창고는 늘 습기 찬 공기로 가득했다. 지영은 노란 스티커가 바랜 우산이나 지갑을 폐기함에 넣지 않았다. "언젠가 주인이 찾을 거야." 매일 반복하던 그 말은 그녀의 사랑 방식이기도 했다.

적어도 주인이 잊지 않고 찾기만 한다면, 결국에는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어쩌면 그건, 그녀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했다.그녀는 자신이 언젠가, 창고에 방치된 유실물들처럼 사랑의 한편으로 밀려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애착을 쏟았던 대상을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사랑의 아픔을, 그렇게 처음으로 겪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서 늘 생각했다. 잃어버렸어도, 서로를 향한 기억과 마음만 온전히 남아 있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유실물센터에 맡겨진 물건들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익숙한 목소리가 카운터를 두드렸다.

"여기… 제 물건 찾아왔어요."

문을 열자 그는 서 있었다.

10년 만의 첫사랑, 이주혁.

손에는 낡은 가죽지갑.

"이거… 잃어버렸던 거예요. 지영 씨가 보관해준 거 맞죠?"


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네, 여기 있어요."

지갑을 건네며 손이 떨렸다. 이주혁이 웃었다. "고마워요, 지영씨. 아직도 여기 일하네. 나처럼 잃어버린 걸 기다리는 거야?"

그 말에 옛날이 떠올랐다. 대학로 포장마차, 선배와의 내기. "유실물 센터 드라마 봤어? 반환 안 되는 게 더 나은 결말이라니까."

첫사랑이 떠난 후, 지영은 그 말을 곱씹었었다. 그는 돌아왔지만, 그들은 이미 재가 된 장작 같았다.

"커피 한 잔 어때?"

이주혁이 물었다.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지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커피를 마시자는 주혁의 제안에 자신이 잠시 흔들리기도했지만 그녀는 곧이어 깨달았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반가움을 드러낼 수 있는 건, 그것이 여전히 ‘내 것’이라는 확신과 애착이 남아 있을 때 뿐이라는 것을.한 번 내려놓은 것, 애착을 버리고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들어선 뒤에 돌아온 그것은 대개 군더더기이자 무용지물이 되거나, 결국엔 부담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그녀에게 돌아온 사랑 역시 그러했던 것이다. 이미 훼손되고 얼룩진 그 사랑은, 그녀가 오래도록 기다려 왔던 처음의 모습이 아니었다.어쩌면 ‘돌아온 것’이 반가운 게 아니라, ‘돌아올 수 있었던 시간’이 그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지영이 빨리 깨달은 게 다행이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