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에세이

by 최지윤

남동생에게 누나는 원래 놀림감인가, 아니면 유독 내 남동생이 나에게 박한가 모르겠지만 어쩌면 객관적인 평가일 수도...


평소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누나를 사뿐히 지르밟고 가는 데는 내 남동생만 한 녀석이 없다 나보고 긁어놓은 복권이라는 둥, 얼굴 덕보고 살 얼굴은 아니니깐 노력하라는 둥, 재수 없기 이를 데가 없다

번은 티브이를 같이 시청하다가 티브이 cf문구에서였는지 드라마 대사였는지, "미인은 다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럼 누나는 다 용서받겠다 그렇지?"하고 물었다. 물론 내가 먼저 도발하긴 했지만 내 말을 듣자마자 남동생은 나지막이 "어디 가서 십 원짜리 하나 실수하고 다니지 마소"이러는 거다. 된장 당했다. 이놈은 너무 머리 회전력이 빠른 데다 어휘 선택력은 남다르게 재수 없다 독보적이다.


나태주 시인의 딸인 서울대 교수인 나민애 교수가 말하더라

K-장녀들이 가진 장점이 설명능력이라면, 누나들을 많이 가진 K-남동생의 특징은 언어능력이라고.


수업하면서 언어능력이 유독 좋은 남학생들의 가족 구성원을 살펴보면 누나 많은 집의 막내가 많다고. 나름 생존 능력인게지.


이런 내 남동생은 삼녀 일남 중 막내로 막내이자 장남역할을 하는 녀석이다. 결혼하고 여태 11년간 2주에 한 번은 빠지지 않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고, 부모님 의견을 거스르는 법이 없었.


이런 효자 아들인 것과는 별개로 남동생이 누나들과 집안 모든 여자들에게 공공의 적을 자청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에게 하는 것은 약과다 바로 위 누나인 셋째 딸, 말하자면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최진사댁 셋째 딸을 나이 차이도 안 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얼얼마나 놀려댔는지 여동생은 결혼하고도 남동생한테 당한 게 분해서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나서 훌쩍이곤 했다고 제부가 말할 정도였다 다른 누나들은 솔직히 폭력, 혹은 무시 전법으로 흘려 넘겼는데 말이다.


번은 명절에 식구들이 모여 노는데, 올케가 "형님, 오빠가요 집 옮기면서 이번에 차랑 가전제품 다 바꾸면서 한다는 소리가 다~바꿨는데, 인자..(뜸 들이면서) 마누라만 바꾸면 되겠어"이러는 거예요 이게 할 소리예요?"


엉뚱한 말에 다들 웃어버렸고,

엄마에게도 살 빼시란 말을 "엄마는 도대체 쉬지 않고 드시네~"하는 말로 엄마를 공격하질 않나 그래서 우리가 다들 한 소리하면 남동생은 "이거 봐, 이거. 나 한 사람 희생해서 명절에 여자들 다 같이 화목한 거 봐봐 내가 공공의 적이 돼준 거야 "내 깊은 뜻을 몰라" 이러는 거다


매형들 앞에서는 장난꾸러기 막내로 술 시중들면서 분위기 띄우다가도 정작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큰 일은 다 남동생 몫이다.


그래도 장남인 거다.

나는 그런 남동생이 얄미우면서 든든하고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왼쪽부터 나, 셋째 딸, 남동생, 언니)


아빠 친구분 사진관에서 남동생 백일 때 기념 사진을 찍게 돼서 모자란 돈에 엄마가 언니와 내원피스만 백화점에서 사주셨다는데, 빨간색 옷을 입은 셋째 딸에 얽힌 일화가 있다.

언니와 내 원피스만 엄마가 사입히자 시샘 많은 막내 여동생이 방구석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아빠가 얼른 가서 여동생 것도 사입히라고 하셔서 엄마가 당시 양동시장이라고 광주에서 큰 시장으로 갔다고 하신다.


그리고 아동복 메이커 부르댕이란 곳에서 원피스를 사입히셨다고 한다. 그 뒤로 엄마 말씀은 원피스를 세 가시나들 한테 입혀 놓으니까 '펄~~럭,펄~~럭'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더란다.


치마폭이 커서 소파에서 뛰었다가 뛰어 내려앉고 했던 기억도 언뜻 나는 듯 하다. 엄마는 당시에 그렇게 정신 없으셨다고.


그래도 부족한 돈때문에 돈아끼려 여동생 옷을 못사줘서 마음아팠는데, 여동생까지 사입히고 나니 속은 후련하셨다고. 그렇게 입히고 찍은 사진이 저 사진이다.


나는 당시에는 무엇과 싸우려는지 세상을 노려보는 시선으로 뚫어지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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