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30.
일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도시의 일상과 촌락의 일상은 빠름과 느림의 미학이 작용한다. 사람마다 다르고, 사람이 살아가는 지역, 즉 공간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는 일상! 도시인이 보내는 촌락의 하루는 여유와 낭만이 서리고, 촌락의 사람이 도시에서 보내는 하루는 이벤트가 되어 일상의 활력을 더한다. 나아가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인 자연은 일상을 아름답게, 즐겁게, 포근하게 감싸주는 너른 품으로 사람을 맞이한다. 일상이 고단할 때, 혹은 일상이 무료할 때 가까이 있는 산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숲이나 백사장과 같은 자연을 보라. 마음이 한결 가볍고, 또 힘이 솟을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포근하고 안락하다. 찬바람이 불어와 비록 볼살을 아리게 할지라도, 때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마음을 다잡도록 충만한 일상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 겨울 등산길에 오르면, 찬기운에 오싹하던 몸이 이내 녹아 등짝에 송골송골 땀이 솟고 등산의 보람과 즐거움에 절로 얼굴에 미소가 돈다. 누가 웃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냥 미소를 머금는다. 얼굴에는 하얀 김이 아지랑이 되어 피어오르고 벌써 봄이 오는 듯 즐겁다. 깊은 겨울의 한가운데 있지만, 산기슭 양지바른 곳엔 벌써 연한 잎 눈이 움을 틔우는 듯 초록의 기운이 솔솔 올라온다. 자연은 내가 부르지 않아도 태양의 따뜻한 기운을 나뭇가지에 전하고 있다.
자연은 회복력이 강해 비록 파괴되고 손상된 환경일지라도 그 품 안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우고 달래는 복원력을 지니고 있다. 산불로 자연이 초토화되어도 이듬해 화마가 할고 간 자리에 생명이 움튼다. 우리는 푸른 초목을 보며 감사하고 회생하는 자연에 감탄을 자아낸다. 그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행복해한다. 사람 사는 동네의 절개된 산자락 도롯가에 솔씨가 내려앉아, 움 터 자란 소나무를 보면서 우리는 복원되는 자연에 감탄하며 녹색이 주는 안정감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새해 첫날에 보는 일출이 소원을 이루게 하고 희망을 품고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출렁거리는 파도 저 너머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기운에 휩싸인 해무리와 해를 보라. 경이롭지 않는가? 벅차게 차오르는 붉은 기운을 느낀다. 어떤 난관, 고난도 모두 이길 것 같은 힘이 생긴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끔 일상의 삶을 살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고 꼬여 힘이 들 때, 동해의 일출을 보려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해의 기운을 얻고, 자연에 안겨 다시 시작할 회복의 힘을 얻기 위함일 게다. 그렇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자연의 품에서 살도록 손짓하며 부른다. 우리는 삶이 힘들면, 자연을 찾는다. 정작 자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하늘을 보고 저녁노을을 보면서, 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의 오묘한 모양을 보라. 사람이 붓으로 그릴 엄두도 낼 수 없다. 평화로울 땐 양 떼처럼 뭉게뭉게 부풀어진 흰구름이 하늘을 날고, 또 바닷물에 하얀 거품을 풀어놓은 것처럼 부드러워 손으로 만지고 싶은 욕망이 절로 생긴다. 흰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너무나 선명하여 그 경이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늘이 노했는지 구름이 노했는지 알 수 없으나, 먹구름이 몰려오고 낮인데도 불구하고 캄캄해지면 놀라움을 넘어 어둠의 공포에 휩싸인다. 죄를 지은 것처럼 숨고 싶고 밝은 하늘과 해를 그리워하게 된다. 서쪽 하늘 아래 산을 넘고 있는 해무리에 반사된 구름이 만드는 붉은 노을! 붉기도 하고 불그스름하기도 하고, 또 검붉은 색의 스펙트럼으로 빛이 펼쳐지고 주황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기도 한 산등성에 맞닿은 하늘과 구름을 보며 경이, 신비, 몽상 속에 있는 듯 느낀다. 이럴 때는 마치 자연이 내게 꿈을 꾸도록 명령하고 환상 속에 살게 하는 것 같다.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나는 꿈을 잃은 것 같다. 회색 건물 속에 숨이 막힐 듯이 답답하다. 사람에 치고, 시간에 쫓기고, 또 파괴되고 오염된 환경에 둘러 쌓여 벗어날 길이 없는 듯이 느껴진다. 숲을 찾아 떠나고 싶고,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멍해지고 싶고, 길게 펼쳐져 있는 해변에서 신발 벗고 맨발로 걷고 싶기도 하다. 그럴 땐 자연이 나를 찾는 것 같고, 내가 자연에 홀린 것 같고 그렇다. 어쩌면 자연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나의 삶이 조화롭고, 또 즐거움이 커지는 그런 욕망을 나는 꿈 꿔 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이 빚은 경이로운 조화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쩜 내 안에 있는 욕망, 마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연 속에 있을 때 나무가 내 친구 되고, 이름 없는 꽃이 나의 이웃이 되어 나를 부르고 있어 그 속에 있는 나는 항상 일상이 즐겁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아직도 욕망에 굶주린 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은 경이로움을 품은 아름다운 조화의 한 부분으로 나를 반기고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나뭇가지를 꺾고, 이름 모를 풀을 밟고, 또 야생의 꽃을 꺾어도 말없이 다음에 또 싱그러운 녹음과 아름다운 꽃을 선물한다. 자연의 숲에서, 그리고 꽃밭에서 나도 나무가 되고, 꽃이 되는 기분이다. 자연은 내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고향이자, 안식처이다. 나의 일상은 도시가 아닌 산과 들이 있는 자연에서 펼쳐져야 참 살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경이로운 자연과 하나 되고, 하모니를 이루어 마음의 힐링을 누리고 싶다. 집 앞의 자투리 땅에 꽃을 심고, 채소를 가꾸고 행복의 씨앗을 뿌리며 자연에 들고 싶다.
오늘 나는 강가를 산책하고 있다. 내가 사는 도시 가까이에 있는 강가 가장자리의 오솔길을 따라 풀 섶도 밟고 낙엽진 마른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를 보면서 걷고 있다. 바람은 불고, 그래서 귓가에 찬바람이 느껴지지만 햇빛을 받은 버드나무의 가지에 희미하게 비치는 연둣빛 잎새의 기운을 느끼며 가슴에 감탄의 기쁨을 맛본다. 눈가에 미소가 타오르고 햇빛 받은 강물은 은비늘 반짝이며 출렁인다. 바람결을 타고 찰랑찰랑 흔들리는 강물의 표면에 은빛이 촤르르 흐르는 광경이 건너편 강가까지 펼쳐져 가슴에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연이 주는 충만함에 나는 행복과 경이로움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