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빛나는 하루의 일상을 그리다.

2026. 02. 15.

by 산이

낙동강 하류의 삼각주를 끼고, 철새가 제 집인 양 날개 펼치는 곳에 위치한 나의 집은 도시에 있지만 근교로 향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나의 하루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변함없이 반복되는 나날의 연속이다. 일어나서 운동하고, 가까이 사는 자식의 집에 가서 손주들을 돌보고 또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고 그렇게 도돌이표로 살아간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손주 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고 노동 중에 노동이라 하지만, 방긋 웃는 재롱의 즐거움이 함께 하기에 행복한 삶이다. 손주 보는 즐거움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얻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밤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다. 제각각 움직임이 없는 반짝임으로 그저 빛날 뿐이다. 천체운행의 법칙에 따라 운동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늘 그 자리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또 밝기의 차이가 있지만 수많은 별들이 그저 거기서 거기 정도의 빛으로 빛날 뿐 밝지도 않다. 내가 있는 곳이 깜깜하면 찬란히 빛을 발하며 초롱초롱 빛나기도 하지만, 내가 위치한 곳이 밝으면 밤이라도 빛을 잃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나는 일상에서 맞이하는 매일매일의 하루를 생각한다. 그날이 그날이고, 어제가 오늘인 삶에서 매일매일은 밤하늘의 별이 그 별이 그 별이듯 차이가 없다. 분명 다른 별이고 약간의 밝기에 차이도 있건만 말이다. 일상의 하루도 마찬가지이다. 어제와 오늘은 분명히 다른 날인데, 우리는 그날이 그날이라고 한다.

그날이 그날인 일상을 살지만, 그 하루는 별처럼 빛나는 하루의 일상이고 싶다. 아니 분명히 하루 일상은 특별히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다. 다만 느끼지 못하고, 또 지나쳐 버려서 그저 그렇다고 인식할 뿐이다. 어느 봄 날이든지 상관없이 나들이 가서 살펴보면 길 섶에도, 작은 자투리 땅에도 주목받지 못한 꽃들이 있다. 특별히 내게 다가온 꽃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는 순간에 특별한 꽃으로 눈에 들어오고, 감탄사가 나오고, 또 아름답다고 나의 마음에서 문이 열린다. 분명 특별한 날이 아닌데, 아름다운 들꽃으로 인해 나에게 특별함이 더해진 날이 된다. 하루의 일상은 그렇게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누군가의 가슴에 소소한 미소를 남긴 채 하늘의 별이 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처럼 아주 평범한 수많은 날들로 쌓인 세월 속에 민낯으로 드러난 하루를 드려다 본다. 상처뿐인 훈장처럼 손목이 시큰하고 어깨가 욱신하다. 섣달그믐에 설맞이 하려 손주가 왔다 갔다. 매일 보는 손주지만, 날이 날인만큼 오늘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말도 못 하는 어린것이 할아비에게 안기려 바짓가랑이를 잡고 선다. 손목이 아프다고, 또 어깨가 욱신한다고 어찌 외면할 텐가? 방긋 웃는 미소에 아픔도 저리 가고 없다. 행복에 젖어 안고 어르고 할 뿐이다. 행복 주는 영광의 힘듦일 뿐이다. 아이 낳지 않는 세상에 이만한 즐거움을 어찌 얻겠는가? 일상의 이 하루가 또 이렇게 손주 재롱에 웃고 지나간다. 매일이 그렇다. 설이라는 명절! 하루 전인 섣달그믐의 하루 일상이라 조금은 더 빛날지 모르나,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은 특별히 더 웃고 즐거움이 컸다고 느껴지는 것은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것처럼 오늘도 일상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평범한 하루에도 특별한 순간이 있다. 일상이 행복한 것은 순간순간 다가오는 행복을 놓치지 않고 즐기기 때문이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소홀하지 않고 세심함으로 다가가면 생각하지 못한 재미가 있어 솔깃하게 되고, 없었던 관심도 생겨나서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생긴다. 익숙한 것으로 말미암아 으레 그럴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순간, 아하 이것에 저런 것도 있었네 하면서 특별한 감동을 자아내게 된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은 상투적인 나의 생각에서 벗어나, 작은 것도 다시 보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밤하늘의 별이 그 별이 그 별이지만, 이름을 주고, 의미를 주면 다르게 보이듯이 그날이 그날인 일상도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을 더하면 새로움이 생겨 특별한 순간으로 가슴에 새겨지게 되는 것이다.

섣달그믐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손주네 가족, 나의 딸도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왁자지껄 했던 집이 조용하다. 고요함이 적막으로 흐르고 일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휴식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에는 텅 빈 공허함을 느낀다. 내일 다시 만나자며 눈물 찔끔거리는 손녀의 모습이 가슴에 메아리친다. 세뱃돈이 뭔지도 모르면서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 모습에, 이것이 사는 맛이지 하고 생각한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아니 내일이 되면 오늘의 이 일상은 저 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 중 하나가 되어 반짝일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밝은 별이 되어서 말이다. 나는 매일매일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하나씩 만든다. 오늘도 밤을 밝히는 하늘의 별을 만들며 분주하게,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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