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나의 일상과 너의 일상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동전의 양면처럼 영원한 평행선으로 그 궤를 달리할 수도 있다. 일상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들! 그들은 적어도 내게 매우 소중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낯익어 등한시하고 함부로 할 때가 많다. 소중한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나도 모르게 애증을 남긴다.
일상은 삶을 형성하는 토대로 삶이 영그는 공간이요, 시간이다. 매일매일 소소한 일이 일어나고 매듭지어지면서 우리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경험한다. 아침이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매일 반복하는 삶으로 드러난다.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고, 삼시 세끼로 희희낙락하지만, 아프면 상을 찡그리고 힘들어한다. 일상의 모습은 사람마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경험으로 드러나 함께 마음을 나누고 정서를 공유한다.
가정에서, 또 직장처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상이 서로 공유된다. 친밀한, 또는 이차적인 관계로 맺어진 생활공동체의 삶을 산다. 이들은 매일 혹은 매시간 함께 공유된 생활을 나누기 때문에 감정의 교류가 많고, 마음과 마음이 서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갈등과 조화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이런 일상에서는 갈등으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도 경험하고, 또 즐거움과 행복의 감정을 느끼며 만족하는 경험도 한다. 때로 관계 갈등이 증폭되어 심리적 아픔을 겪다가 종국에 관계를 청산하고 떠나게 되면 새로운 일상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떠날 수 없는 필연의 관계이거나, 상황적 여건으로 인하여 갈등관계를 이어가야 할 경우, 일상의 유지로 말미암아 아픔과 고통이 지속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일상은 항상 다양한 감정적 정서가 상존하여 삶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장이 되는 것이다.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스타일과 취향을 알고 각자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삶을 공유하기 때문에 친밀성이 크면 클수록, 소중한 존재이면 존재일수록 상대에게 너무 친해서 잊히기 쉽고 상처 주기 쉽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환경을 마구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가족과 같이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마치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이들이 있기에 나의 삶이 온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항상 행복과 고통이 상존하는 두 얼굴의 공간이다.
우리는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삶이 이루어지는 현장인 일상은 루틴화 된 삶이 연속하고 반복하는 곳으로 흔히 무미건조하게 느낀다. 그날이 그날인 삶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므로 재미없고 또 즐거움이 있어도 크지 않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따라서 무료한 일상을 달래려고 가끔 일어나는 이벤트에 목을 매고 즐거워한다. 여행, 낚시, 쇼핑 등 취미활동을 통해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일상은 삶이기 때문에 어제의 시간이 응축되어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하고, 오늘의 일상이 응축되어 내일의 내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일상에 소소하게 드러나는 작은 아픔도, 즐거움도 쌓이고 쌓여 삶이 되었건만, 사람들은 흘러간 시간 속에 일상이 만든 자신들의 얼굴을 잊고 망각한 채로 살아간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할 때, 그 감정상태는 어떠한가? 이벤트가 주는 만족감은 큰 기쁨, 행복으로 삶 속에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일상은 작은 즐거움이 연속하지만 작아서 기억되지 못하고 일상의 삶 속에 사그라지기 일쑤다. 또 때로는 너무 사소하고 소소해서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살짝 웃는 순간으로 지나칠 수 있는 행복이다. 이런 찰나의 행복, 즐거움이 일상의 얼굴이지만, 너무나 보잘것이 없어 우리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고, 또 무미건조하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속된 일상의 흐름 속에 축적된 감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아! 참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표현하는 묵직한 그 무엇이 있다. 우리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은 것이 모이고, 반복되어서 커지고 또 진해지는 즐거움, 행복이 있는 곳이 일상이다.
일상의 모습도 변화의 얼굴을 가진다. 매일이 반복되고 매주가 반복되어 변화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살아온 삶에 축적된 일상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아주 다이내믹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늘 새로움이 있다. 단지 변화의 소용돌이가 작아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흐르는 강의 물이 어제나 오늘도 같은 모습이지만,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듯이 어제의 일상이 오늘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오늘 새로운 각오로 또 일상을 맞이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는데 어찌 어제와 같은가? 아침 공복에 마신 따뜻한 물 한잔이 나의 건강을 바꾸고 다가오는 삶의 언저리에 잔잔한 미소를 던진다.
오늘 조금 힘들다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 무료하다고 재미없는 일상이라 하지 말라. 그 작은 어려움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살아 있음을 느꼈고, 또 지금 돌아보니 그것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삶은 그렇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잘 살았는지 못살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 온 삶의 일상을 더듬어 살펴보면,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고 또 조화로운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나서 아름답다. 일상의 우리 삶은 그렇게 영글고 작은 미소를 듬북 담은 행복의 도가니이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 문자라는 기호의 조합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