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 사람이 드러나는 순간
사랑은 언제나 인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고
가장 쉽게 무너뜨리는 힘이다.
우리는 사랑을 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붙잡으면서도 잃어버릴까 걱정하며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넨다.
이런 모순과 망설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문학 속 사랑은 화려하지 않다.
폭풍처럼 격렬하거나
거짓말처럼 달콤하거나
혹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스며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삶을 바꿔놓는다.
사랑은 사람을 흔들고
흔들린 자리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상처는 끝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느린 과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깨닫는다.
사랑은 늘 완벽하지 않고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며
그런 부족함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관계가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사랑을 지키지 못해 무너지고
누군가는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난다.
누군가는 떠남으로 사랑을 설명하고
누군가는 머묾으로 상처를 치유한다.
그런 다양한 얼굴 속에서
문학은 우리에게 한 가지 조용한 진실을 속삭인다.
사랑은 흔들림을 통해 완성되고
상처는 회복의 자리를 비워놓는다.
2부는
사랑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상처가 삶을 어떻게 다시 빛으로 끌어올리는지,
그리고 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성숙해지는지를
문학의 장면들로 따라가는 여정이다.
사랑은 늘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조용히 성장해 왔다.
이제 여정 속으로
천천히 발을 들여놓아 보려 한다.
나관중의 <삼국지>는 거대한 역사소설이지만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오래된 심리서에 가깝다.
왕조가 무너지고 천하가 세 갈래로 흩어진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욕망, 충성과 배반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혼란은 언제나 인간을 시험하고
시험은 곧 진짜 얼굴을 데리고 온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유비는 언제나 울먹이고
관우는 너무 의로워 외로웠으며
장비는 뜨겁지만 뜨거움 때문에 스스로 넘어지곤 했다.
조조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고
숨기지 않은 솔직함이
오히려 그를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다.
나관중은 전략과 전투보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더 많이 그린다.
도원결의의 술잔이 기울어질 때,
적벽의 불꽃이 우뚝 올라올 때,
마초가 투구를 벗고 항복할 때,
제갈량이 천천히 깃발을 들어 올릴 때
모든 장면에는
역사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인간의 정서가 있다.
유비의 덕은 완전하지 않다.
조조의 냉혹함도 악으로 고정할 수 없다.
관우의 충의는 찬란하지만
찬란함이 때로는 그를 무너뜨린다.
사람의 장점은 언제나 약점의 그림자를 품고
약점 역시 장점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삼국지는 쉼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영웅담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 빛나고 언제 무너지는가
오래된 질문을 던지는 거대한 무대다.
삼국지의 시대는 잔혹했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았고
믿음은 쉽게 흔들렸으며
무너지는 성벽 아래에서
사람들은 제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기어이 싸웠다.
혼란 속에서 선택한 말과 행동은
사람의 깊은 본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관중은 그런 본심을
도덕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비춘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인간은 늘 복잡함 속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삼국지>가 천 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전쟁의 웅장함 때문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인간이 누구인지 더 분명해지는 순간들 때문이다.
제갈량의 지모도, 조조의 결단도,
유비의 눈물도, 관우의 고집도
모두 각기 다른 인간의 방식으로
자신의 시대를 통과하려던 하나의 몸짓이다.
삼국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유비의 선함과
조조의 결단을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
둘의 비율이 매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다.
혼란의 시대는 끝났지만
우리의 마음 안에서는
지금도 작은 삼국지가 계속된다.
어떤 날은 관우처럼 굳세고
어떤 날은 장비처럼 흔들리고
어떤 날은 제갈량처럼 침착함을 찾아내며
또 어떤 날은 조조처럼
마음의 깊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든 순간이 모여
‘나’라는 한 사람을 완성해 나간다.
그렇기에 삼국지는
과거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오늘의 우리를 비추는
가장 오래된 거울이다.
거울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대를 건너고 있는가?”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