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왜 인간을 변형시키는가
조지 오웰은 인간의 권력을 바라볼 때
한 번도 낭만적이거나 낙관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전쟁과 가난, 프로파간다와 통제의 시대를 직접 겪었고
그런 경험은 그의 문장을 얇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동물농장>은 동화를 닮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이 동화가 단 한 줄도 순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는 책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사람에게 지배당하던 동물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킨다.
혁명은 희망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처음에는 모두가 평등했고
규칙은 간단하며 명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돼지들은 음식을 더 많이 가져가고
일을 덜 하고
서서히 다른 동물들과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오웰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하다.
권력은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심을 드러내는 도구라는 것이다.
돼지들은 누구보다도 처음의 이상을 잘 외쳤다.
그러나 그들은 이상을 지키는 방식보다
자신들이 이상을 관리하게 되는 위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규칙은 조금씩 바뀐다.
벽에 적힌 글자는 원래 그대로였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지나간 뒤
의미가 달라져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문장이
어느 날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로 변할 때
다른 동물들은 그 문장이 원래 그랬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권력은 그렇게 현실을 고치지 않고
기억을 고쳐 쓴다.
오웰은 그런 과정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처음에는 조금의 편리함,
그다음에는 작은 특권,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특권이 ‘당연한 것’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권력은 갑자기 타락하지 않는다.
조금씩, 거의 들리지 않게
습관처럼 스며든다.
<동물농장>이 무거운 이유는
돼지들이 특별히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 조건과 침묵이
어쩌면 우리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욕망,
비겁한 타협,
반복되는 편견,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것.
불편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우리의 무력함.
오웰은 이야기의 끝에서
동물과 인간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들이 한때 미워했던 존재와
구분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전하고 싶었던 가장 냉혹한 진실이다.
권력은 사람을 변형시킨다.
그러나 오웰은 그런 변형을 악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가진 취약함,
욕망의 구조
그리고 책임을 잃은 자유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그저 담담하게 기록했을 뿐이다.
<동물농장>을 읽고 난 뒤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내 안의 작은 돼지를 키우고 있는가?
권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관계에서, 직장에서
아주 작은 우위와 결정의 순간마다
우리는 스스로의 얼굴을 다시 얻게 된다.
오웰은 말한다.
“권력은 인간을 시험하지 않는다.
그의 진짜 얼굴을 비춰줄 뿐이다.”
그런 얼굴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
그것이야말로
<동물농장>이 남기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질문이다.
Hen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