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리에서 다시
마음의 옷장 문을 열고 조심스레 꺼내어 본 감정들은, 생각보다 더 깊고 쓰라린 흉터를 안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예전의 맑은 살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어떤 상처들은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흉터로 남아 내 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웃는얼굴로 가려보지만, 상처와 두려움은 늘 그림자처럼 제 곁을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정원까지 가시덤불로 덮이게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상처를 지울 수는 없어도, 그 상처를 안고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니까요.
얼마나 더 견디고 아파해야 온전한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또다시 믿어보기로 합니다.
진심 어린 관심이 사람을 살리며,
결국 사랑만이 모든 아픔을 덮어줄 수 있다는 그 숭고한 진리를 말입니다.
저는 연약해 보이지만 가장 단단한 무기인 '온유함'으로 이 삶을 기어이 살아내려 합니다.
소망이 무너졌던 바로 그 제자리에서,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며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소망이 무너진 자리에
나는 다시 서 있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덮는다는 말도
할 수 있다는 굳건한 소망도
지금은 아픈 의문문이 되어 가슴에 박힙니다.
얼마나 더 견디고 아파해야
그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요.
몸에 새겨진 말할 수 없는 상처는
예전의 살결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아
나의 생을 증언할지도 모릅니다.
괜찮은 척 얼굴을 가리고
말문을 닫고 뒤로 숨어보지만
의지와 두려움은 여전히 한 쌍이 되어 나를 따릅니다.
그래도 나는 믿기로 합니다.
사랑은 덮어주는 것이며
진심 어린 관심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라는 것을.
하여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사랑을 건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의 온유함으로 승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