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승진 첫날, 초보 리더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들

‘열심히 하겠다’ 말보다 먼저 버려야 할 생각들

02. 승진 첫날, 초보 리더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들

– ‘열심히 하겠다’ 말보다 먼저 버려야 할 생각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나는 흔한 문장을 쓰지 않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신, 조금 더 그럴싸한 말을 골랐다.

“잘 해보겠습니다.”

그게 더 프로 같다고 믿었다. ‘열심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같았고, ‘잘 해보겠다’는 결과까지 책임지겠다는, 더 단단한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침 큰 프로젝트가 내려왔다. 팀의 기존 역량을 한참 초과하는, 일정도, 난이도도, 범위도 모두 비현실적인 과제였다. 지금 돌아보면 누군가는 한 번쯤은 “이건 조건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첫해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원래 리더는 이런 걸 받는 자리겠지”라는 생각과 “여기서 주저하면, 첫 인상부터 약해 보이겠지”라는 불안이 뒤섞인 채, 나는 별 고민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네, 잘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한 문장에 담긴 대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 팀원은 몇 달을 버티다 퇴사했고, 또 한 명이 그 다음 달 회사를 그만뒀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조금씩 쌓여갔다. 그때 처음 알았다. 리더가 승진 첫날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일단 받는 것이 능력”이라고 믿는 것이라는 사실을.




1. “위에서 시키면 일단 받는 게 책임감”이라는 착각

승진 직후 리더들은 비슷한 압박을 느낀다.

“이 정도 과제도 못 받으면, 리더 자격이 없는 거 아닐까?”

“첫 프로젝트부터 ‘어렵다’고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래서 위에서 내려온 일을, 조건도, 전제도 제대로 묻지 않은 채 한 번에 받는다.

“네, 해보겠습니다.”
“네, 저희 팀에서 한번 맡아보겠습니다.”

그 순간 리더는, 단순히 과제만 수락한 게 아니다.

비현실적인 목표 자체와

그 목표를 팀의 체력과 무관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약속까지 같이 승낙한 것이다.

문제는, 이 약속의 후폭풍을 위가 아니라 팀이 몸으로 감당한다는 점이다.

처음 몇 달은 “리더 첫해니까 원래 좀 바쁘지”라는 말로 버텨진다. 하지만 한 번 깨진 생활 패턴과,

계속해서 미뤄지는 휴가, “이번만 좀 더 해보자”가 쌓이기 시작하면 팀의 컨디션은 서서히 무너진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승진 첫날 리더의 역할은

“위에서 떨어진 일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팀이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선부터 그어보는 것”

에 가깝다. 이 선이 없는 상태에서 “잘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결국 그 ‘잘’의 기준은 위에서 정한다.

그러면 팀은, 내가 세운 기준이 아니라 남이 정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갈려 나가게 된다.




2. “리더에게 잘 길들여진 인재가 좋은 인재”라는 착각

못된 걸 처음 배운 건, 채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나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인재를 뽑았다.

몇 번의 면접 끝에 “이 사람과 일하면 나도 편하겠다” 싶은 사람을 골랐다.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프로젝트의 큰 틀을 잡아주면, 그 안에서 그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보고서의 결도 내 스타일과 잘 맞았고, 내가 좋아할 만한 표현과 구성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왔다. 리더 입장에서 이런 사람은 참 편하다. 지시를 이해하는 속도도 빠르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잘 캐치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적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채용은 이렇게 해야 돼.
나랑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최고야.”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늘 그렇듯, 내가 없는 날에 찾아왔다. 부재중인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이슈가 터졌다.

그는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팀장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작은 문제였지만, 제때 결정되지 못해 일이 꼬였다. 현업의 대응는 늦어졌고, 일정은 뒤로 밀렸고, 나는 본인에게 화를 내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질문해야 했다.

“나는 이 사람을, 스스로 판단하는 인재가 아니라
나에게 잘 길들여진 인재로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리더에게 잘 길들여진 인재는, 틀 안에서는 완벽하다. 지시가 명확할수록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 틀 밖으로 일이 새어나가는 순간, 리더가 자리에 없는 순간, 팀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길게 보면, 이런 팀은 리더의 머리 크기만큼만 성장한다. 리더가 모든 그림을 그려줘야만 움직이는 팀, 리더가 없는 회의에서는 결정이 미뤄지는 팀이 되는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리더에게 “쓰기 편한 사람”과 팀에게 “건강한 사람”은
항상 같지 않다는 걸.

좋은 인재는 리더의 말에 잘 따르는 사람만이 아니라,

리더가 없어도,
팀의 기준 안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다.

리더 초기에 이걸 놓치면, 팀은 리더 한 사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뜻 보기엔 통제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취약한 구조다.




3. “사람 관리부터 잘하면 된다”는 착각

리더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람 관리”부터 떠올린다.

팀원들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할지, 나를 상사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지,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기준을 세우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물론 중요한 고민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순서가 조금 바뀌었어야 했다.

리더십은 사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기 전에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된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이런 거였다.


팀원 각자의 이력서와 평가 기록을 다시 읽는 일.

“같이 일하면서 대충 안다”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해본 프로젝트, 성과,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었는지 문서로 남아 있는 정보를 다시 보는 것.

올해 우리 팀에 주어진 숫자와 과제를 펼쳐 놓고, 지금 이 인원·이 역량으로 “지속 가능한 속도에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한 번 냉정하게 가늠해보는 것.

그 차이를 메우려면 추가 인력인지, 예산인지, 아니면 업무 조정인지, 어떤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것.


이 과정을 건너뛴 채 “우리 팀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팀에게 묻지도 않고 팀의 체력을 외상으로 긁어 쓰는 일에 가깝다. 연초에 이 현실을 한 번도 그려보지 않은 팀은 연말에 비슷한 대화를 반복한다.

“열심히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조금 부족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이 조건에서 이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윤곽을 그려본 리더는 조금 다른 문장을 꺼낼 수 있다.

“지금 자원과 구조에서 이 수준까지는 끌어올렸고,
그 이상을 원하신다면 구조나 자원을 조정해야 합니다.”

둘 다 결과만 보면 “아쉽다”일지 몰라도, 조직이 장기적으로 신뢰하는 쪽은 대개 후자다.

감정이 아니라 조건과 구조를 같이 말하는 리더, 즉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4. 리더는 스펀지가 아니라 쿠션이다

리더 역할에 대한 이미지를 나는 한 문장으로 정리해 두고 싶다.

“리더는 스펀지가 아니라, 쿠션이다.”

스펀지는 모든 것을 흡수한다.

위에서 오는 압박,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만, 애매한 업무와 남는 업무까지 모두 자기 안으로 빨아들인다.

처음에는 좋아 보인다. 팀원들은 말한다.

“우리 팀장님이 다 막아줘요.”

위에서는 말한다.

“저 친구는 말없이 다 해오네.”

하지만 스펀지는 한 번 흠뻑 젖고 나면 그때부터 안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진다.

쿠션은 조금 다르다. 쿠션도 힘을 받지만, 그 힘을 그대로 아래로 꽂히게 두지 않는다.

위에서 내려오는 목표와 요구를 팀이 감당 가능한 형태로 쪼개고,

정말로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은 다시 위로 돌려보내거나, 전제를 바꾸는 조건을 붙여 협의한다.

팀 안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부담이 몰리는지 살펴보며 힘의 분배를 조정한다.

리더는 팀을 대신 아파주는 사람이 아니라, 팀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압력을 조절하고,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다. 리더가 된 첫날,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나는 지금, 스펀지처럼 다 빨아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쿠션처럼 힘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일찍 던져본 리더가, 결국 오래 버티는 팀을 만든다.

그리고 이 질문을 승진 첫해에 떠올리느냐, 여러 명이 떠난 뒤에야 떠올리느냐가 리더의 커리어를 꽤 다르게 갈라놓을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의 리더 실습 : 승진 첫날, 나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들>

지금의 나와 처음 리더가 되었던 나 사이를 잠깐 이어보는 질문을 남겨둘게요.

Q1. 그때의 나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처음 “팀장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그날, 그때의 나에게 한 문장만 건넬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해주고 싶나요?


“그때의 나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Q2. 요즘 나는, 어디까지를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선’으로 보고 있는지

위에서 내려온 일들을 떠올려 보세요. 나는 지금, 어디까지를 “우리 팀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라고 보고 있을까요?


“지금의 나는, 우리 팀이 여기까지는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은 대략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도다.”


Q3. 나는 스펀지에 더 가까운가, 쿠션에 더 가까운가

솔직하게, 요즘의 나를 한 번 그려보세요.

위와 아래의 요구를 그냥 다 받아들이고 있나요?

아니면 조건을 바꾸고, 범위를 조정하는 말을 한 번이라도 꺼내보고 있나요?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스펀지 / 쿠션 (택1)>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메모들이 다음 편으로 넘어갈 때 당신만의 기준선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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