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우스빌둥(직업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독일어가 어렵지 않으세요?”
나는 자만을 했었다.
예전에 독일 대학에서 아주 잠시나마 공부를 했었다. 그래서 당시에 C1 (상급) 어학 자격증을 취급했다.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은 그보다 낮은 B2 (중상급)이다.
오래된 C1자격증을 안 받아준다고 하는 아우스빌둥 기관도 있었기에 나는 오랜만에 B2 독일어 시험을 보러 갔다. 따로 준비를 안 하고 갔는데 꽤 좋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10년째 여기 살고 있으니 독일어로 공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간호사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그건 착각이었다.
지난 세월 나에게는 대화상대가 많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원격으로 일을 하니 그다지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다수의 시간은 애인과 대화를 했고 그 외에는 아주 좁은 인간관계밖에 없었다.
애인은 대화할 때 표준어 독일어로 또박또박 발음을 해 준다. 그런 부분은 꽤나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 사람과 오래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말하는 습관이나 자주 쓰는 어휘에 익숙해지고 공통의 화제 역시 생겨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진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니 상황은 매우 달랐다. 매일 하루 종일 수업 듣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오후가 되면 뇌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가 된다.
우선 독일인 학생들과 수업을 듣고 조별과제도 해야 하는데 내게 아무리 좋은 자격증이 있다 한들 여기서 나고 자란 독일인들의 수준에는 못 따라간다.
게다가 모두가 표준어로 또렷하게 말을 하는 게 아닌 것이다. 학생들부터가 그랬다. 때로는 진한 사투리로 말하거나, 속도가 빠르고 목소리가 작거나, 내가 잘 모르는 주제로 휙휙 말을 할 경우에는 “잠깐, 뭐라고 했어?”라고 한번 더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점점 대화할 의욕 자체가 꺾이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강사들조차 목소리가 작고 말을 웅얼거리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런 경우는 수업을 듣는 게 참 고역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좋은 발성에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선생님들도 물론 계시다. 그런 경우는 매우 감사해하며 수업을 듣는다.
10년 동안 여기서 살아왔던 나도 사정이 이러한데, 독일어를 교실에서 단 몇 달 배우고 여기 온 학생들은 더 어렵지 않을는지 짐작을 한다.
실제로 종종 외국 출신 학생들이 내게 와서 확신이 없는 투로 묻는다.
“수업 내용 다 이해했어?”
“이번에 과제가 이거 맞아?”
“이번 시험 범위가 뭐야?”
수업 시간에 손을 들어 질문을 하거나 발표하는 것도 대부분 독일 학생들 몫이다.
외국 학생들은 대체로 소극적인 느낌이고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차다는 인상을 받는다.
나 역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종일 수업을 듣다 보면 순간 전원 꺼지듯 집중력이 끊겨버릴 때가 있고, 잠시 후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하고 멍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쌓이다 보면 정신적으로 기진맥진해진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독일어는 어렵다!
뻔한 이야기지만 독일에서 아우스빌둥을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독일어를 가능한 많이 접하고 배워 오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