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란?

간호사 아우스빌둥을 시작하며

by 물사자

간호학교 개학식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우리는 왜 간호를 배우는가?”라는 주제의 수업이 있었다.


슈바르츠 선생님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포근한 인상을 한 분이었다. 그때까지 보았던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진행했다.


“제가 간호사 아우스빌둥을 시작했을 무렵에 다들 한 소리 씩 했어요. 너는 성적도 좋고 대학도 갈 수 있잖아?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해?라고요.”


그렇다.

“왜 간호 같은 걸 배워?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기저귀 갈고 씻기고 약 좀 주고… 그런 거 아냐?”

라는 것이 독일의 일반인이 많이들 가지는 편견이라고 한다.


독일에 널리 퍼진 간호사라는 직업 이미지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독일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의 역할이 한국처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알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에는 간병인 제도가 없다.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이 있기는 하나, 간호사 역시 조무사와 함께 환자의 위생 전반을 케어한다.

간호사는 거기에 더해 의료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만 말이다.


슈바르츠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저는 어릴 때부터 병원을 좋아했어요. 병원이 무섭다기보다는 익숙한 장소였거든요.

그리고 그때 나를 돌봐 준 간호사들을 늘 찬찬히 바라보았어요. 사람들에게 주사를 놓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뭔가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주변에서 모두 제가 간호사가 되는 것에 반대했지만, 가족 한 명만은 나를 응원해 줬었죠.”


그 주의 마지막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여러분에게 있어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어쩌다가 간호사가 되려고 결심했어요? 그걸 종이 위에 자유롭게 풀어내 보세요. 그림을 그려도 좋고 글로 표현해도 좋고, 시를 써도 좋아요”


이런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과제다. 금방 마음속에서 그림이 떠올랐다.

장차 어린이 병동에서 일하는 나 자신을 상상했기에…

작은 아이와 어른이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모습을 그렸다. “나는 너를 위해 여기에 있어.”라는 글귀와 함께.


월요일 아침이 되자 우리는 주말 내 만든 나름의 작품들을 게시판에 저마다 붙였다.

“여러분, 어떤 작품이 눈에 띄어요? 누구 이야기를 먼저 들을까요?”


슈바르츠 선생님의 질문에 몇몇이 내가 그린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쭈뼛쭈뼛 앞에 나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건 늘 긴장되고 영 어색하다. 그럼에도…


슈바르츠 선생님은 나를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앞에서 발표하는 거 괜찮아요? 아니면 빨리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요?”


나는 “뭐,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앉아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대다수가 나를 향해, 내 그림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용기가 생겼다.


“저는 어린이 간호사가 되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렸어요. 예전에 미술 선생님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어린이들과 일하는 게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 이야기를 하다 보니 횡설수설 길어지긴 했다.


간호사 학교, 딱딱한 느낌이면 어쩌지 막연히 두렵고 불안했다. 첫 주가 지나자 그런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내가 먹구름 낀 날을 외롭게 걷는 걸 상상했다면 간호사 학교에서 보낸 첫 주는 따뜻한 봄날씨에 다 같이 출발한 소풍 같았다.


좋았어. 이대로 3년간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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