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사랑받고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향, 미르

상처를 치유하는 마음 다스림, 아로마테라피 4

by 아인아로마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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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어머니의 몸을 대신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몸이야말로 언제까지나 사람들이 동경하는 최초의 집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안전했으며 또 몹시 쾌적하기도 했다.”
– S. 프로이트


“어, 뚜껑이 안 열려요.”, “어, 오일이 안 떨어져요.”


정말로 진득하고도 진득한 미르 오일이다. 특히 겨울이 되면 오일 뚜껑 안쪽에 하얀 서리처럼 보이는 가루가 끼어 더 단단해진다. 오일의 점도가 높아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고, 뚜껑을 열어 한 방울을 떨어뜨리려 할 때조차 인내심을 가지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한 방울, 토옥— 하고 떨어진 미르 오일의 향기는 땅의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의 향과 흙의 냄새, 그 어딘가에 머문 향이다. 처음 맡았을 때 미르의 향기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향, 평범한 날들 중에서도 유난히 건조한 날씨에 맡을 법한 마른 나무와 땅의 냄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르의 향기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혹은 출산 과정이 유난히 어려웠던 아이들, 영양실조를 겪었던 아이들, 그리고 무력감이 깊이 배어 있는 아이들이 미르 향기에 강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아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사례를 직접 많이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들이 바친 세 가지 선물, 유향과 몰약, 그리고 황금 중에서 몰약이 바로 미르이다. 미르 에센셜 오일은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오일이며, 그 향기는 무한한 사랑의 보호 속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예로부터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이라고 말해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 표현을 두고 남아선호사상과 연결해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일을 공부하면서 나는 왜 여자가 땅으로 비유되어 왔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은 분명히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은 무극, 즉 아무 에너지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음과 양의 에너지가 발생했다고 본다. 서양에서는 이를 빅뱅으로 설명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국 음과 양의 균형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라는 점에서는 같다. 음은 여자, 양은 남자를 의미하지만, 이 둘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과 형태다.


오장육부를 보아도 항상 담아내는 장기들은 음의 장기다. 간은 독소를 담고 있고, 비장은 정기를, 심장은 혈액을, 폐는 공기를, 신장은 수분을 담고 있다. 이 장기들은 쉼 없이 늘 작동한다. 반면 무엇인가가 들어왔을 때만 적극적으로 일하는 장기들은 양의 장기다. 담낭은 음식물이 들어왔을 때 담즙을 분비하고, 위는 음식물이 들어올 때 활발히 움직이며, 소장과 대장, 방광 역시 배출할 것이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작동한다. 양의 장기는 해결사의 역할을 맡는다.


엄마의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흐른다. 멈추지 않고 늘 작동하며,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대지와 같다. 어린 생명에게 엄마는 곧 세상이고 우주다. 이 지지대가 있어야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나 역시 세 아이의 엄마로서 모성애와 부성애의 차이를 분명히 느낀다. 이것이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더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엄마는 자신의 몸에 생명이 깃드는 순간부터 사랑과 책임을 동시에 품게 된다. 나는 아이를 위해 좋아하던 술을 끊었고, 보고 듣는 것 하나하나에도 조심스러워졌다. 반면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고 갓난아기일 때는 그저 귀여운 생명체를 바라보듯 대하다가, 아이가 아빠를 알아보고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부성애가 점점 끌어올려졌다.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은 아빠가 되려 했다. 아이에게도 모성애와 부성애는 서로 다른 감각으로 느껴질 것이다. 아이는 열 달 동안 엄마의 자궁 안에서 엄마의 심장 소리와 기분을 느끼며 세상에 나오고,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에너지를 가장 안전한 것으로 인식한다.


미르의 향기는 바로 이런 감각이다. 엄마의 무한한 보호를 느끼게 하는 오일, 내가 흔들리지 않는 대지 위에 서 있는 안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향기다. 세상의 정서적 부작용과 해로운 경험들에 대해 미리 예방접종을 맞은 듯한 보호막을 형성해준다. 번지점프를 할 때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끈이 있기에 우리는 용기를 내어 뛰어내릴 수 있다. 미르의 향기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게 하고, 삶에 대한 신뢰를 다시 자리 잡게 하며, 영혼에 깊은 안정감을 준다.


미르는 무려 4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일로, 프랑킨센스와 함께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방향성 물질 중 하나다. ‘신의 오일’이라 불리며 종교적으로도 오랜 시간 사용되어 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죽은 자가 언젠가 다시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시신을 온존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심장을 제외한 내장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향료와 송진을 채워 넣었다. 그때 사용된 대표적인 향료가 미르였으며, 미르의 어원 역시 미라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미르 오일은 탁월한 방부력을 지닌다.

그래서 나는 미라처럼 변하지 않는 피부를 위해 화장품에 미르 오일을 섞어 사용한다. 미르 오일은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지수가 매우 높고, 보습 효과도 뛰어나 트거나 갈라진 피부, 발뒤꿈치 갈라짐에도 크림에 한두 방울 섞어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구강 관리에도 유용해 꿀에 1~2방울 섭취하거나 올리브오일에 섞어 오일 풀링을 하기도 하고, 치약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면 입안의 염증이나 상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미르 오일은 점성이 높아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매일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임산부에게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미르 오일은 어머니의 오일이며, 대지의 오일이다. ‘신의 오일’이라 불릴 만큼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을 잠재우며, 세상과 맞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안정감을 선물한다. 미르의 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치 이렇게 속삭여 주는 것 같다. “너는 안전한 곳에 있단다.” “이 지구의 모든 것은 너를 지켜주고 있어.” “너는 무한한 사랑을 받는 존재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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