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공허한 그대에게

티슈의 마음

내가 가장 아끼는 '그대'에게서 안부 문자가 왔다. 언제 보아도 예의바른 위엄을 갖춘 중세 기사처럼 멋있고 따뜻한 사람이다. 평상시 같으면 나는 문자를 보자마자 바로 콜을 하는 편인데, 이 날은 왠지 글자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내가 타로 상담사가 되더니 이제 신기까지(?) ...... 는 아니고, 방언터진 사람마냥 시간가는 줄 모르고, 눈치없이 내일 출근할 사람 붙잡고 수다 떨까봐 우아하게(?) 꾹~ 참았다.


"공허감이 인생에 늘 숙제인가봐요"


몇번의 문자를 서로 주고 받으며, 나는 꽤, 좋다는 말은 다 전송하고 마지막에 정신적 허기도 배고픔이니까, 곧 만나서 갈비 먹자는 말로 끝맺음을 했다. 그런데 내가 잠이 오지 않았다.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왜 우리는 영적세계와 육적세계의 분리(또는 이분) 때문에 괴로워 하는가? 왜 이 분리된 세계가 1년에 한번 밖에는 만날 수 없는, 천벌을 받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가? 고약한 하늘의 왕 같으니라고... 내가 옥황상제를 이길 수도 없고, 고작 생각해 낸, 오작교라는게 '갈비'라니... 이 얼마나 부조화, 부자연의 극치인가?


그래, 매직이 필요해! 열려라! 매직세븐!! 그대의 허락도 없이 들어간 타로의 세계.



아, 전차(메이저 7번)처럼 그는 앞만 보고 달려 온 40대의 가장 이었구나. 이제 더 이상, 세상을 호령 할 것 같던 범상치 않은 눈빛의 10대도, 귀신잡는 해병대원도 아니고 어느덧 민방위도 면제 받는 나이가 지났구나. 두 아이의 아빠로, 연로하신 부모의 아들로, 믿음직해야만 하는 남편으로, 직원들의 월급과 고객들의 의뢰를 맞춰야 하는 대표로, 이들 외에도 내가 모르는 역할이 더 있을 것이다.


소드 10번처럼 죽을만큼 힘들었구나, 어린 해병대원이 죽어도 아무도 기억 해 주지 않는 이 매몰찬 사회에서, 퇴역한 해병대원은 감히 힘들다는 말도 못했겠구나. 펜타클 5번의 인물들처럼 주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바라지도, 요청하지도 않고 춥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대한민국 40대는 그래야 하니까, 그래야 한다고 프로그램화 된 채, 영혼이라는 연료를 거의 다 태워버렸구나. 인생의 허리, 40대를 이렇게 텅빈 육체만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그대여,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메이저 9번 은둔자처럼,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내면의 평화를 찾길 바란다. 투우사와의 결투 후에 상처받고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퀘렌시아(querencia(스페인어))로 돌아가는 투우처럼, 거친 숨을 풀며 안정을 취할 장소나 재충전의 요소를 찾길 바란다.


너무 앙다문 입, 꽉 쥔 손(소드 에이스)의 근육을 풀고 긴장을 풀게나. 이 세상은 차가운 이성에 의해 단칼에 흑백이 결정된다거나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 해서 잘 돌아가는 건 아니라네. 목마른 딱딱한 육체를 살리는 건 부드러운 형체가 없는 물이야. 일단 마음이 만든 날카로운 생각(칼)부터 하나씩 뽑으시게. 그리고 대신 영혼의 물이 담긴 컵을 품에 안게나. 고통스러우면 울어도 괜찮아, 젠틀하고 나이스한 남자의 모습도 그대 모습이지만,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모습도 그대의 모습이니까. 까짓거 닦아내면 돼.


< 내가 퀼트로 만든 티슈 케이스

-너에게 난 이런 존재였으면 해! >


그러면 결국 그대에게 올 결과는 완드 4번처럼, 안정을 찾게 되고, 언제나 그랬듯이, 미소가 예쁜 아내와 올망졸망한 아들과 딸의 응원 속에서 생기를 찾고 힘차게 또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영혼과 육체가 만나 춤추는 날이 비록 1년에 한번밖에 오지 않는, 칠석날 같은 짧은 순간이면 어떤가? 1년동안 끄떡없는 밧데리로 마음을 충전하는 법을 우리 함께 찾아보세.


필요할 때 손 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항상 그대를 조용히 지켜보아주고, 그리고 (눈물콧물 흐르는)응급상황에서 더 필요한 (티슈같은) 존재가, 바로, 나였으면 하는 소망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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