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by 채현


앗.

꼭지를 너무나도 세게 땄나,

하이얀 팔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과즙이 마치 우리의 눈물 같아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지.


눈물이라 하기에는 가볍고, 태연하게 넘기기에는 큰일이기에

나는 우리를, 추억을, 아니 너를 통째로 졸여버리려고.

단향이 코끝을 스칠때, 아려오는 심정에 정맥이 펑, 하고 터져버릴것만

같아서 눈을 질끈 감았어.


진득한 과즙, 설탕, 열기.. 이 모든 것이 뒤섞인 너는 이제 병 안에 "비극" 이라는

이름으로 담겨버리고 한잔의 흉터로 남게 되었어.

아, 따가.

달디 단 흉터는 검붉은 피를 흐르게 만들고, 빵 위에 뒤덮인 추억들은 이제

더럽혀졌네.

더 이상 꽃도 피지 못한 이 열매의 상흔을 보지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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