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계절

by 채현

달그락.


수저를 매만질 뿐

나는 감히 우리의 추억을

다시 탐닉할 수 없다.


이제는 꽤나 농이 익어

옅은 보랏빛에서 진한

보랏빛으로 변해버린 무화과 잼.


변해버린 우리,

변해버린 사랑,

여전한 생채기


달그락.

수저를 매만지다 낡은 서랍에

집어넣는다.


똑, 하고 그 뚜껑을 열어버리면

나만의 판도라 상자에서 신

진물과 상흔이 괴물처럼

나올 거 같아서.


나는 그저 우리의 추억을 담은

보랏빛 무화과 잼을 바라만 본다.


지독한 사랑을 하였던 우리

지독한 단내를 지녔던 무화과


나는 차디 찬 유리병을 온기조차

남지 않은 앙상한 손으로 감싸쥐고는 알 수

없는 말만을 읊조린다.


지독한 사랑과 지독한 다툼을 했던

징글징글한 그 가을날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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