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집단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상담실에 들어가니 다섯 명의 내담자가 테이블을 둘러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긴장되는 강의실.
그중에 빈자리가 하나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를 빼서 마지막 자리를 채웠다.
곧이어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먼저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 체크를 했다.
그리고 이내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강의실 앞에 섰다.
그는 신뢰감이 드는 낮고 점잖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인원이 최소한으로 잘 채워져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참여하셨을 텐데,
앞으로 함께 돕고, 배워나가면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지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해 볼까요?"
첫째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어색한 사람들만 모여 있었기 때문에 다들 쭈뼛거리고, 목소리가 떨렸으며, 태도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는 한마디만 해도 양 볼부터 시작해서 귓불 끝까지 새빨개지는 증상의 내담자도 있었다.
어찌나 불안해 보이는지 발표를 기다리는 나조차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서 두 손을 꽉 움켜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일이 아니었다.
그 볼 빨간 내담자가 '사과'라면, 나는 손발을 벌벌 떠는 미싱이나 전동드릴이기 때문이었다.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항상, 음... 그러니까 목소리가 너무 많이 떨리고, 긴장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정말 진짜 고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원했습니다."
강의실 안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온몸이 빨래를 쥐어짜듯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 같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옆에는 의사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지 내 증상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긴장이 조금 줄면서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안도감이 들었다.
수업에서는 사회공포증에 대한 이론 설명을 기본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과 실제 일상에서 적용하면서 연습할 수 있는 인지 행동 요령을 배웠다.
특히, 인지 행동 기록지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고, 또 그 가운데 불안을 증폭시키는 잘못된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적는 기록지였다.
이것을 많이 작성하고 혼자 꾸준히 연습할수록 병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든 사회공포증이라는 병을 극복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병원에 가지 않을 때도 성실히 연습에 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담당자에게 내 의견을 이야기할 때, 물건을 살 때, 업무 차 전화를 받을 때 등 조금의 긴장만 느껴져도 기억했다가 집에 오면 기록지에 바로 적어 내려갔다.
'담당자가 내가 목소리가 떨려서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인지오류)
→ '그 담당자가 정말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을 한 것이 맞고, 그것이 내가 이상한 사람이고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인가?
→ 아니다. 목소리가 떨린다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한다.
→ 만약 상대가 나를 바보로 생각한 것이 맞다면? 그것이 정말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의미인가?
... (인지오류를 계속 고쳐나간다)
→ '조금 떨려도 그날 일만 잘 끝내면 된다' (결론!)
예를 들면, 위와 같은 인지오류 상황을 적은 이후, 나의 잘못된 생각을 고리를 잇듯이 고쳐나가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잘못된 생각을 고쳐 나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처음 생각이 높은 불안감 때문에 크게 부풀려진 오류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마음속에 새길 수 있는 한 줄 문장을 적어놓고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쉽게 긴장하는 이유는 평상시 불안도 자체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가정에서의 불안한 마음 상태가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일기를 쓰듯 매일 몇 장의 기록지를 작성하고 나면, 100 중에 70 정도였던 높은 불안 정도가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번에 고칠 수 있는 단순한 병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서 거머리처럼 붙어 성장해 온 불안의 그림자는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날마다 지속해 나가야 했다.
사회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부딪쳐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회피가 아닌 계속된 노출 훈련만이 나 자신을 새롭게 바꾸어 놓을 수 있었다.
집단상담 프로그램. 그것은 해지고 구멍이 나서 누더기가 되어버렸던 나의 인생을 덧대는 과정이자,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