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먹이로 주고, 자신의 사랑을 채우는 여자들
오후 8시 17분
“밥 주는 여자 또 왔어요.”
카페 직원들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이름은 있었지만,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무언가를 주는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풍채가 좋은 사람이었다.
어깨가 넓고, 팔은 둥글게 살이 올라 있었고, 얼굴은 늘 약간 붉었다.걷는 걸음은 묵직했고, 의자에 앉으면 등받이가 꽉 찼다. 사람들은 그런 몸을 보고 대체로 비슷한 말을 했다.
“복 있어 보인다.”
“잘 먹는 체질인가 봐.”
“성격도 후할 것 같다.”
그녀는 그런 말에 익숙해 보였다. 웃으며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을 조금은 과장된 유쾌함으로 설명했다.
“제가 좀 먹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나는 그녀가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녀는 메뉴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충 하나를 고르고, 절반 정도 남겼다.남긴 음식은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늘 봉지를 하나 더 들고 나갔다. 빵 부스러기 따위가 담긴 봉지였다.
광장은 카페 바로 앞에 있었다. 정오가 지나면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 한가운데에 서서 봉지를 열었다.빵부스러기가 손끝에서 떨어졌다.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허리를 조금 숙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천히 먹어.”
그녀의 표정은 다정해 보였다.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는 표정. 그녀의 발목 근처까지 비둘기들이 다가왔다.
날갯짓이 발등을 스쳤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빵 부스러기를 뿌렸다. 나는 그 장면을 유리창 너머에서 지켜보았다.
카페 직원이 말했다.
“저거 때문에 민원 엄청 들어와요.
배설물 때문에 상가 사람들이 난리예요.”
“그녀는 알아요?”
“알죠. 근데 ‘굶는 것보단 낫잖아요’래요.”
직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가 좋은 일 하는 건데 왜 뭐라 하냐고.”
나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비둘기들 사이에 서 있었다.
나는 카페 앞 광장으로 가본다.
그녀의 근처에서 말을 건넬 기회를 본다.
카페 밖 흡연 구역. 그녀는 담배를 깊게 빨았다.
“왜 그렇게까지 밥을 주세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배고프잖아요.”
그 대답은 간단했다.
“근데 주민들은 피해를 본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들은 예민해요.
저는 그냥 먹이는 건데.”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
“어릴 때도 이렇게 누군가를 챙기는 편이었어요?”
그녀는 잠시 웃었다.
“저는 챙김 받는 쪽이었죠.”
“부모님이요?”
“네. 우리 엄마는… 음식으로 사랑했어요.”
그녀의 말은 가볍게 시작되었다.
“딸, 이것도 먹어.”
“딸, 왜 이렇게 조금 먹어.”
“딸, 엄마가 정성 들였는데.”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안 먹으면 엄마가 되게 속상해했어요.
제가 엄마를 실망시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요?”
“그래서 그냥 먹었죠.”
그녀는 담배를 끄며 덧붙였다.
“엄마는 저를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그 문장은 확신처럼 들렸다. 나는 그녀의 몸을 떠올렸다. 먹어서 커진 몸이 아니라, 거절하지 못해서 커진 몸.
그녀는 계속 말했다.
“엄마는 항상 물어봤어요.
‘딸, 밥은 먹었어?’
그게 인사였어요.”
나는 물었다.
“지금도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지금도 가끔요.”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어딘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가 다시 광장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비둘기 밥을 뿌리고 있었다.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한 마리가 그녀의 간식 봉지를 쪼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야.”
짧은 소리. 비둘기들은 흩어졌다. 그녀는 봉지를 다시 움켜쥐었다. 잠시 뒤, 다시 빵부스러기를 뿌렸다.
“천천히 먹어.”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먹이는 손과, 쫓아내는 발.주는 사람의 얼굴과, 빼앗기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표정.
며칠 뒤, 카페 문이 열렸다. 마른 체구의 여자가 들어왔다. 눈매가 날카롭고, 입술은 얇았다.
들어온 마른여자를 보고, 밥주는 여자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몸이 굳었다. 여자가 말했다.
“딸.”
이름이 아니었다.
“딸, 또 여기야?”
그녀의 손이 떨렸다.
“밥은 먹었어?”
그 질문은 다정하게 들렸다.
그러나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질문이었다.
“가자. 집에 가서 먹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광장에서 비둘기들 사이에 서 있던 사람과 같은 체구였지만, 어딘가 작아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어머니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단단하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의 등 뒤에서 옷감이 미묘하게 들썩였다.
어깨뼈 사이가 불룩해졌다. 빛이 스치듯, 회색과 푸른빛이 보였다.
깃털 같았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딸, 엄마가 너 위해서 다 준비해놨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장면을 며칠 전 광장에서의 장면과 겹쳐 보았다.
“얘들아, 나 없으면 굶지?”
그녀가 비둘기에게 하던 말.
“딸, 엄마가 아니면 누가 챙겨.”
어머니의 말.
누군가를 배고프다고 상정하는 사람.
그 배고픔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문 밖까지 나갔다.
광장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그 순간 밥주는 여자의 코트 자락 아래에서 회색빛이 스쳤다.
그녀의 등이 조금 더 둥글어졌다. 목이 살짝 앞으로 기울었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고 생각했다.
짧은 깃털이, 옷감 사이에서.
그러나 확신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이끌고 걸어갔다. 그녀는 따라갔다. 비둘기들이 뒤따라 날았다.
카페 직원이 말했다.
“또 엄마랑 가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에는 그녀가 주던 빵 부스러기들이 남아 있었다. 비둘기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밥을 물었고,그녀는 비둘기에게 배고픔을 상상했다. 둘 다 상대의 표정을 오래 보지는 않았다. 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았다.
“밥은 먹었어?”
“굶으면 안 되지.”
누군가의 입장에서 출발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해소하기 위한 문장.
나는 다시 광장을 보았다.
비둘기들 사이에 조금 더 큰 몸집의 새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목이 유난히 두툼했고, 눈이 사람처럼 흔들렸다. 나는 눈을 비볐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먹이는 손과 먹여진 몸이 서로를 닮아간다는 느낌만 남았다. 그날 이후, 나는 선행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도.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밥은 먹었어?”라고 묻기 전에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 질문이 정말 그 사람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서. 광장에는 오늘도 비둘기들이 모인다.
누군가는 비둘기 밥을 뿌린다.
그리고 나는, 그 무리 속에서 날개가 자라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둘러본다. 누군가의 비둘기가 되어가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혹은 누군가에게 밥을 주는 비둘기는 없는지.
확신은 없다. 다만 어떤 사랑이 배려받지 못한 비둘기를 만들고, 그 비둘기가 또 잘못된 사랑을 주고 있지는 읺은지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