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이 키우지만 마을에 돈이 없어요

by 오탁구

5년 전 일이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러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학교 운영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칭쳉총! 치나!"라고 놀렸다.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도 떼로 몰려와 나를 둘러싸고 중국 사람이라고 놀렸다. 황당했다. '칭쳉총'은 탄자니아 사람들이 중국말을 흉내 낼 때 하는 말인데 기분이 나빴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는 달랐다. 예전처럼 학교 방문 허가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나를 중국 사람이라고 놀렸던 운영위원장은 우리 일행을 정중하게 맞았다.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수 백 명이 운동장에 나와서 선생님 손짓에 맞춰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환영했다. 이런 환대를 받아도 될지 황송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탄자니아 센터 핵심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국가 건강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일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동네 보건소나 국립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보험이 없어서 병원 진료를 못 받고 있었다.


주민들 이야기에 따르면, 전에는 동네 보건소에서 진료비를 못 내고 도망가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명쯤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올해는 그 수가 1~2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탄자니아에서 보내온 보고서만 보더라도, 아이들이 병원에서 공짜로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고 회복한 사례가 많았다. 어떤 질병에 걸린 지도 몰랐던 한 아이는 탈장 수술을 받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동네 초등학교에 가보니 교장 선생님이 교무실 벽에 크게 붙어 있는 표를 보여줬다.


종이에 빽빽하게 적힌 숫자만 보더라도 이 학교는 달랐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벽에는 국가 학력시험 합격률이 손글씨로 크고 반듯하게 적혀 있었고, 해마다 오르고 있었다. 최근 두 해는 테메케 구 전체에서 1등이었다. 아이들 출석률이 학교 성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다. 속담처럼 탄자니아 프로그램에 동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정기적으로 지방정부 공무원, 목사, 이슬람 성직자, 의사, 초등학교장, 주민 대표, 학부모, 파출소장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아이를 돌볼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여건이 안되면 동네에서 이웃끼리 돕고, 동네에서도 해결이 안 되면 국가가 나선다. 탄자니아에서는 국가 건강보험이라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 같은 외국 기관이 지원하는 자선성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귀국 후 탄자니아 사업 성과와 개선점을 정리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전문가 검토 의견까지 얹어서 상부에 보고했다. 나는 모든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외부 도움 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선 사업만으로도 뜻깊은 프로젝트도 있다. 그런데도 자꾸 우리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국제개발 업계에서 유명한 문장이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을에 돈이 없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떠나면 누가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줄 수 있을까? 마을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탄자니아 케코 마을에 사는 물고기야! 대체 너는 어디에 있니?


* 다음화는 '몽골에 만두 공방을 짓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전 03화이야기만 들어도 겁나는 해외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