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바다, 부레없는 우리 - 이집의 주인>
아침부터 시청 앞 정문이 소란스러웠다. 순찰차와 현수막, 피켓, 확성기 소리 등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지역의 개발업자가 우리시에 신청한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 계획이 전날 최종「승인」되자, 몇 달간 이어온 주민 집회가 최고조로 격앙된 상황이었다.
지역의 주민들은 시가 이권에 눈이 멀어 환경 파괴를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가 주민들의 생존권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형형한 눈빛에는 시와 공무원들을 향한 원망과 증오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사실, 그간 환경부서 담당 직원을 비롯한 관련 결재선 모두의 입장은 주민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 시설이 지역에 설치되는 것에 수위 높은 반대의 입장을 가졌고,“우리도 주민 여러분과 같은 의견입니다”를 수없이 외치기도 했다.
담당 직원은 개발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의 부실함과 기만을 밝히려 부단히 애썼다. 그러나 개발업자의 사업계획은 반려에 반려를 반복한 끝에, 결국 법적 요건을 완벽히 갖춘 서류가 되었다. 모두가 반대하였으나, 법과 제도에 따라 개발업자는 폐기물 처리 시설을 운영할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더 이상 법적 요건을 다툴 수 없었고, 서류의 형식과 내용도 흠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개발업자의 입에서는 행정소송, 직무유기와 같은 말들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담당 직원은 사업자와 주민 양측을 만나 사정해야 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법정 처리 기한 앞에 부질없는 야근도 거듭했다. 그리고, 처리 기한의 마지막 날까지 비워 두었던 보고서의 마지막 빈칸에는 “법적으로 이상 없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격앙된 대중 앞에선 담당 공무원은 “법적인 하자가 없으므로, 사업계획은 승인되었습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그밖에 달리 설명할 말도 없었다. 별의별 험한 말들도 등 뒤로 쏟아졌다. 죄스러운 마음과 모멸감이 함께 몰려들었다.
한편,‘이제 좀 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을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를 탓하는 사람도 없었고, 두둔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겪는 일이고, 또다시 자기 일에 몰두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제 이 사안에서 개발업자는 빠지게 되었다. 결국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서로를 탓하고 상처 주는 일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사안을 끝내기 위한 명분과 과정을 찾아야 했다. 끊임없이 일렁이는 바다처럼. 우리 모두의 서글픈 일상이 서로를 밀고 잡으며 무한히 반복되었다.
당신도 나도 이 집의 종이 아닙니다
이 집에 사는 모두가 주인인 것처럼
나도 당신도 이 집의 주인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주인을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나도 당신처럼 나의 가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당연히 나는 주인의 밥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나의 밥을 먹는 것입니다
다만, 나의 생업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일입니다
당신도 때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종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이 집의 주인이자,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나는 당신을
결코, 미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실
오랫동안 같은 바다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