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의 매력에 눈뜨다

불암산&수락산 연계산행

by 푸른치타

북한산 의상능선에 다녀온 후 난이도를 좀 낮춰서 향한 곳은 수락산. 깔딱고개를 올라 정상 주봉에 도착했다. 수락산에서 유명한 기차바위도 가고 싶었으나 당시엔 통제 중이어서 올라가지 못했다. 기차바위는 안전로프를 붙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경사가 꽤 가파르고, 추락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던 코스이다. 다만 통제된 이유는 사고 때문이 아니었다. 2022년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안전로프를 끊어 훼손시킨 바람에 재설치하느라 한동안 통제되었고, 2024년 10월에 재개방했다.


수락산 주봉

수락산 주봉 정상석은 사진에 있는 것처럼 2개이다. 2022년에 정상석이 실종되었고, 다시 찾아서 복원하는 사이에 누군가 정상석을 설치해서 2개가 되었다. 정상석을 실종시킨 범인은 잡혔는데 기차바위 안전로프를 끊은 사람이었다. 그는 일부러 정상석을 훼손해서 비탈길로 떨어트렸으며, 불암산 정상석도 훼손시켰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고, 정상석 옆에서 사진 찍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 배가 아팠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다시는 어떤 산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락산에서 찍은 전망

하산할 때 근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수락산은 기차바위 외에도 봉이나 줄을 잡아야 하는 구간이 짧게 있다. 내가 택한 하산코스에도 있었다. 밧줄을 잡고 오르내린 게 처음은 아니었다. 북한산 의상능선에서도 줄에 의존해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내려가다 힘이 풀려서 줄에 대롱대롱 매달리다가 백팩을 메고 있는 쪽에 살짝 부딪쳤다. 줄을 보니 의상능선 때 겪은 일이 생각나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고 2번째 대롱대롱을 겪어야 했다. 수락산에선 백팩을 메지 않은 부위가 부딪쳐서 조금 아팠는데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수락산에 다시 가고 싶었지만 처음 갔던 코스는 짧게 느껴져서 아쉬웠기에 다르게 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건 불암산+수락산 연계산행 코스였다. 약 12km 거리라 적절해 보였고 일주일 만에 또 수락산으로 향했다.


등산 가기로 한 날 새벽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 예보를 보니 오후는 되어야 그치는듯했다. 당시 6월 중순이 지난 초여름이었기에 오후엔 더위로 등산이 힘든 상황이었다. 우중산행을 할 자신은 없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잤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에 일어났는데 날이 개어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빨래를 돌리는 내내 '비가 일찍 그쳤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아쉬웠다. 내리쬐는 햇빛을 보며 갈팡질팡하다가 7-8월엔 더위, 장마로 등산이 어려우니 그냥 가기로 마음먹었다.


불암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해가 중천에 있었지만 올라가는 길은 나무가 빽빽하게 있어 여름 산행에 적합했다. 문제는 더위가 아니라 습도. 비 내린 직후라 습도가 높았고, 시작하자마자 몸이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졌다. 산행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기껏 멀리 찾아가 놓고 바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꾸역꾸역 올라가면서 든 생각은


'내가 미쳤지. 이 날씨에 뭐 하러 사서 고생하고 있을까 ‘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인데 누굴 탓하겠나. 다시는 이런 짓 안 해야겠다 생각했으나... 7월에도 여름 산행을 몇 차례 하면서 '내가 미쳤지'를 반복하게 된다.

불암산에서 찍은 전망
불암산에서 찍은 전망

어느 정도 올라가면 몸이 습도에 적응해서 움직임이 수월해지고, 땀이 식으면서 산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면 맑은 공기와 상쾌한 기분이 찾아오는 게 여름산의 매력이다.


불암산 정상에 도착해서 수락산으로 넘어갔다. 연계산행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길이 썩 좋지 않았다. 수락산 정상인 주봉을 지나 하산하는 길은 처음 갔을 때랑 다른 코스였다. 등산로 입구에 절이 있는데 6시 이후엔 통로를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다른 등산로를 찾아갈 자신이 없기에 식겁해서 시간을 확인하니 다행히 5시 50분!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코스 사전조사를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어플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gps 기록만 믿고 안 해서 큰일 날 뻔했다. 이날 이후에도 사전조사를 제대로 안 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몇 번 발생하게 되는 건 안 비밀


수락산 하산길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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