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의상능선
내 등력을 향상하는 데 가장 일조한 산을 꼽자면 주저 없이 북한산이라고 할 것이다. 등산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다닌 산이고 암릉 구간부터 종주까지 연습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 사람들에겐 친숙해서 그런지 멋모르고 쉬운 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결코 쉽지 않다.
북한산에 처음 도전한 날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7시에 지하철역에서 내려 등산로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평일 출근시간 때 못지않게 버스가 꽉 차서 놀랐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 많고, 그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일찍부터 움직이는 걸 보니 게으르게 지냈던 날들을 좀 반성하게 되었다.
이 날 선택한 코스는 의상능선. 코스 설명에 난이도 expert라고 적혀있는 걸 봤지만 ‘그래봤자 얼마나 어렵겠나’ 하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갔다. 관악산을 3번 오른 후 자신감이 붙은 상태여서 멋 모르고 무작정 높은 난이도에 도전했다. 등산로 입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의상능선으로는 잘 안 가는 걸 보고 불길함을 느끼긴커녕, 사람이 많지 않음에 그저 좋아했다. 물론 좋은 건 잠깐뿐이었다.
의상능선에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경사가 나왔다. 아차산, 관악산에서는 누구에게 뒤처지긴커녕 제치고 올라가느라 바빴는데, 이때 처음으로 뒷사람에게 먼저 가도록 양보했다. 바위를 짚으며 올라가는 구간에선 다른 등산객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지만 곧 스스로 자만했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의상봉이 가까워지자 주변 경관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북한산에 몇 번 간 적 있다. 그땐 모든 산이 다 똑같아 보여서 부모님께서 왜 멋있다고 좋아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이제 직장인이 되어 혼자 등산 다니니 이해가 되었다.
능선을 따라 용출봉, 용혈봉 등 각종 봉을 거쳤다. 처음엔 사진 찍으면서 감탄했는데 막판엔 사진이고 뭐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길이 끝나기만 애타게 바랐다. 그래도 이 날 고생한 이후로 체력이 확 늘었다. 자만하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