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해서 뭐가 좋았을까?
계속 글을 쓰면서 나 개인의 역사를 주저리주저리 풀어 놓았는데 내적 갈등이나 불안을 루틴으로 완벽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반복적으로 되뇌였지. 그렇다면 루틴은 별 효용이 없으니 집어쳐야 되지 않나?하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따뜻한 마음씨로 내 곁을 지켜 주는 가족도 없이 홀로 모든 걸 감내해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매달릴만한 버팀목이 필요했던거야. 담배는 전혀 피워보지도 않았고 술은 별로 즐기지 않으며 독서와 음악을 향한 열정도 사라져갈 무렵, 운동과 공부 그리고 마음 다스리기와 재테크에 꾸준히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지금을 버티고 미래를 기약하는 선순환을 준비하는 것이지. 내 우울증이 최고조에 달했을때에도 피스톨 스쿼트와 영어 공부는 멈추지 않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 소중히 남겨서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의 과반수는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던데 나는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버티었기에 나름 할만큼은 했다고 생각해. 혼자 산다고 방탕하게 인생을 소진해버리는 수순을 스스로 거부하고 누가 봐도 자기 관리를 멈추지 않고 자신을 격려하는 것이지. 공연한 하소연이나 주변 사람에게 내면의 화를 내품는 것 보다 아무도 모르게 수양을 쌓고 단련하고 싶었어. 팔 굽혀 펴기나 스쿼트에 몰두하는 순간만은 나를 괴롭히는 고민 거리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기에 건전한 방식으로 심신을 정돈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일터에 가서 번뇌 공방전에 휘말리는 것을 반복해왔어. 어제의 나보다는 더 건강하고 똑똑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루틴으로나마 실현시켰기에 감내할 수 있었지. 외국어 공부를 하고 늦었지만 재테크 공부도 하면서 언제일지 모를 제2의 인생도 부족하게나마 대비하고 있다구. 루틴을 이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살아있으며 의지를 가지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선언이자 약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