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운동의 이모저모(4)

팔 굽혀 펴기의 도전을 끝맺다

by 필립

땀에 절고 가쁜 호흡에 고통스러워하면서 팔 굽혀 펴기 100개를 채웠건만 근육은 60개 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이 운동의 한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 반복 횟수가 다는 아니야. 다시 인터넷을 뒤져 보니 본인이 최대로 6~12회 반복할 수 있는 무게로 근육에 저항을 주어야 한다는데 몸무게를 무한정 늘릴수도 늘리기를 원하지도 않기에 다른 방법을 택해야만 했어. 자세를 바꾸주기만 해도 상당히 운동 강도가 높아진다길래 여러 가지 시도해 보았어. 한팔로만 굽혔다 펴는 원암 푸시업을 목표로 정진했는데 한개는 커녕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팔을 굽히는 것조차 불가능했지. 이미 유튜브로 다양한 난이도의 변형 자세를 보았는데 기본형만 100개 반복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어디가서도 팔 굽혀 펴기 잘한다고 자신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어. 그래서 원암 푸시업의 준비 단계로 추천되는 아처 푸시업으로 몇달 연습했지. 한 팔을 쭉 펴고 반대편 팔을 굽혀서 가슴과 어깨를 번갈아가면서 자극을 주는 좋은 동작이야. 기본형 100개를 하는 수준이었지만 아처의 활쏘기 자세로 변경하니 20개 정도 하고 일주일동안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앓았어. 아처 푸시업으로 40개정도를 꾸준히 하면서 내 근력이 한단계 스텝업했다고 확신했었지. 오히려 어깨보다는 팔과 대흉근에 집중적으로 작용하는 원암 푸시업보다는 상체 전체의 근력을 균형있게 단련시키는 아처 푸시업이 낫지 않나하고 생각도 많이 했었어. 하지만 당초 목표로 삼았던 원암 푸시업을 해내지 못한다면 너무도 아쉬울 것이 뻔하기에 중도에 포기한다면 먼 훗날에 이처럼 다시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것도 같더라구. 마음 앓이도 오랫동안 했드랬지. 그러다가 조금씩 노하우를 축적해가면서 불완전한 형태의 원암 푸시업부터 해나가기 시작했어.

우선 바닥에 맞대고 지탱하는 팔을 가슴팍에 붙이고 전신의 무게를 팔꿈치에 싣는 다고 생각하면서 자세를 잡고 팔을 천천히 굽혔지. 처음에는 팔을 안정적인 자세로 굽히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 나중에는 팔을 펴면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더 어려우 졌지만... 골반을 뒤틀어지지 않고 영 어깨를 지면에서 수평으로 유지하면 너무 힘이 드니까, 처음에는 골반을 뒤틀어서 체중을 두 발에 균등하게 싣고 하니까 한두개씩 되더라구. 그걸 원암 푸시업 자세라고 가르치는 유튜버도 있었구. 2년전에 회사 건강 검진을 마치고 귀가해서 그 자세로 10회씩 2세트를 해내고 이제 수준에 도달했구나 하면서 만족하기도 했었어. 하지만 많은 유튜버들이 골반과 양어깨의 수평 각도를 지키면서 완벽한 자세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 멀었다고 한탄했지. 이내 골반에 힘을 주어서 수평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팔과 반대 방향의 다리로만 전신의 체중을 유지하는 정자세로 다시 단련을 시작했지. 그렇게 해서 서너개 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꼬박 1년 넘게 걸렸나? 반복 횟수 1개 늘리기가 힘들었어. 나중에는 10~11회 반복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맨몸의 전사]라는 책을 읽고 평소에는 실패 지점까지 도달하지 말고 최대 반복 횟수의 절반까지만 하면서 가끔씩 기록 경신하면 된다는 가르침에 5~6회로 줄었는데 내가 책에 속은 것 같아. 다시 근력이 5~6회 반복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어.아직도 속으면서 어리석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어.

나의 원암 푸시업 동작, 촬영 각도가 애매하네요

일년전 출근길에 빙판길에 넘어져서 그만 오른 손목이 보기좋게 부러져 버렸어. 손목 관절 내부까지 골절되어서 고정하는 수술을 했지. 다쳤을때 제일 먼저 염려가 되었던 걱정 거리는 어렵게 성취한 원암 푸시업을 다시 처음부터 시도해야 하나?하는 것이었어. 내 두려움은 이내 현실이 되어버렸지. 수술후 한달후부터 성한 왼팔로 원암 푸시업을 했는데 처음에 3회를 가뿐히 해내더니 다음에는 5회를 반복하면서 금방 예전의 근력을 되찾을 수 있었어. 그러나 오른 팔 운동은 당분간 조심히 삼갈 수 밖에 없었고 3개월이 지나서야 조심조심 시작했는데 팔 굽히다가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어. 원암 푸시업 한개의 소중함을 다시 뼈저릴만큼 느끼면서 억한 심정도 되었어. 확실히 등 뒤의 어깨 근육의 크기 차이가 왼쪽, 오른쪽 차이가 극명하게 인식되었었지. 하지만 원암 푸시업을 할 수 있었기에 성한 왼팔만으로도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운동의 은혜라고도 할 수 있겠어. 영화속 비련의 주인공의 심정과 함께 몇달을 시도한끝에 한개, 두개 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수술후 1년여만에 왼팔, 오른팔 모두 각각 10회 이상 반복 가능한 수준까지 근력이 회복되었지만 다시 오른 손목 관절을 고정하는 티타늄 판과 나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지.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수술후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같아. 그래도 손목 고정 수술을 받은 후에는 원암 푸시업 요령을 처음부터 복기한다는 효용이라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수술은 그냥 헛되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속이 쓰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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