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학교와 수업에 관한 몇 가지 질문

기획-코로나19 시대의 역사교육(3/3) 3편 : 전망과 제언

>>강화정(부산교육정책연구소) 1)



기획-코로나19 시대의 역사교육(3/3) 3편 : 전망과 제언-뉴노멀 역사수업의 자격

코로나 시대, 학교와 수업에 관한 몇 가지 질문

- 배움, 만남, 연결의 문제를 중심으로


편집자주 : 여름호에서 시작했던 기획 ‘코로나19 시대의 역사교육’은 겨울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어찌 보면 모순 같다. 코로나19와 비대면 수업이라는 초현실적 현실은 그 자체로 ‘현안’이었다. 어떻게 섣부르게 현안을 기획기사로 다룰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현안은 역사교사들에게는 삶의 현장이자 깊은 고민의 대상이었다. 본 기획을 1회만에 끝내지 않은 이유다. 그 과정을 따라가며 논의를 심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 기획이 많은 역사교사들에게 작은 영감이라도 선사해줄 수 있었다면 에디터들은 보람일 듯 하다.

기획의 대단원은 강화정 선생님의 글로 마무리 한다. 그의 글은 코로나 시대의 역사수업 실천과 관련한 전망과 제언을 담았다. 방역의 부침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계속된다. 달라진 환경에서 역사교사는 역사답게 가르치는 ‘영혼을 지키는 역사수업’을 해나갈 수 있을까? 강 선생님의 글에서는 이를 위한 조건을 위한 몇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부산 신정고 교사, 부산역사교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부산교육정책연구소에 파견 중이다.




Ⅰ. 서론


2020년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엮어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취가 ‘전염병’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동과 교류는 멈추고 일상적 만남마저 어려워졌다. 코로나19의 유행이 바꾼 세상은 낯설고 두렵고 우울한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코로나가 세상을 바꾼 현실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코로나가 세상을 드러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한 듯 보인다.

가령, 교육격차의 문제를 살펴보자. 코로나 이전에도 교육격차는 교육계의 중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계층 간 교육격차는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코로나로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장면들이 이제는 각자 집의 ‘거실 교육’2)에 머물게 되면서 온라인 수업3)을 위한 접근성과 물리적 여건의 차이가 생겨났다. 무엇보다 거실에 머무는 동안 돌봄을 받는 정도에 따라 학생의 물질적․심리적지지 정도가 달라지고 이것이 교육격차의 문제와 연관된다.

또한 ‘학교가 피난처인 학생들’ 즉, 학교에 와야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육은 격차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복지’의 문제였다. 장애학생들도 코로나로 학교에 오지 못하자 교육복지의 혜택과 멀어졌다. 또, 학생이 없는 학교 현장에서 급식노동자와 돌봄 교사의 처우 문제가 불거지는 등 학교를 일터로 가진 노동자들에게도 코로나의 여파가 미쳤다.



2) 정용주,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오늘의 교육』57, 교육공동체 벗, 2002, p.18.

3) 본고에서는 비대면의 원격수업이란 의미로 ‘온라인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코로나가 ‘드러낸’ 교육계의 문제는 실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학자 피터스는 교육에서 민주주의를 다음의 3가지의 의미로 설명하였다. 첫째, 교육의 기회가 공정하게 배분되는 ‘교육의 민주화’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교육격차와 교육복지의 문제가 이와 연결된다. 둘째, 개별학교의 조직 자체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민주적 제도로서의 학교’이다. 조직의 민주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평등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정규직, 비정규직, 공무직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으며 노동자간 차별적 처우가 중요한 이슈이다. 셋째, 학교가 민주사회의 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능과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다. 디지털 소통 도구가 바뀌었더라도 민주주의 혹은 민주시민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염병과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초국적 협력이 강조되고 세계시민교육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

본고는 코로나 시대의 교육을 피터스가 말한 민주주의의 세번째 측면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코로나 이후 실시된 온라인 수업을 기술적․물리적 변화의 측면을 한정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가르치는데 어떤 효용성과 한계를 가지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이때 학교현장의 온라인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사/예비교사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예비교사들의 교육실습일지와 각종 교육 잡지에 투고된 교사들의 글을 통해 그들이 보고 겪은 생생한 고민들을 살펴보려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참고/분석한 자료는 (표1)과 같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온라인수업의 새로운 장면을 만나고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혜롭게 건너갈 방법도 함께 모색해 보려 한다.



표2 - 분석 자료 목록


・<2020 교육실습일지>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소속 12인)

・교육실습생 대상 4개 집단(교생실습 학교별) 면담 녹취록(2020.5.28.~6.5)

・민들레 편집부, 『민들레』130, 도서출판 민들레, 2020.

・민들레 편집부, 『민들레』131, 도서출판 민들레, 2020.

・교육공동체 편집부, 『오늘의 교육』56, 교육공동체벗, 2020.

・교육공동체 편집부, 『오늘의 교육』57, 교육공동체벗, 2020.

・교육공동체 편집부, 『오늘의 교육』58, 교육공동체벗, 2020.

・크리킨디센터 전환연구소, 『코로나 이후의 전환』, 교육공동체벗, 2020.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교육』129, 2020.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교육』130, 2020.

・역사교육연구소,『사발통문』, 2020.




본고는 다음의 3가지를 연구문제로 설정하였다. 첫째, 코로나 이후 변화된 학교의 풍경을 2020년 5월 온라인 개학 한 달 후 학교를 방문한 예비교사 즉, 교육실습생의 기록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교육실습생에게 사관(史官)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그들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려 한다. 예비교사의 시선으로 살펴볼 코로나 시대의 학교와 온라인 수업의 모습이 어떠한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둘째,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을 현장의 교사와 예비교사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전면화 되면서 미래교육이 급속하게 구현/실현되었다는 세간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온라인 수업이 과연 초중등 교육의 ‘미래’가 될 수 있는지, 어떤 긍정성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따져보려 한다. 셋째, 온라인 수업을 비롯한 코로나 시대의 교육적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지 탐색하려 한다. 고민의 첫 시작은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탐색 결과와 연동하여 ‘만남’, ‘연결’, ‘성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교육의 문제를 살피고, 지금처럼 만나지 못하는 시기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숙고해보려 한다. 특히, 협력적 배움의 가치를 고심하고 실천해 온 혁신학교에서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배움 중심 활동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구현하기 위한 만남의 과정을 방역상의 이유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명명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장기 비상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대안학교 교사 정형철이 현재의 코로나 19 유행과 팬데믹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의 표현을 빌려 온 것이다. 이 단어는 인류가 이전처럼 화석 에너지에 의존한 성장의 욕구와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면 인간에 의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은 앞으로도 빈번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담은 용어이다. 4)


Ⅱ. 코로나 시대의 학교와 수업 풍경


코로나 시대의 학교와 수업은 어떤 모습일까? 2020년 5월 25일부터 이 주간 실시된 교육실습에 참가한 대학/대학원생들의 일지와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그 모습을 추정해보려 한다.5) 교육실습생인 예비교사의 눈으로 코로나 시대의 학교 풍경을 묘사하려 한 이유는 그들이 가진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 ‘예비’ 교사이기에 학교 안 구성원은 아니지만 대학(혹은 대학원) 기간 내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전문성을 갈고 닦은 존재들이다. 학교 밖에 존재하나 학교 내부의 상황과 논리에 촉수를 세우며 알고자 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남긴 기록 속 학교 풍경은 코로나 이전 시기 5월의 학교 풍경과 사뭇 달랐다.

더구나 교생실습이 시작된 5월 25일은 막 등교 개학이 이루어졌거나 학년에 따라 등교 개학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2020년 3월 2일 개학은 총 4차례 걸친 연기 끝에 4월 9일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고6) 등교수업은 그보다 한 달이 더 늦은 5월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실시되었다. 7)


4) 정형철, 「장기 비상시대의 교육」, 『민들레』56, 도서출판 민들레, pp.26-27.

5) 2020년 교육실습일지는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및 해당학교의 교육대학원 대학원생 총 12명의 동의를 얻어 수집된 자료이다. 면담은 실습기간 동안 총4개교(다행복학교 3곳, 일반학교 1곳)을 방문하여 총9명의 교육실습생과 면담한 내용이다.

6)개학 연기 과정 및 온라인 개학일은 다음과 같다.

캡처.JPG

“처음으로 초중고특수학교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실시”, (2020.3.31. 교육부 보도자료) https://www.moe.go.kr/boardCnts/list.do (검색일자. 2020.10.30.)

7) “유초중고 특수학교 등교수업 방안 발표” (2020.5.4. 교육부 보도자료) https://www.moe.go.kr/boardCnts/list.do (검색일자. 2020.10.30.)



캡처.JPG [표 2] 학년별 등교수업 시작 시기(교육부 안)


예비교사들의 눈에 비친 5월말 학교의 풍경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눈에 학교는 방역 원칙을 준수하는 공간, 방역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학교의 모습이었다. 교육실습일지에는 ‘자기진단’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등교수업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더욱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밑줄 표시 저자)




○ 2020.6.3. 수요일 전달사항

1. 학급 조회 사항 – 사회적 거리두기, 다른 반 출입금지. 등교 전 자가진단

2. 학급 종례 사항 – 생활방역 강조


2020.6.4. 목요일 전달사항

1. 학급 조회 사항 – 시험 수행평가 등의 1학기 교과별 평가계획표 배부

2. 학급 종례 사항

– 매일 뒷문을 열어둠. 자가 진단 매일 아침 하기. 하교 후 PC방 노래방 출입 삼가

- A의 <교육 실습일지> 중에서


○ 2020.5.25. 학급 운영 및 생활지도

- 학생들의 건강 상태 및 등교 준비 상태를 확인

- 교실 구조의 변경을 공지하고 화상 카메라를 통해 교실의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등교하게 될 학생들과 어색함을 줄일 수 있도록 함


2020.6.1.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

- 건강상태 점검, 개인위생 관리 철저, 급식실 내 자리변경, 이탈 금지

- B의 <교육실습일지> 중에서


○ 코로나 19 대응 회의 참관

내용 및 소감 : 학생들의 등교를 앞두고 교내의 모든 선생님들이 코로나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 등교 당시 발열조를 만들어 선생님이 돌아가며 열화상 모니터링, 발열 재측정, 일시적 관찰실, 학생 거리 유지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학생들의 등교 지도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나이스 체온 등록 방법, 쉬는 시간 학생들 제재 등 몇 가지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점차 해결책 논의를 통해 개선될 것을 보인다. - C의 <교육실습 일지>중에서



한 교육실습생은 실습일지 마지막에 ‘교생의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코로나의 위험에 대해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자각시킨다. 이것은 현시대 상황을 나타낸다.’며 코로나 시대의 학교 풍경을 기록했다. 이 풍경 속에는 방역과 안전을 위한 학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편으로 방역 원칙 속에서 어떤 수업이 가능했는지 몇몇 장면을 살펴보자. 수업장면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A)과 대면수업(B)으로 나눠진다.




A-1 :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장면1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하는데 대부분 EBS 링크를 연결시키거나 한다고 하시는데. 그런데 선생님은 하나하나 밑줄 그어라, 교과서에 적어라 등을 말씀하시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려 하셨다. … 다만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도 많고, 어디에 있는 무엇을 과제로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다. 저럴 때는 어떻게 교사답게 얘기해야 하는가 – (5.25. D의 <교육실습 일지>중에서)


A-2 : 온라인 비대면 수업 장면2

1. 인사, 출석체크, 당부, 소통 :

- 아이들이 정시에 모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밴드band) 라이브를 미리 시작한다.

2. 복습 : 고대 국가 성립과 중앙집권이라는 키워드 설명. 고대 국가 성장 단계 및 특징 복습

3. 강의

- 건국신화 / 우리나라 건국신화의 공통점

- 수도, 왕조계보 + 역사흐름 그래프 개관

- 전성기 왕 :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업적 *비석

4. 의문노트 (Zoom, 10분) : 일방적인 성격이 강한 온라인 수업에서는 진도 진행이 동일하게 이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확실히 현장은 달랐다. 단순히 수업 일수 차이 이외에 조금씩 진도가 달랐다.

# 의문노트 구성- 의문, 의문 이유 / - 짝, 모둠토론(온라인에서 생략) / - 탐구 및 내 생각 / - 참고자료, 더 읽을 책 / -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내용

# 중간에 네트워크상의 문제로 수업이 일시적으로 끊기기도 함. 그러한 돌발 상황에도 교사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수업을 이어나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선생님께 질문한 것 : 온라인 수업에서 아이들의 답변(혹은 발언) 빈도는 실제 수업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 - (5.12. E 수업 참관 기록)



위 2개의 기록에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두 교사의 모습이 보인다. 강의형 수업은 동일하게 이루어졌지만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달랐고, A-2의 경우 수업 내에 2개 플랫폼을 이용했다. 기록자인 교육실습생들은 온라인 수업이지만 어떻게든 ‘소통’하려는 교사들의 모습을 포착하였다. 온라인 수업에서의 어려움도 주목되는데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자발성의 문제, 온라인 수업을 실행하기 위한 물리적 여건의 미비로 인한 어려움 등이 존재했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 E 교육실습생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빈 교실에서 선생님과 나 단두명만 서서 화면을 보며 수업을 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쓸쓸한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5월로 넘겨져 있는 달력을 보면서 학생들이 없는 교실에 모든 게 멈춰있지만 선생님들은 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2020.5.12. E의 <교육실습 일지> 중에서)


그러다 6월초 대면 등교가 시작되었다. <교육실습일지>에는 ‘교실이 완성된 느낌’, 이어폰 넘어 학생들이 대답하는 소리와 웃음소리를 (현장에서 들으니) 반갑고 새롭다‘며 활기를 되찾은 학교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드디어 첫 대면수업이다. 책상과 의자만 있을 때는 교실이 그래도 꽤 넓게 느껴졌는데 25명. 내가 학교 다닐 때 비해 줄어든 학생수 임에도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으니 빼곡한 느낌과 더불어 교실이 완성된 느낌이었다. - (2020.6.3. A의 실습일지 중에서)

**오늘로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2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하였다. 화면으로만 만나보던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있으니, 학급 자체의 분위기부터 달라진 느낌이다. 항상 이어폰 넘어 들리던 학생들의 대답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반갑고 새로웠으며, 계속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 (2020.6.3. F의 실습일지 중에서)


등교 개학 이후 이뤄진 대면수업의 몇 장면을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B-1 : 등교개학 이후 대면 수업1


학습지를 통해 Ⅰ/Ⅱ/Ⅲ 단원 문제 풀이. 역사란 무엇인가, 사실로서의 역사, 인류 진화과정부터 삼국통일까지 단원 정리 및 시험에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시고 발달 돌칼을 직접 학생들에게 보여주어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5,6교시 이어지는 역사수업으로 학생들도 힘들고 선생님도 지칠수 있는데 직접 제작한 유물을 소개하며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해주셨다. 위두랑 과제를 못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남겨서 마무리 할 수 있게 수업 이외 영상을 보여주시고 문제를 다 풀고 하교하도록 지도하셨다. (6.3. G의 <교육실습일지> 중에서)


B-2 : 등교개학 이후 대면 수업2


민주공화제의 개념 설명을 진행하고, 전반적인 근대사의 흐름을 가르쳐주셨다. … 학생들에게 글을 읽어보도록 시키셨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셨다. ‘민권이 강하면 왕권이 약해지니?’라고 물어보고 이유를 계속 물어보고 상대의 의견을 반박해보라고 한다.친구에게 말해보라고 이야기하고 교실을 돌아다니신다. 학생주도형 수업을 눈으로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 수행평가에 대한 지도를 하셨는데, 예상보다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6.2. H의 <교육실습일지> 중에서)



등교 개학 이후 수업은 ‘직접적’인 교류, 만남, 소통의 장면을 포함한다. 다만, 수업의 장면은 교과의 내용과 진도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B-2에서 대면 등교 이후 곧 치러질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교사는 온라인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다시 확인하고 시험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다른 이의 <교육실습 일지>에서도 수업시간에 ‘채점기준과 출제 범위’를 자세히 설명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9) 등교수업을 통해 실제적 만남이 이뤄지면서 온라인 수업에서 해소하지 못한 또 다른 배움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연구자의 기대와 달리 평가(중간고사 혹은 수행평가)을 준비하며 교과(역사)지식을 정리하고 암기하는 모습이 전개되었다. 평가와 학사 일정이 과연 학생의 배움을 지원하고 있는가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다.

B-2 수업에서 학생과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는 교사의 모습이 보인다. 이를 관찰한 교육실습생은 해당 수업을 ‘학생주도형 수업’이라고 명명하는데, 면담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H : 김예린(가명) 선생님은 정말 혁신학교다운 수업을 하셨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학습지의 활동에다가 학생들이 발문하고 그 다음에 토론을 시키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수업 활동 같은 것요. … (코로나 국면에서 토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게 형식적인 토론이 아니라. 만약에 오늘 수업에서 나온 거라면 어떤 친구는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발언을 할 때 김예린 선생님이 여기에 반대되는 친구를 찾고 그 친구가 이 친구를 반박해 보도록 해요. 그러면 이 친구가 다시 재반박해보도록 하고. 이런 과정을 그냥 즉석에서 만들어내세요.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요.



B-2 수업 장면에서 평소 모둠별 토론 수업을 주로 하던 (지도) 교사는 방역상의 이유로 모둠을 구성하지 못하게 되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수업 참여를 독려해나갔다. 교사가 학생 질문과 답변의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였다. 모둠이란 작은 집단 속에서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서사를 형성해가는 장면과 비교할 때 교실 공간에서 교사가 질문을 던지고 질문의 논제와 논거를 제시하는 방식은 모둠별 수업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그러나 코로나 국면에서의 ‘차선책’으로 보여 진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학생참여 수업의 가치를 이어 나가려는 김예린 교사의 노력을 보며 수업 논의에서 학생들의 ‘배움’ 그 과정과 내용에 천착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배움’의 관점에서 본 온라인 수업에 대해 살펴보자.



9)“한국사 범위에서는 진도가 끝이 나서 세계사 시수 보충에 앞서 중간고사 안내가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이후에도 학생들이 시험이란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채점 기준 혹은 출제 범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6.1. F의 <교육실습> 일지 중에서)




Ⅲ. 온라인 수업 톺아보기


1. 교사/예비교사들이 말하는 온라인 수업의 강점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 감염병의 유행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3월 2일 개학 예정일부터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기 전까지 두달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4차례 연기 끝에 더는 개학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결정된 온라인 개학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지원 자원도 준비 시간도 부족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할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기술적 접근법을 익히는 일 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 속에서 자신의 수업 철학과 가치를 구사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에 빠르게 적응해갔고 온라인 수업이 가지는 긍정적 측면을 찾아나갔다.

교사/예비교사들이 말하는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과물을 교사들이 충분히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은 온라인 수업은 학습자가 자신의 공간에서 하나의 주제와 관련한 과제를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때 학생은 주체적으로 배움에 참여하며 자신의 인식을 넓혀갈 수 있다. 교사는 피드백을 통해 학습의 방향과 내용을 점검하며 학생 활동을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 온라인 수업에서 대단히 인상 깊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이제 개별적인 지도가 가능했다는 것, 얼마만큼 학생이 이해했는지 바로바로 볼 수 있고 피드백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되게 긍정적으로 봤어요.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C의 발언


○ 수업에서 참여도 부분이 제일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저는 만약에 제가 딱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닥쳐서 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래도 글쓰기 수업을 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5분, 10분 주고 갑자기 생각을 써봐라 이렇게 하는데.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수업 듣고 자기 생각을 쓰면 훨씬 다양하고 깊은 생각이 나올 것 같아요.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D의 발언


○ 나는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의의는 숙제의 중요성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한다. 과제를 한다는 것은 첫째, 자기 주도성을 필요로 한다. 둘째, 교사의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이 두 가지가 우리 교육에서 상당히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지필평가가 중심인 구조에서 수행평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이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평가의 관계(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중)를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숙제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까? 교사는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논의다. 10)


○ 온라인 수업에서 좋았다고 생각했던 게 저희 담임 선생님이 수업을 하실 때 이제 구글 문서를 학생들에게 과제로 제출, 보내주고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하고 있는지를 이제 확인을 하시고, 그 댓글을 바로 바로 달면서 격려도 해주시고 이 부분은 수정해야 된다, 이렇게 해주시고 또 오픈 카톡으로 이제 질문도 받아가면서 하시는 게 저는 뭔가 처음에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충분히 코로나 이후에 그냥 수업 풍경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B의 발언



포스트 코로나 교육 담론에서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의 보조 역할이 아니라 대체제가 되고 학생들의 개별화된 교육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공동체 교육과 온라인 개별화 교육의 조화가 가능하게 만들었다거나 온라인 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진행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등의 경험이 이후 또 다른 형태의 전염병이나 천재지변 같은 재난 상황을 대비하고 4차 혁명으로 인한 미래 사회변화를 준비할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11) 이들이 그리는 교육의 변화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습의 과정이 충분히 구현될 수 있고 대면수업과 구별되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다고 인식에 기반 한다. 그 장점의 하나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배워나간다는 점이다.

코로나 19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배움과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수업을 상상하는 장면에서 동료 간의 협력적 관계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교과나 학년의 틀 속에서 이뤄지던 교류가 한 학교 공동체 전체로 커갔고 활발해졌다.


지난 몇 개월, 교사들은 일평생 사용해본 적 없는 근육들을 한꺼번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피로감 속에서 번아웃의 쓰나미를 막아낸 것은 협업, 동료, 연대와 같은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유튜브나 플랫폼을 통해 앞선 경험을 공유하고 힘든 현실을 명랑한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12)


대다수의 교사들은 당황스러움과 혼돈을 넘어 각자도생의 길을 찾다가 함께 배우면서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학교별로 구글 도구 및 프로그램 이용을 위한 각종 연수를 기획하고, 영상 제작과 화상 채팅 등을 위한 자기 학습을 하고, 인공 지능 더빙을 이용해 녹화도 한다. 연구회 등을 만들어 미래형 수업을 같이 준비하자는 학교내 움직임도 있다. 교육청 소속 연구회 등을 통해서 학교 간 소통과 공유가 살아나 오히려 이 시기 교사 집단의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했다. 13)



10) 김진우, 「코로나 시대, 한 교사의 응전일기」, 『코로나 이후의 전환』, 교육공동체 벗, 2020, pp.94-95.

11) 이상철, 「‘포스트 코로나’ 관련 국내외 교육담론에 담긴 교육정책적 시사점 탐색」, 『부산교육 이슈페이퍼』, 부산교육정책연구소, 2020, pp.7-9.

12)이충일, 「온라인 수업이 교육이 던지는 질문」, 『민들레』130, 도서출판 민들레, 2020, pp.17-18.

13) 정수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의 교육』57, 교육공동체 벗, 2020, p.67.



그러나 모든 학교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으로 젊은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 전체를 내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젊은 교사’는 설민석과 최태성을 보며 익혔던 인터넷 강의의 느낌을 담아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갖가지 편집 기술까지 써온 온라인 수업 영상을 멋지게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교과 담당 파트너는 그 교사만 바라보게 되었고 그는 본인이 맡은 2개 과목의 모든 수업 영상 제작을 도맡았다.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때도 있을 만큼 일주일 내내 온라인 수업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한다. … 아마도 이런 상황이 생길 것이 염려되어 어느 지역의 교육청은 모두가 각자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 이는 그동안 학교 안의 협업이 부실했음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14)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생을 만난 교사들은 그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학습자들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래 글은 학생의 글 읽는 방식, 문해의 과정이 어른과 다르다는 점을 파악하고 수업의 접근법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한 초등교사의 발언이다. 수업 과정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인식의 과정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온라인 수업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이다.



“글을 보면 저희는 글을 순서대로 읽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글의 특정 부분만 보이나 봐요. 저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나와 다르게 읽고 말하고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너무나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업 내용이 아이들의 눈에 잘 띌까. 어떻게 하면 귀에 잘 들리게 할까. 어법이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15)




14) 이윤승,「버스를 타자–교사의 협업과 나이 위계」, 『오늘의 교육』57, 교육공동체 벗, 2020, pp.32-33.

15) 윤세병 외,「COVID-19 이후의 역사교육」,『사발통문』, 역사교육연구소, 2020, p.61.



2. 교사/ 예비교사들이 말하는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긍정적 측면만 지닌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소통 도구의 미숙한 사용으로 제대로 된 배움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이 같은 시행착오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차츰 나아져갔다. 다음 사례 역시 소통 도구의 이해가 불완전함에 따라 생겨난 에피소드이다.


1학년 영어 수업을 참관했는데 활동 위주의 수업이었거든요. 영어 교생선생님이 일종의 게임을 만들어와서 잘하는 팀에게 뭐 상을 주겠다. 칭찬 도장 같은 것을 주겠다. … A,B팀이 동시에 저요 저요 하면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더라구요. 선생님 아이들에게 호통을 칠 수도 없으니까 애들아 애들아 하는데 이거는 하나도 안들리고...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E의 발언


온라인 수업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는 21세기 새로운 수업을 인터넷 플랫폼 안에 19세기 지식 중심의 수업 내용이 다수를 이룬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입시나 수능을 위한 인터넷 강좌와 구별할 수 없는 공교육 교사들의 수업이라면 학생들이 굳이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극단화될 경우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EBS가 있는데 교사는 왜 필요할까?’ 교사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온라인 개학 이후, 교사들은 교과서를 재현하는 콘텐츠 프로그래머로서 교사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요? 교과서에 하나하나 밑줄을 그으며 동영상을 녹화하는가 하면, 세련된 템플릿으로 외관을 꾸미고, 눈에 띄는 섬네일로 학습자를 유혹하는데 공을 들였지요. 온힘을 다 쏟았는데 정작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향해 갑니다. … 단언컨대 교과 내용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현하는 일은 교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수업의 목표가 오롯이 학습목표 도달에 있지 않거니와 지금의 방식으로는 학습목표를 달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16)


○ 이런 의문이 생겼다. 뛰어난 강사들의 인강이 있는데 그걸 굳이 내가 제작해야 하는가? 답변은 세가지가 가능하다. 첫째, 내가 그 강사보다 더 훌륭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둘째, 강의가 훌륭한 걸 떠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에. 셋째, 훌륭하지도 않고 특별한 메시지도 없지만 멀리 있는 인기 강사보다 가까이 있는 교사가 서툴러도 직접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첫째는 제쳐두자. 둘째 이유인 내가 고유한 메시지가 있는가 하는 것과 셋째 이유인 학생들 입장에서 더 잘 배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 만들어진 콘텐츠를 100%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어도 된다. <EBS>강의를 틀어주는 교실과 같다. … 이쯤 되면 온라인 교육 시대는 그야말로 교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듯한 위기의 시대다.17)



‘교과 내용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니라는 이충일의 지적대로라면,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새롭게 돌아가야 한다. 인강(인터넷 강의)이 입시교육 시장을 지배하는 오늘날 현실을 다시 떠올릴 때 그들의 커리큘럼은 결국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입시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인강의 ‘접속’과 ‘교습’은 입시결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에 대면/비대면 어느 것이든 간에 교육이 추구하는 ‘만남’과 ‘배움’, 그 과정의 문제와는 명백히 구별된다. 문제는 새롭게 열린 온라인 교육이 기존의 인강과 얼마나 차별화 될 수 있는지 이며, 이 질문은 교육의 근원적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과 연결된다. 논자에 따라서 온라인 교육의 본질은 인강과 다를 바 없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없지 않다.18)

입시와 교육을 동일시하는 왜곡된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도 온라인 수업에서의 전문성을 모색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을 지속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학교 단위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협업과정도 그 중 하나였다. 교육의 전문가로서 동시에 교과 수업의 전문가로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토론의 자리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역사교육연구소에서 초・중・고・대학교 역사 교육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좌담회의 한 장면이다.19) 온라인 수업일수록 세심하게 수업장면을 연결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학교급별 위계를 지우고 동료성에 기반하여 각자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지혜를 모으고 지지받는 과정이 인상적인 좌담회이다.


초등교사 a : 온라인 수업이 아주 구체화되고 세분화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학습이 어려운 체계에요. 빈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업이 가지고 있는 성격도 튀고, 전혀 교사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서 수업의 효과를 전혀 볼 수가 없기 때문에 ….


대학교수 b : 수업 안내부터 진행에 과제 피드백까지 평상시 수업 준비에 들였던 시간과 노력의 서너배는 족히 쏟아 부어야 했습니다. 가능한 변수를 최대한 예측하고 대비책을 세워도 돌발 변수들은 언제나 줄지어 일어났고요. 과제 게시판 하나를 하루종일 쓰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엔 명확한데 학생들이 보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학교 교사 c : “평소처럼 수업하듯 자료를 만들었는데, 중간중간 애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죠. 제가 직접적인 대면 수업에서 하던 애들과의 상호 작용, 표정, 말, 손동작 이런 것이 다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아이들은 그냥 자료를 보고 제 말만 듣다 보니까 실제 대면 수업 상황보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힘들었던 것이고 결국 그것을 보조하는 장치를 넣어야 했었어요. 처음에는 이 수업을 듣는다고 상상하고 제 수업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 그 노력 자체가 실제 대면 수업의 상황보다 3-4배는 더 들었던 것 같아요.



19) 윤세병 외, 「COVID-19 이후의 역사교육」, 『사발통문』, 2020, pp.58-63.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논의와 연결하여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현재 국면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교차되는 대면수업이다. 대면 수업이라고 해서 코로나 이전의 학교 수업과 동일한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마스크를 쓰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교실에 앉은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의 배움이 가능할까? 교사들은 ‘마스크를 쓴 학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대면 수업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학생들 표정을 일단 알 수 없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도 교사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니까 저는 뭔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사가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수업을 재조정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C의 발언


현재의 대면 수업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느꼈던 아이들과의 관계, 편안함, 대화, 자기표현, 신체적 자유로움이 모두 사라진 상태거든요. 그래서 옛날의 대면 수업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하나 있어요. … 그래서 아이들은 이중의 어려움을 다 느끼고 있지 않나 했어요.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수업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느라 힘들고, 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대로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학교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논의와 연결하여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현재 국면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교차되는 대면수업이다. 대면 수업이라고 해서 코로나 이전의 학교 수업과 동일한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마스크를 쓰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교실에 앉은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의 배움이 가능할까? 교사들은 ‘마스크를 쓴 학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대면 수업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학생들 표정을 일단 알 수 없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도 교사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니까 저는 뭔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사가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수업을 재조정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가)고등학교의 집단 인터뷰 중에서 교육실습생 C의 발언


현재의 대면 수업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느꼈던 아이들과의 관계, 편안함, 대화, 자기표현, 신체적 자유로움이 모두 사라진 상태거든요. 그래서 옛날의 대면 수업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하나 있어요. … 그래서 아이들은 이중의 어려움을 다 느끼고 있지 않나 했어요.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수업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느라 힘들고, 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대로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학교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20)



교사가 학생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상황,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정서적 느낌을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 대면 수업에서 지속된다. 대면수업이라 할지라도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에 교실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던 자기 표현과 대화, 자유로운 신체적 움직임이 모두 금지된 상황이다. 이런 장면에서 대면수업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까? 한 대안학교 학부모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일주일에 한번을 가든 매일 가든 학교 구성원들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 ‘대면 수업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가 아닐까. 지금의 등교 수업에선 아이들이 과목별 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성취하고 있느냐를 파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마스크를 쓰고라도 한 시간쯤 ‘지난 한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하기 힘든 시간을 관통하는 그들의 마음을 누군가는 들어줘야하지 않을까. 들어주는 상대가 또래라면 다음 한주를 조금은 더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두번의 짧은 대면 수업은 서로의 생활을 돌보면서 그 격차를 줄이는 일에 써야하지 않을까. 21)


등교 이후 대면수업에서 비대면 수업의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일보다 만나지 못한 시간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보듬어 줄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심리학자 김현수는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더 힘든 시간임을 강조하면서 관계를 잃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회복시킬지를 고민했다. 22) 최근 들어 강조되는 ‘심리적 방역’의 역할을 학교 교육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또 다른 문제 제기로 생각해볼 수 있다.



20) 윤세병 외, 위의 글, pp.49-50.

21) 이충일, 「온라인 수업, 시민으로서 부모의 역할」, 『민들레』130, 도서출판 민들레, 2020, p.36-37.

22) 김현수,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덴스토리, 2020.




Ⅳ.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 : 연결을 위한 교사들의 실천과 모색


1. 온라인 수업을 통해 본 교육의 새로운 방향 모색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할 때 또다시 고민의 출발점은 ‘배움이란 무엇일까’, ‘배움은 어떻게 생겨날까’, ‘학생과 교사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할까’ 와 같은 교육의 본질적 질문이다. 교육은 새로운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나가면서도 교육의 본질인 가치와 철학의 문제만큼은 ‘오래된 미래’를 꿈꾼다. 이런 맥락에서 온라인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주체’, ‘연결’, ‘역할’과 관련된다.

먼저, 온라인 수업의 경험은 수업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학생에 더욱 주목하게 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의 자발성과 주체성은 온라인 공간에서 배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 덕목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온라인상에서 학생이 어떻게 하면 자발성을 키우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졌다. 동시에 관습적으로 가르쳤던 교과학습의 내용과 주제에 대한 본질적 변화를 요구받기 시작했다.

둘째, 배움이 주체 간 만남을 통한 교류와 성장의 과정이라면 코로나 국면에서 전면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수업은 교육의 부분적,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의 의미를 ‘연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 학습의 가장 큰 의미는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원격이지만 매일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묻고 같이 밥을 먹기도 하면서,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이어갔다. 마주보지 못해도 누군가가 달아주는 댓글에 더 공감하기도 했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좀이 쑤셔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서로를 배려했다. 이 새로운 감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떻게 해서든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그런대로 연결을 만들었다" 23)


이들은 온라인 수업이 관계의 연결과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세간의 관심이 인지적 학습의 총량과 이해 정도, 그 격차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찬슬 윤슬 두 학생이 지적한 ‘연결’은 배움의 과정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조건으로서 ‘만남’이 갖는 교육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연결은 단절되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안도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전면적 만남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릴 용기를 준다.

셋째, 온라인 수업은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교사들은 달라진 상황과 수업 환경에 적응할 것을 가장 먼저 요구받았다. 동시에 영상 콘텐츠 이용을 넘어 읽을거리, 볼거리, 토론거리를 적절히 결합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개방, 공유, 연결, 협력 등의 실천을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나갔다.24) 이는 수업과 교육의 전문가로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자 동시에 자발적 실천의 영역이기도 했다. 이 같은 실천 경험을 집적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아갈 때 EBS와 비교될 수 없는 공교육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역국가의 대리인으로서 학교의 역할은 등교 개학 이후에도 계속해 강조되었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돌봄, 배움, 특히 평등한 배움의 역할을 학교에게 요구했다. 온라인 수업도 그 같은 사회적 요구 속에서 구현되는 하나의 수업이다.



23) 찬스, 윤슬. 「우리는 그런대로 닿아 있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전환』, 교육공동체 벗, 2020, p.107.

24) 정용주,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오늘의 교육』57, 교육공동체 벗, 2020, p.21.



온라인 수업의 강조점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문제이기보다 ‘수업’이라는 배움의 과정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동시에 온라인 수업이 확장되는 지금의 상황은 감염병의 확대라는 위기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이를 새로운 미래교육의 전형으로 삼는 것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자칫 학교가 기술 실험과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형성 과정에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의 일부이다. 다시 말해 기술 도입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기술의 도입에는 ‘기술을 통해 어떤 교육을 만들 것인가’하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기술과 속도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다만 ‘공교육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속에서 기술과 속도에 접근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식으로 기술과 속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술과 자본은 학교를 잠식할 것이고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로 포장된 자본에 의한 원격교육이 학교 교육을 장악한 모습을 상상해보라.



2.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 질문에 대한 학문적 탐색

이제까지 온라인 수업의 강점과 약점, 전망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한 학기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한 대학교 교수가 집담회에 참석해 남긴 다음 발언을 살펴보자.


한학기가 지났어도 ‘그 학생을 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온라인 수업이 좋아 보이는데 여전히 남는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일까요?

‘그 학생을 안다는 느낌이 없었다’, ‘뭔가 모를 불편함과 개운치 못한 감정이 남는다’.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직 온라인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여전히 남는 이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논의의 시작은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생과 만나고 배움을 만들어온 교사들에게 이 질문은 도전적이고 동시에 도발적이다. 다만, 명제 속 만남은 존재 간의 ‘전면적 만남’을 의미한다. 전면적 만남이 없는 상태에서 배움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다.

사회학자 최종열은 ‘감각의 공동체’라는 개념을 통해 전면적 만남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는 지오르코 지멜의 논의를 빌려와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 우리가 ‘감각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멜에 따르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는 순간 텅 빈 물리적 공간이 ‘사회적 공간’으로 바뀌는 효과를 가진다. 대면 상호작용에 들어간 사람들은 감각을 통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때 특히 중요한 과정이 ‘눈마주침’이다. 눈마주침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영혼이 교환되고 서로를 인정하는 호혜성이 성립된다. 이 호혜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구성하는 근대 사회성의 씨앗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지멜의 주장이다. 지멜의 주장에 비춰 볼 때 현재의 온라인 수업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간이 소거된 만남’이다. 더구나 현재의 온라인 수업은 1:1의 눈마주침이 불가능하다. 화면을 보고 있지만, 양자 간의 시선 교류를 기대하기 힘든 일방향의 ‘바라봄’이다. 더구나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신체감각이 함께 작동하는 눈마주침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공간과 신체의 감각이 소거된 만남이 온라인 수업 내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교육의 논의가 여전히 인지적 학습과 학력에 갇혀 있기에 학생의 몸과 몸을 통한 지각의 문제는 소홀히 다뤄져왔다. ‘몸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모든 인식이 궁극적으로 완성된 몸의 지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우리 몸은 지각의 주체이며 동시에 몸을 매개로 하여 자연이나 사물 및 문화적 사물들과 함께 뒤섞여 살아간다. 흔히 육체란 정신을 표출하는 매개체라고 여겨져 왔으나 현상학자들은 몸자체가 사회적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수업은 몸이 소거된 만남이었다. 외부세계와 인간의 몸은 세계를 ‘직접’ 만나거나 ‘관계’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몸철학에서 지식은 체험 속에서 주체가 감각을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세계를 ‘직접’ 만나면서 가능하다. 세상과 관계하는 주체는 세계 속에서 점차 지식을 확장하며 세상과 ‘관계’ 한다. 몸철학에서 공간 역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몸의 체험적, 실존적 공간으로 존재한다. 퐁티의 몸과 공간의 논의는 몸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타자를 인식하는 교육적 관계의 복원이 실존적 몸을 마주하며 서로 만날 때라야만 가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3.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 - 새롭게 다시 되묻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방식을 되물어야 한다. ‘만남이 가능한 순간이 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가 다른 하나의 질문이라면, 또 다른 질문은 ‘불가피하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배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다.

첫 번째 질문, ‘만남이 가능한 순간이 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코로나 상황에서 드러난 교육계의 다양한 담론들을 분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배움의 본질을 잃지 않는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현 코로나 국면에서 제기된 가장 중요한 교육적 담론 혹은 교육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입시였다.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불안감이 커지는 장면에서도 개학을 서둘렀던 이유, 코로나 재유행으로 수도권 교육활동이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 되었을 때 고3만은 예외였던 이유, 9월 학기제 논의의 불씨를 단번에 끈 이유(중의 하나), 고3학생들이 워킹 스루를 통해서라도 전국단위의 모의학력평가를 봐야 했던 이유, 11월 19일부터 이 주간 국가가 특별방역기간을 둔 이유 모두 ‘입시’ 때문이었다.

대학입시에서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 보게 하고 상대적 등수를 내서 대학을 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동일한 조건’을 만드는 일에 교육부와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매우 한국적인 상황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200년 만에 취소되고, 영국의 중등교육자격검정시험(GCSEs)과 AS레벨, A레벨 시험 역시 취소되었다. 독일의 한 주에서는 아비투스(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취소하고, 미국은 대입 시험인 SAT와 관련 3월, 5월, 6월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였다. 전세계 입시 상황과 비교할 때 한국의 ‘수능 강행’은 매우 독특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 시험’, 10대를 저당 잡힌 청소년들이 한날 한시에 치르는 이 시험이 인생을 결정하는 입시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이고 과감한 논의가 지금 더 절실하게 필요해보인다. 더 이상 코로나 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 속에 입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체제와의 결별도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질문, ‘불가피하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배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다. 앞서 온라인 수업에 고군분투하는 개별 교사들의 목소리를 살펴보았다면 이 장에서는 학교 단위의 노력을 살펴보려 한다. 이 질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답을 찾는 곳 중의 하나는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는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민주적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수업과 협력학습과 같은 학생중심 활동,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 등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코로나로 대면 만남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혁신학교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수단에 대해 새로운 방안이 요구되었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다음은 전남의 한 혁신 중학교 교장이 묘사한 학교의 풍경이다.


어떻게 원격 수업에서 학생 배움 중심 수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집에 머물면서 찾을 수 있는 수업교재를 만들고, 온라인 모둠을 편성하여 토론을 하는 방법을 협의하는 등 자연스럽게 교사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교사학습공동체가 잘 되는 우리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매일 퇴근전 협의회를 했다.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는지, 학생들의 참여는 어떤지, 반응은 어떤지, 어떤 학생이 개인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지, 학교에서는 무얼 지원해야 할지, 어떤 학생이 개인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지, 학교에서는 무얼 지원해야 할지 협의하다보니 ‘아, 이게 진짜 교수학습공동체구나’ 싶었다.


이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사학습공동체를 만들고, 퇴근 전 매일 협의회를 마련해 학생 배움 중심 수업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를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민주적 토론 문화와 동료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 문화 위에서 등장 가능한 학교 풍경이라 생각된다.

다음은 서울의 한 혁신 고등학교 역사교사의 글로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교과 간 교류와 협업이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지리 선생님은 1학년 사회 수업에 출연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세계 지리 수업에 지구과학 선생님을 초대하여 세계지리를 배울 때 나오는 과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우리는 이것을 서로 “품앗이”한다고 불렀다. 지구과학 선생님은 ‘성운회전’의 법칙을 체육 선생님들과 아령과 회전의자를 이용해 설명했으며, 체육 선생님은 학생들이 찍어서 보내주어야 할 운동 예시 영상에 지구 과학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을 차례로 등장시켜 7세트의 운동을 원테이크로 찍었다고 한다. 2학년 세계사 선생님과 윤리와 사상 선생님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역사와 제자백가 사상을 연결하여 수업을 찍었다. 개방형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이 달라 같은 수업을 함께 듣지 못했던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온라인 수업 품앗이를 통해 여러 과목을 접할 수 있었고 친숙한 선생님들을 보며 마치 학교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수업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교사간의 동료애와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내 구성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원격수업 운영 및 방향에 대한 설문 결과 보고서>를 학교 자체 내에서 완성하였다. 해당 보고서를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교사는 코로나 상황에서의 온라인 수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10여년 수업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움 중심 수업과 학생주도 수업을 구현하고자 했으면서도 원격 수업 상황에서 교사의 화면 안에 학생을 앞에 두고 구조화한 지식을 강의하지 않는다면, 학생이 끄덕끄덕 반응하며 노트필기를 하지 않는다면 수업이 아니라고 불안해하는 여론몰이가 불편하다. 그동안 자기주도성을 그리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동일한 내용의 지식으로 동일한 결과가 산출되기를 기대하는 공부를 만들어 보내야 안심이 되고 집에서 원격수업을 대기하는 아이들은 배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느낌으로 또 불편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설문조사는 해당학교 1,2,3학년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1학기 원격수업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담고 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한 수업 유형은 교사 자체 제작 영상 수업(59.9%)으로 해당 문항을 선택한 이유는 ①실제 수업과의 유사성 및 담당 교과 교사의 유대감 형성 ②학교 교과진도에 따른 핵심 내용 포함 ③반복 학습의 편의성으로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온라인 수업 국면에서도 (소속 학교) 교사의 수업이 주는 안정감이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와 의욕과 연결된다고 분석하였다. 그 다음으로 EBS 강의(50.8%), 쌍방향 수업(13.5%), 과제형 수업(3.2%), 댓글달기 등의 방식을 활용한 소통 수업(3.2%)의 선호가 이어졌다. 해당 보고서는 온라인 수업 현황 분석 – 문제점 파악 다음으로 2학기 원격 수업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각 수업 유형벌 장단점을 기술하고 해당 수업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가령, 쌍방향 수업도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임을 지적하고, 다양한 방식을 접목할 필요성은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 마지막에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한다.



원격수업도 결국은 ‘무엇을,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가?’ ‘왜 배우는가’의 교사의 교과관과 수업철학에 기반하여 기획하는 수업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동교과 선생님들과의 동료성에 기반한 신뢰와 협력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수업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함.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초반에는 테크놀로지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익숙해져야 하는 과정에서의 피로도가 컸지만 이제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를 원격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함.


경기도 의정부의 한 학교에서 제작한 해당 보고서는 보고나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해당 학교의 온라인 수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자발적으로 작성되었다. 마지막 결론에서 수업의 콘텐츠 개발, 동료성,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의 적용을 강조한 지점은 다른 보고서와 구별되는 특색 있는 서술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묻고, 때로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수업 유형 선호도 조사의 경우 교사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간 실천의 결과로서 이 결론에 다다랐음에 주목해야 한다.


Ⅴ. 결론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 상황은 전 인류의 위기이지만 그 위기에 대처해 나가는 모습은 국가나 공동체마다 다 다르다. 한국의 학교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교는 구성원 저마다가 가진 역량과 문제의식 속에서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교사들은 끊임없이 학생을 향한 ‘교육적’ 질문을 던졌다. 휴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지, 그 만남은 코로나 이전의 만남과 어떻게 다른지, 학교에 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떤 결핍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 어려움에 교사와 학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러한 질문 말이다.

온라인 개학과 함께 실행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의 대유행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만남 혹은 연결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었고 교사와 학생 모두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소통방식을 익혔다. 동시에 온라인 수업은 한국 교육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EBS 강의보다 나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냐는 냉소를 섞인 반응들이 없지 않았고, 강의식 수업을 통한 압축적 지식의 전달과 습득이 온라인 수업의 전형으로 이해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 이후 차츰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에 적응해나가면서 교사들의 새로운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토론 수업, 적극적 피드백을 전제로 한 과제형 수업, 교과 간 통합 수업 내지 협업이 시도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의 이 같은 시도는 교사별 학교별 ‘자구책’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지역교육청과 교육부는 코로나 국면에서 유연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선뜻 대안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자구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학교와 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잘 살피고 지원해 왔는지, ‘거실교육’에 머무르는 학생과 학부모를 돕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현재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하여 미래교육, 블랜디드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그린 스마트 교실 등 다양한 정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하나의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유의미한 정책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을 숙고할 충분한 ‘시간’과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현장의 견해를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책 결정자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살피고 회의(懷疑)할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 재난 상황에서 고안된 블렌디드 교육은 진정한 미래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블렌디드 교육에서 대면/비대면 교육은 각각 어떤 상황에서 구현할 것인지, 두 개의 서로 수업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세밀한 교육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한국 교육이 가진 모순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기존의 모순과 단절하고 교육적 상상력을 펼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가려는 시도, 도전, 모험 속에서 생겨날 것이다. 코로나의 위기, 이 또한 하나의 교육적 장면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이후 교육에 대한 여러 논의들을 접하면서 중요하게 다가온 질문은 ‘아이들이 과연 이 시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였어요. 이 시기에 아이들이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어른들과 우리 사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가는가에 대한 기억과 체험일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코로나 시기가 가족이나 약자,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분노, 폭력으로 경험되지 않기를 바래요.





※ 기획기사를 끝내며 붙이는 사족 – 영혼을 지키는 비대면 역사수업 사례들


본래 ‘기획:코로나 19시대의 역사교육’의 세 번째 원고에서는 구체적인 수업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2021학년도의 비대면 역사수업을 구상하려는 많은 역사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온라인 플랫폼과 툴을 사용하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역사답게 가르치며 이른바 ‘교사실재감’과 수업 내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그런 수업 사례들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정리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원고보다는 심도있는 전망과 제언을 담은 글을 싣는 것이 옳다고 편집부는 판단하였다. 특별히 강화정 선생님의 글을 모신 이유다. 다만 브런치 플랫폼을 통한 ‘호외 기사’를 통해 회원 독자 여러분들게 전해드릴 것을 지면을 통해 약속드린다.




<코로나 19시대의 역사교육 1~3편> 모음


여름호(129호) 1편

https://brunch.co.kr/@bangsoon87/112


가을호(130호) 2-1편

https://brunch.co.kr/@bangsoon87/135


가을호(130호) 2-2편

https://brunch.co.kr/@bangsoon87/134


겨울호(131호) 3편

https://brunch.co.kr/@bangsoon8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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